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허위매물 눈치보기 단속에 시민만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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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허위매물 눈치보기 단속에 시민만 피해
소비자 잇단 헛걸음 ‘분통’…중개사들 반발에 구청들 집행 미적
광주 6개월 동안 의심사례 143건인데 과태료 처분은 겨우 5건
2022년 11월 27일(일) 20:30
허위매물로 피해를 본 시민이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하자, 공인중개사가 보낸 사과 문자. <독자 제공>
최근 집값 하락 등 부동산 가격이 요동치면서 ‘허위 매물’이 넘쳐나고 있지만 지자체가 단속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어 시민들만 피해를 입고 있다.

정부가 허위·과장 부동산 매물에 대한 강력한 대책을 마련했지만, 공인중개사들의 반발에 지자체들이 눈치보기에 급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27일 광주시에 따르면 한국부동산원이 지난 4월~9월까지 온라인 허위매물 의심사례로 광주시에 통보한 사례는 총 143건에 달한다.

이중 과태료 처분권한을 가진 광주시의 각 자치구에서 실제 과태료 처분을 한 경우는 단 5건(동구 1건,남구 1건, 북구 3건)에 불과했다.

경기도 안산에 살다 11월 초 광주에 직장을 구한 A(55)씨는 급하게 집을 구하기 위해 생활정보지가 운영하는 온라인 사이트에 나온 원룸을 보고 계약을 하려다 허탕을 쳤다.

A씨는 “마음에 드는 매물 2~3곳을 발견해 부동산에 연락을 했고, 당일 입주가 가능하다는 말을 듣고 예약까지 했지만 막상 이삿짐을 싸 내려왔더니 공인중개사는 ‘방이 없다’고 말했다”면서 “하마터면 허위매물에 속을 뻔 했다”고 말했다.

A씨는 “부동산 관계자가 ‘광고가 잘못돼 오늘 입주가 불가능하다. 비슷한 매물이 있으니 다른 곳을 보여주겠다’고 천연덕스럽게 월세가 더 비싼 곳을 소개했다“면서 “허위매물을 걸어놓고 당일 입주를 해야 하는 급한 사정을 악용한 것 아니겠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B씨(여·59·광주시 서구 쌍촌동)도 지난달 부동산 허위매물로 헛걸음을 해야 했다.

B씨는 “생활정보지를 보고 중개사를 찾았더니 ‘매물이 나간지 얼마 안 됐다. 다른 집을 보는 것은 어떠냐’고 소개했다”면서 “집이 팔렸는데도 광고를 내리지 않아 헛걸음했는데도 이를 방지하거나 구제하는 방안은 없다”고 하소연했다.

부동산 매물 중 ‘허위 매물’과 ‘미끼 매물’로 시민들의 피해가 잇따르자 정부는 지난해 부동산 중개대상물의 허위·과장 광고 근절과 소비자 피해예방을 위해 공인중개사법을 개정했다.

중개사들이 허위 매물을 올릴 경우 신문·전단지·입간판·방송·메일·SNS 등 매체 유형과 방식을 불문하고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온라인 허위 매물을 단속하기 위해 한국부동산원에 부동산 광고 모니터링 업무를 위탁했다.

모니터링은 한국부동산원이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 실거래정보와 온라인에 노출된 부동산 광고 정보를 비교해 거래 완료 여부를 검증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한국부동산원은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3개월 동안의 계도기간을 거쳐 지난 4월부터 단속을 시작해 지난 2분기(4~6월) 94건, 지난 3분기(7~9월) 49건의 허위매물 의심사례를 광주시에 통보했다. 자치구별로는 북구가 44건으로 가장 많았고, 광산구 39건, 서구 30건, 남구 23건, 동구 7건 순이었다.

하지만 실제 과태료는 전체의 3.4%에만 부과됐다. 이처럼 과태료 처분이 적극적으로 시행되지 않는 이유는 공인중개사들의 반발 때문이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가 성명서를 내고 반발하자 각 자치구 담당자들이 과태료 처분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공인중개사들은 계도기간이 3개월로 짧고 홍보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을 이유로 반발하고 있다. 실수로 깜빡 잊고 광고를 내리지 않을 수도 있는데 일괄적으로 과태료 500만원을 처분하는 것은 지은 죄에 비해 과하다는 것이다. 결국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광주지부는 계도기간을 올해 말까지 연장해달라는 성명서를 광주시에 제출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적발되더라도 첫 적발시 25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되고 이조차도 선납을 하게 되면 200만원으로 떨어진다는 점, 국가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공인중개사들이 깜빡했다는 이유로 매물을 내리지 않았다는 것은 전문성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는 점 등을 들어 공인중개사들의 이기주의를 지적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자치구 담당자는 “사정이 어찌됐든 법을 위반한 것은 사실이지만, 현장에서 반발이 심해 집행하기가 어렵다”면서 “그렇다고 한 자치구에서만 처분을 내리면 형평성 문제가 있어, 다음달 초에 자치구 담당자들이 모여 회의를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광주시 토지정보과 담당자는 “협회차원에서 성명서를 제출해 국토교통부에 제도 유예 가능 여부를 질의하는 과정에서 잠시 처분을 멈췄을 뿐이다”며 “공인중개사들의 의견청취 등 과정을 거쳐 처분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천홍희 기자 strong@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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