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 정추의 인생 ‘나의 음악, 나의 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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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 정추의 인생 ‘나의 음악, 나의 조국’
ACC, 정추 탄생 100주년 특별전
22일~5월28일 아시아문화박물관
양림동서 태어나 러시아서 유학
2023년 03월 20일(월) 19:20
생전에 작곡가로 활동하던 당시의 정추의 모습. <ACC제공>
남구 양림동 출신 대표 예술가족을 꼽으라면 정준채(1917~1980) 영화감독, 정추(1923~2013) 작곡가, 정근(1930~2015) 동요작곡가 등 3형제를 빼놓을 수 없다. ‘북한영화의 아버지’로 일컫는 정준채와 ‘검은 머리 차이콥스키’로 불리는 정추는 한국전쟁 전 월북해 이후 예술세계를 개척했으며, 정근은 월북한 두 형으로 인해 연좌제 고통을 겪었음에도 동요 작곡가로 꽃을 피웠다.

올해는 정추 선생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다. 1923년 광주 양림동에서 태어난 정추는 러시아 차이코프스키의 4대 제자로 알려져 있다. 차이코프스키음악원 졸업 작품으로 학교 역사상 최초 만점을 받은 ‘조국’을 작곡했다. 이후 ‘검은 머리의 차이코프스키’라는 별명이 붙여질 만큼 추앙을 받는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전당장 이강현, ACC)이 정추 탄생 100주년을 맞아 특별전을 마련했다. 오는 22일부터 5월 28일까지 아시아문화박물관 기획전시실 1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 주제는 ‘나의 음악, 나의 조국’.

주제가 말해주듯 이번 전시는 굴곡진 역사 속에서 망명을 선택한 ‘음악인류학자’ 정추의 기록과 음악을 통해 그의 음악에 대한 열정과 조국에 대한 애정을 조명하는 자리다. 생전에 그가 했던 “내 마음은 언제나 조국에 머물러 있었습니다”라는 말이 유독 깊은 울림을 주는 것은 그 때문이다.

정추는 삶의 연대기가 말해주듯 ‘경계인’의 삶을 살아야 했다. 한국에서는 월북했다는 이유로 북한에서는 김일성 우상화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잊혀져야 했다. 그럼에도 그는 카자흐스탄에서 존경받는 작곡가로, 고려인 가요 채록을 통해서는 한민족음악을 지키고자 했던 민족음악연구 선구자로 많은 이들의 뇌리에 남아 있다.

전시는 모두 3부로 구성돼 있다.

성장 배경에 초점을 맞춘 1부에서는 1923년부터 1946년까지의 시기를 다룬다. 예술가 집안의 내력을 엿볼 수 있는 자료들을 만날 수 있다. 양림동에서 태어난 정추는 외삼촌 정석호의 영향으로 피아노를 연주하게 된다. 정석호는 베를린의 슈테른 콘서바토리를 다녔던 인텔리였다.

학창 시절 정추의 애국심과 독립에 대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사건이 발발한다. 광주고보에 재학 중이던 정추는 일본인 배속장교 배척사건으로 퇴학을 당한다. 이후 양정고에서 한국어 수업을 받으며 음악을 매개로 독립의 꿈을 키워나간다.

정추가 펴낸 악보
2부(1946~1958)는 음악의 길로 나아가는 시기를 다룬다. 1946년 형을 따라 월북한 정추는 평양 국립영화촬영소 음악감독으로 일한다. 평양 노어대학에서 러시아를 공부하고 이후 국비장학생으로 모스크바 음악원에서 작곡이론 공부를 시작한다.

알렉산드로프 교수의 지도를 받으며 한국적인 선율을 연구하고 한민족 정서를 담은 ‘조국’을 발표한다. 이 시기 그는 김소월의 시를 모티브로 고향의 그리움을 담은 작품도 발표한다. 악보를 출판하며 작곡가 동맹에서도 입지를 다지는 등 활동의 폭이 넓어진다.

음악인류학자로 열정을 불태우는 시기, 즉 제3부는 1959년부터 2013년까지의 삶을 담았다.

정추는 언급한대로 김일성 우상화 작업에 반대하며 북한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소비에트연방 망명을 선택한 것. 카자흐스탄에서 학생들에게 음악을 가르치며 고려인가요 채록을 시작한다. 특히 그는 힘든 삶을 살고 있는 고려인들을 위해 고려인가요를 작곡해 정체성을 지킬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또한 그는 1068곡의 고려인가요 가사와 500곡 가량의 악보를 채보하기도 했다.

한편 이강현 ACC 전당장은 “정추의 인생을 통해 오늘의 우리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중앙아시아 고려인 강제 이주 등으로 대변되는 근현대사의 파노라마를 볼 수 있다”며 “탄생 100주년을 맞아 정추의 삶과 음악에 대한 열정은 물론 조국에 대한 깊은 애정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한편 전시 시간은 화~일(10시~오후 6시), 수~토(오전 10시~오후 8시)이며 월요일 휴관.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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