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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추석 차례상…제사음식업체 매출 반토막
대부분 가족 여행·외식으로 대체
20~50대 43%만 “차례 지내겠다”
2023년 09월 21일(목) 19:40
민족의 명절 추석을 앞둔 21일 광주시 북구 양산동행정복지센터에서 새마을부녀회원들과 다문화가정 여성들이 한복을 입고 지역 취약계층에 전달할 송편을 만들고 있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나주 영산동에 거주하는 김미현(여·43)씨는 올 추석에도 차례상을 차리지 않는다.

시어머니가 “이제 힘들어서 준비하기 힘드니 차례상을 간소화하자”고 제안해 지난 2018년까지 생선과 좋은 과일 등을 준비해 그나마 간소화한 차례상을 차렸지만 지난 2019년부터 없애기로 했기 때문이다.

김씨 가족은 대신 레스토랑, 뷔페 등에서 가족끼리 외식으로 대체하고 있다. 김씨는 “명절에는 가족끼리 모인다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올해는 신안군에 있는 휴양시설에 1박 2일로 가족여행을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 광주시 남구 봉선동의 김지현(여·37)씨도 지난 2020년부터 가족회의를 거쳐 명절 차례상을 차리지 않기로 했다.

지난 2020년 추석을 일주일 앞두고 맞벌이를 하며 어린 두 자녀까지 육아하는 김씨가 부담을 느끼자 남편이 나서 시댁 가족들을 설득했기 때문이다. 이어 시댁 가족들도 동의해 올해로 4년째 추석 차례상을 차리지 않게 됐다.

김씨는 “매년 명절이 다가오면 친구들이 우리 가족을 부러워한다”며 “올해 추석에는 가족끼리 3박 4일로 제주도에 다녀올 계획이다”고 말했다.

민족대명절인 추석에 차례상을 차리지 않는 지역민이 늘고 있다. 직접 차례상을 차리는 것이 힘들어 업체에 주문하는 차례상도 줄고 있다.

전문가들은 차례상을 차리지 않는 이유로 세대가 교체됨에 따라 예법을 중시했던 유교적인 색채가 옅어져 전반적인 사회분위기가 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장을 보고 차례를 도맡았던 여성들이 경제활동에 뛰어들거나 고물가에 따른 경제적 부담감으로 차례를 지내지 않는 가족이 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같은 추세는 광주·전남 제사음식 상차림 전문업체 매출에도 반영되고 있다.

제사음식 전문 업체 관계자 A씨는 “지난 2020년까지는 광주지역 추석 차례상 배달 주문이 150여건 이상 있었지만 감소세를 보여 지난해는 100건을 겨우 넘겼다”면서 “올해는 예약도 더 줄어들어 매출이 40%가량은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5년 전만 해도 차례를 간소화하긴 했어도 차례 형식은 갖추는 손님들이 많아 30만원짜리 작은상은 주문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차례상의 최소한의 형식도 갖추지 않거나 아예 차례를 지내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한숨을 내뱉었다.

또 다른 제사음식 배달업체 관계자 B씨도 “광주·전남 추석 차례상 주문 건 수가 지난 2019년까지는 200여건을 웃돌았지만 지난해 140여건에 그쳤다”고 울상을 지었다.

지난 17일 롯데멤버스가 20~50대 소비자 4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올해 추석에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가 56.4%로 ‘차례를 지내겠다’라고 응답한 43.7%보다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정서 조선이공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현대인들이 명절을 바쁜 일상 속에서 오랜만에 가족을 만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쉼’의 시간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시대변화에 따라 ‘차례’라는 정해진 형식에서 벗어나려는 현상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장윤영 기자 zzang@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