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 교과과정 5·18 삭제…뒤로 가는 민주화교육
교육부 개편안에 명시 안돼 5·18교육 위축…내년부터 순차적으로 적용
25년만에 교육과정 전면 삭제…지역 교육계·5월단체 “역사적 퇴행” 반발
5·18 10일간의 항쟁, VR로 체험하세요
25년만에 교육과정 전면 삭제…지역 교육계·5월단체 “역사적 퇴행” 반발
5·18 10일간의 항쟁, VR로 체험하세요
![]() 광주시 동구 5·18민주화운동 기록관을 방문한 관람객들이 3일 지하 1층에 문을 연 VR 체험관에서 5·18민주화운동의 10일간 항쟁을 담은 가상현실을 체험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
정부가 지난해 12월 22일 발표한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5·18민주화운동이 삭제된 것이 확인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교과서 집필, 수업 과정 등에서 5·18민주화운동이 빠질 우려가 있다며 지역 교육계와 5·18 단체가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은 교육부가 지난해 말 고시한 국가 교육과정으로 대한민국의 11번째 교육과정이자 7차 교육과정 이래 4번째 수시 개정 교육과정이다.
교육과정 총론은 지난 2021년 11월 문재인 정부 시기에 발표됐다. 이후 정권 교체 시기인 지난해 5월 윤석열 정부는 교육 공약을 통해 AI 교육을 확대한다는 이유로 교육과정의 대규모 개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교육부는 45개 과제에 대한 연구를 수행한 뒤, 지난해 8월 30일 총론 및 각 교과별 교육과정 시안을 공개하고 본격적인 교육과정 개정을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14일 국가교육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확정안까지 발표했다.
이번 개정안에는 초·중·고교 전 학년에서 5·18민주화운동이 단 한 번도 기술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부는 ‘삭제는 아니고 반복된 표현을 간략히 하는 과정에서 빠진 것 뿐’이라는 입장이라는 것을 밝히고 있지만, 기존에 명시됐던 5·18민주화운동을 뺀것은 ‘삭제’라는 것이 교육계와 정치권의 입장이다.
지난 2015 초등 사회과 교육과정에서 “4·19혁명, 5·18민주화운동, 6월 민주항쟁을 통해 자유민주주의가 발전해 온 과정을 파악한다”는 성취 기준을 명시했으나, 2022 개정 초등 사회과 교육과정에서는 “민주화와 산업화로 인해 달라진 생활 문화를 사례를 들어 이해한다”는 문구로 변경됐다.
중·고등 교육 과정도 마찬가지였다. 중등 과정인 일반사회 영역에서는 성취 기준으로 “민주주의 발전 과정을 검토하고, 이를 토대로 민주주의 이념과 기본 원리를 도출한다”는 내용만 담겼다. 성취 기준에 대한 고려 사항으로는 “우리나라에서 민주주의의 이념과 원리를 실현하고자 한 사례(예: 4·19혁명, 6월 항쟁)를 찾아 보도록…(후략)”이라고만 쓰였다.또 역사 영역에서도 “한국의 민주화 과정에서 나타난 성과와 과제를 탐구한다”는 성취 목표만 쓰였다.
고등 과정인 한국사2 영역 또한 성취 기준으로 “4·19혁명에서 6월 민주항쟁에 이르는 민주화 과정을 탐구한다”고만 기술했다.
교육과정 전반에서 4·19혁명과 6월 민주항쟁은 반복적·중복적으로 쓰였으나, 5·18민주화운동은 서술조차 안 된 것이다.
5·18민주화운동은 지난 1997년 고시된 ‘7차 교육과정’에서 처음 명시했으며 2004년에는 초등 과정에서도 ‘내용 요소’로 기술됐다. 5·18민주화운동이 교육과정에서 전면 삭제된 것은 25년여만에 처음이다.
교육부 연구진은 “교육과정 대강화, 내용량 적정화 등으로 성취기준 수를 48개에서 24개로 줄이면서 구체적인 사건은 다루지 않기로 했다”며 “교육과정에서 ‘내용 요소’ 항목을 없애면서 개별 사건을 명시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지역 교육계와 5·18 단체들은 즉각 반발했다.
조진태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5·18정신 헌법 전문 수록 여부가 공론화되는 마당에 5·18민주화운동을 제도교육에서 통째로 빼 버린 것은 역사적 퇴행이다”며 “정부가 4·3사건에 이어 5·18민주화운동마저 교육과정에서 삭제하면서 학생들에게 민주주의적 소양을 가르칠 기회를 박탈했다”고 지적했다.
황일봉 5·18구속부상자회 회장은 “지난 5월까지만 해도 ‘오월 정신은 국민 통합의 주춧돌’, ‘오월 정신이 곧 헌법 정신’이라더니, 그와 정반대되는 행보다”며 “실무진이 대통령을 능멸하고 멋대로 일을 처리했거나, 국립 5·18민주묘지까지 찾아와 거짓말을 한 위선적인 정권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문정표 광주실천교사모임 대변인도 “정부가 학교에서 5·18민주화운동을 필수적으로 가르치지 않아도 된다는 빌미를 줘 논란을 자초했다”며 “5·18민주화운동을 왜곡·폄훼하는 이들에게도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고, 교육 현장이 우경화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할 수 있어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으로 교육과정 심의·의결 과정에 동참한 장석웅 전 전남도교육감, 개정안을 미리 접했던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민형배(무소속)·서동용(더불어민주당) 위원에게도 비난 여론이 모이고 있다. 광주·전남지역 출신이면서도 교육과정 개정 과정에서 5·18민주화운동 삭제 정황을 파악하지도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개정안을 미리 받아보긴 했으나, 310페이지 분량으로 방대해 미처 내용을 다 확인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한편 2022 개정 교육과정은 오는 2024년 초등학교 1·2학년에 적용하는 것을 시작으로 2025년 중학교와 고등학교 1학년부터 순차적으로 적용할 예정이다. 전 학년에 적용되는 시점은 초등학교 2026년, 중·고교 2027년이다.
/임동욱 선임기자 tuim@kwangju.co.kr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교과서 집필, 수업 과정 등에서 5·18민주화운동이 빠질 우려가 있다며 지역 교육계와 5·18 단체가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은 교육부가 지난해 말 고시한 국가 교육과정으로 대한민국의 11번째 교육과정이자 7차 교육과정 이래 4번째 수시 개정 교육과정이다.
교육부는 45개 과제에 대한 연구를 수행한 뒤, 지난해 8월 30일 총론 및 각 교과별 교육과정 시안을 공개하고 본격적인 교육과정 개정을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14일 국가교육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확정안까지 발표했다.
이번 개정안에는 초·중·고교 전 학년에서 5·18민주화운동이 단 한 번도 기술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15 초등 사회과 교육과정에서 “4·19혁명, 5·18민주화운동, 6월 민주항쟁을 통해 자유민주주의가 발전해 온 과정을 파악한다”는 성취 기준을 명시했으나, 2022 개정 초등 사회과 교육과정에서는 “민주화와 산업화로 인해 달라진 생활 문화를 사례를 들어 이해한다”는 문구로 변경됐다.
중·고등 교육 과정도 마찬가지였다. 중등 과정인 일반사회 영역에서는 성취 기준으로 “민주주의 발전 과정을 검토하고, 이를 토대로 민주주의 이념과 기본 원리를 도출한다”는 내용만 담겼다. 성취 기준에 대한 고려 사항으로는 “우리나라에서 민주주의의 이념과 원리를 실현하고자 한 사례(예: 4·19혁명, 6월 항쟁)를 찾아 보도록…(후략)”이라고만 쓰였다.또 역사 영역에서도 “한국의 민주화 과정에서 나타난 성과와 과제를 탐구한다”는 성취 목표만 쓰였다.
고등 과정인 한국사2 영역 또한 성취 기준으로 “4·19혁명에서 6월 민주항쟁에 이르는 민주화 과정을 탐구한다”고만 기술했다.
교육과정 전반에서 4·19혁명과 6월 민주항쟁은 반복적·중복적으로 쓰였으나, 5·18민주화운동은 서술조차 안 된 것이다.
5·18민주화운동은 지난 1997년 고시된 ‘7차 교육과정’에서 처음 명시했으며 2004년에는 초등 과정에서도 ‘내용 요소’로 기술됐다. 5·18민주화운동이 교육과정에서 전면 삭제된 것은 25년여만에 처음이다.
교육부 연구진은 “교육과정 대강화, 내용량 적정화 등으로 성취기준 수를 48개에서 24개로 줄이면서 구체적인 사건은 다루지 않기로 했다”며 “교육과정에서 ‘내용 요소’ 항목을 없애면서 개별 사건을 명시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지역 교육계와 5·18 단체들은 즉각 반발했다.
조진태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5·18정신 헌법 전문 수록 여부가 공론화되는 마당에 5·18민주화운동을 제도교육에서 통째로 빼 버린 것은 역사적 퇴행이다”며 “정부가 4·3사건에 이어 5·18민주화운동마저 교육과정에서 삭제하면서 학생들에게 민주주의적 소양을 가르칠 기회를 박탈했다”고 지적했다.
황일봉 5·18구속부상자회 회장은 “지난 5월까지만 해도 ‘오월 정신은 국민 통합의 주춧돌’, ‘오월 정신이 곧 헌법 정신’이라더니, 그와 정반대되는 행보다”며 “실무진이 대통령을 능멸하고 멋대로 일을 처리했거나, 국립 5·18민주묘지까지 찾아와 거짓말을 한 위선적인 정권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문정표 광주실천교사모임 대변인도 “정부가 학교에서 5·18민주화운동을 필수적으로 가르치지 않아도 된다는 빌미를 줘 논란을 자초했다”며 “5·18민주화운동을 왜곡·폄훼하는 이들에게도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고, 교육 현장이 우경화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할 수 있어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으로 교육과정 심의·의결 과정에 동참한 장석웅 전 전남도교육감, 개정안을 미리 접했던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민형배(무소속)·서동용(더불어민주당) 위원에게도 비난 여론이 모이고 있다. 광주·전남지역 출신이면서도 교육과정 개정 과정에서 5·18민주화운동 삭제 정황을 파악하지도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개정안을 미리 받아보긴 했으나, 310페이지 분량으로 방대해 미처 내용을 다 확인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한편 2022 개정 교육과정은 오는 2024년 초등학교 1·2학년에 적용하는 것을 시작으로 2025년 중학교와 고등학교 1학년부터 순차적으로 적용할 예정이다. 전 학년에 적용되는 시점은 초등학교 2026년, 중·고교 2027년이다.
/임동욱 선임기자 tuim@kwangju.co.kr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