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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장애인도 함께하는 점자도서관 만들고 싶다”
최근 개관한 광주시립점자도서관 최영호 관장
난독증 환자·노인 등 독서 소외계층에 양질의 서비스 제공
점자책 제작·점역교정사 양성…낭독 아카데미·강연·낭송회
2023년 08월 20일(일) 19:50
건물 앞에 다가서자 어디선가 새소리와 물소리가 들린다. 도심에서 만나는 ‘자연의 소리’가 누군가에게는 ‘길잡이’ 역할을 한다. 시각장애인들은 이 소리를 듣고, 도서관에 잘 도착했음을 인지한다.

광주시립점자도서관(광주시 남구 사동 4-3)이 지난 14일 문을 열었다. 시립으로는 전국에서 처음 문을 연 광주시립점자도서관은 지상 4층 규모로 대면낭독 및 점자 자료 제작을 위한 녹음실, 점자 인쇄실, 다목적실, 책마중 공간, 어린이열람실 등을 갖추고 있다. 운영은 점자도서관을 자체적으로 운영해왔던 광주시각장애인협회가 맡고 있다.

“현재 광주시 등록 시각 장애인은 7300명 정도예요. 이번에 문을 연 도서관은 시각 장애인들의 정보 습득과 문화생활, 평생교육을 돕는 공간입니다. 도서관이 시각장애인 뿐 아니라 난독증 환자, 노인 등 독서 소외 계층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입니다.”

최영호(58) 광주시립점자도서관장은 “점자 교육, 독서토론 등 비장애인들도 함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개최, 시민들과 함께하는 도서관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도서관은 일반 서적과 점자책, 오디오 북, 큰 글자책 등 모두 8000여권을 소장하고 있으며 시각장애인용 컴퓨터와 보조기기도 갖추고 있다.

점자책 제작은 가장 중요한 사업 중 하나다. 점자책 제작은 예전에 비해 수월해졌다. 원본을 일일이 타이핑하던 데서 벗어나 텍스트를 촬영한 후 변환하는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덕에 제작기간이 6개월에서 1개월로 단축됐다. 지금까지 매년 130~150권을 제작했고, 올해는 250권 전후로 늘릴 생각이다.

20대 후반 희귀난치성 질환으로 시각장애인이 된 최 관장에게 힘이 되어준 게 책이었고, 오디오북과 점자책은 그에게 많은 도움을 줬다.

“시각장애인들도 신간이 나오면 바로 바로 읽고 싶은 욕구가 있습니다. 읽고 싶은 책을 신청하시는 분도 많구요. 문학, 인문서는 물론 재테크 책 등도 갖춰 놓으려 합니다. 오디오북이 인기가 많기는 하지만 깊게 읽기 위해서는 점자책이 필요합니다.”

지난 7월 회원들이 신청한 책은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 김혜남의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피터 린치의 ‘전설로 떠나는 월가의 영웅’ 등 다양하다.

도서관의 대표 프로그램은 일반 문자를 점자로 번역하고 교정하는 점역교정사 양성 사업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 참여할 수 있다.

“점역교정사는 도서관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입니다. 장애인들의 취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점역교정사는 장애인 일자리 창출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기관에서 당장 점역교정사를 기용하는 게 어려울 수도 있지만 한두 명이라도 시작을 하는 게 필요합니다.”

도서관은 비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전문 낭독봉사자 및 일대일 대면 낭독서비스 봉사 교육 프로그램 ‘독서낭독아카데미’를 운영중이며 장애인·비장애인이 함께하는 독서클럽, 시낭송, 귀로 듣는 영상, 귀로 듣는 강연, 가치봄 영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일요일 휴관.

/글·사진=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