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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예향] 해외문화기행-이탈리아 나폴리
지중해 낭만 휴양지 나폴리
카라바조 그림 보고 폼페이 시간여행
#스피카 나폴리
구·신시가지 나누는 골목길
로마·밀라노 이어 세번째로 큰 도시
나폴리 최고 ‘뷰’ 포인트 ‘산텔모성’
카포디몬테미술관, 카라바조 작품 소장
2023년 08월 28일(월) 19:55
나폴리 시내를 한눈에 바라다 볼 수 있는 높은 곳에 자리한 산텔모성 전경.
이탈리아의 중남부 서쪽 해안에 자리한 나폴리는 세계 3대 미항 가운데 하나다. 푸른 바다와 강렬한 태양은 전 세계 여행객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무엇보다 나폴리와 소렌토, 폼페이, 카프리섬으로 이어지는 황금 코스는 저마다 독특한 볼거리로 잊지 못할 감동을 선사한다.

#스피카 나폴리

로마에서 고속열차로 1시간 거리에 위치한 나폴리는 이탈리아 남부 캄파니아주의 주도이자 로마, 밀라노에 이어 세번째로 큰 도시다. 나폴리를 찾은 이라면 가장 먼저 푸니쿨라를 타고 고지대에 올라 도시를 조망한다. 이 곳에서 내려다 보는 스파카 나폴리(Spacca Napoli)는 나폴리를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로 나누는 골목길로, 고대 로마시대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스파카 나폴리를 따라 천천히 걷다 보민 산 마르티노 수도원 광장과 산텔모성에 닿는다. 보메로 언덕에 위치한 산텔모성은 나폴리에서 가장 높은 성으로 나폴리 최고의 ‘뷰’포인트로 꼽힌다.

시간적인 여유가 있는 여행자들은 나폴리 국립고고학 박물관과 카포디몬테 미술관으로 향한다. 유럽 3대 고고학 박물관으로 불리는 나폴리 박물관은 주로 고대 그리스, 로마 유물들을 전시하고 있는데, 1층에 자리한 폼페이 전시관은 매우 흥미롭다. 화산이 폭발해 하루 아침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 폼페이에서 발굴된 유물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카포디몬테 미술관은 미술애호가들이 선호하는 곳이기도 하다. 방대한 컬렉션은 물론 바로크 미술의 창사자인 카라바조(1571~1610)의 작품을 다수 소장하고 있어서다. 특히 나폴리에서 혼신을 다해 그린 ‘골리앗의 머리를 든 다윗’의 일화는 유명하다. 밀라노 출신인 카라바조는 17세기 바로크 미술의 위대한 화가들인 루벤스, 반 다이크, 벨라스케스, 프란스 할스, 렘브란트, 페이메이르 등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대중에게 그의 이름 석자는 다른 거장들에 비해 덜 알려져 있지만 ‘빛의 화가’로 불리는 렘브란트도 카라바조의 그림에 경외감을 표할 만큼 미술사에 한 획을 그은 인물이다.

2000년 전, 폼페이 시민들과 마차들이 통행했던 도로. 양 옆에는 화산폭발로 사라진 집터와 상점 등의 흔적들이 남아 있다.
#폼페이유적

폼페이는 나폴리를 여행하는 관광객이라면 누구나 빠지지 않고 들르는 곳이다. 특히 나폴리 중심가에 자리한 카포디몬테 미술관에서 폼페이유물을 접한 이라면 26km 떨어진 폼페이로 향한다.

나폴리 중앙역에서 40분 거리에 자리한 폼페이 유적지 입구에 들어서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이 멈춰버린 ‘서기 79년 8월24일 정오’에 도착한 듯 하다. 인근의 베스비오화산이 폭발하면서 순식간에 도시 전체가 잿더미에 묻혀 2000여 명의 주민이 숨을 거둔 비극의 현장이다. 단 2분 만에 6m 두께의 화산재로 도시가 지구상에서 사라진 것이다. 이렇게 역사 속으로 사라졌던 폼페이는 지난 1592년 폼페이 위를 가로지르는 운하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건물과 미술 작품들의 흔적이 발견돼 지금까지도 발굴 작업이 진행 중이다.

입구에 들어서면 금방이라도 2000여 전의 사람들이 불쑥 등장할 것 같은 착각이 든다. 거대한 화산재가 집어 삼켰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옛 모습을 간직한 도로나 건물들이 많다. 특히 고대인들이 신을 숭배했던 신전들이 시선을 끈다. 아폴론 신전부터 마을의 중앙에 있던 제우스 신전까지 당시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형상이 인상적이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웬만한 크기의 마차가 돌아다녔을 법한 널찍한 도로다. 그리고 그 위에는 2000여 년 전 횡단보도였던 커다란 돌 3개가 돌다리가 놓여있다. 3개의 돌 사이에 있는 2개의 홈은 당시 마차의 규격이 일정했을 것이란 짐작을 하게 한다. 또한 커다란 돌과 돌 사이에는 하얀 작은 돌조각들이 박혀있는데, 이는 돌로 만들어진 도로의 단조로움을 피하려고 한 장치다. 하지만 이는 시각적인 효과뿐 아니라 야광물질을 섞어 야간에도 마차 운행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격자형으로 짜인 도로망은 이곳이 로마의 도시였음을 상기 시킨다. 허물어진 집터에는 가옥, 상점, 식당 등이 이웃해 있다. 흥미로운 건 수도시설이다. 폼페이 거리를 걷다 보면 곳곳에 공공수도와 가느다란 수도관을 볼 수 있다. 기록에 따르면 폼페이에는 먼 곳에서 물을 끌어오기 위해 수도교를 설치했고 물을 보관하는 물탱크까지 존재했다고 한다. 공공수도, 공중목욕탕, 귀족의 주택으, 원형극장 등으로 각각 나눠 보급됐다고 하니 당시의 생활수준이 어느 정도였는지 추정할 수 있다.

마차가 다니던 길을 따라 가다 보면 당시의 홍등가 골목을 상징하는 남성의 성기모양을 새긴 표식이 나온다. 또한 홍등가 골목의 집집마다 욕조와 침대는 물론 벽에 프레스코화로 그린 춘화가 고스란히 남아 있어 당시의 성 풍속을 엿볼 수 있다. 특히 인간과 동물의 석고조형물(캐스트), 빵을 굽던 화덕, 새까맣게 타버린 빵. 술집 테이블의 술잔 등은 화산폭발로 인한 당시의 긴박했던 순간들을 떠올리게 한다.

카프리 섬의 에머랄드빛 바다.
#카프리섬

나폴리를 찾는 관광객들이 선호하는 곳 가운데 하나가 카프리섬이다. 15세기 아말피 해안에 출몰하는 해적을 피하기 위해 고지에 형성된 마을로 소렌토 반도 앞바다에 위치한 면적 10.4㎢의 작은 섬이다. 일년 내내 따뜻한 날씨와 푸른 나무와 바다, 새하얀 마을과 로마 유적이 한 데 어우러져 인기가 많다.

무엇보다 로마의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와 티베리우스 황제가 개인 별장으로 사용하면서 유명해졌다. 기원전 29년 카프리섬을 방문한 로마 황제 아우구스투스는 섬 주변의 아름다운 풍광에 반해 카프리를 통째로 사들일 만큼 귀족들로부터 사랑을 한몸에 받았다. 오늘날에는 세계적 부호와 스타들의 휴양지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카프리 섬은 카프리와 아나카프리 두 개의 마을로 이뤄져 있다. 카프리가 많은 레스토랑과 상점들로 번화한 편이라면 조금 더 높은 곳에 위치한 아나카프리는 아기자기한 집들과 예쁜 성당, 멋스런 상점 등으로 평화롭고 여유로운 느낌을 준다.

골목 골목에 자리잡고 있는 고급 상점부터 아기자기한 소품가게들을 지나 길 끝자락에 다다르면 로마시대 건축물 터에 조성된 아우구스투스 정원이 기다린다. 화사한 자태의 꽃들과 나무들이 우거진 정원과 전망대에서는 바라다 보는 풍경은 한폭의 풍경화다. 또한 카프리섬은 관문인 나폴리를 비롯한 나폴리만 마을과 섬을 오가는 페리, 섬 주변을 여행하는 보트들이 정박해 일년내내 인산 인해를 이루고 있다. 무엇보다 페리에서 발을 내딛는 순간 푸른 바다와 새하얀 마을, 강렬한 햇살은 여행자의 마음을 무장해제시킨다.

/나폴리=글·사진 박진현 문화선임기자 jh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