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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립미술관의 ‘담대한 도전’
2022년 10월 11일(화) 22:30
미술애호가들 사이에 대구시립미술관(이하 대구미술관)은 ‘작지만 강한 미술관’으로 불린다. 지난 2013년 개최한 쿠사마 야요이전 덕분이다. 당시 약 3개월간 열린 이 전시회는 관람객 33만명이 다녀가는 대기록을 세웠다. 유료 입장객은 25만4527명으로 입장료 수입만 10억 2700만 원에 달했다. 블록버스터전의 성공케이스로 불리는 제주도립미술관 ‘나의 샤갈, 당신의 피카소전’(2013년)의 7만 명, 서울시립미술관 ‘팀버튼전’(2012년)의 46만 명과 비교해도 괄목할 만한 성과다.

사실, 대구미술관은 개관 당시만 해도 별다른 ‘존재감’이 없었다. 최첨단 시설을 갖춘 공립미술관이지만 소장품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데다 시 외곽에 위치해 접근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불편한 대중교통으로 미술관을 방문한 일부 시민은 “처음이자 마지막 관람이 될 것” 같다는 쓴소리도 쏟아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구이외의 방문객 유치는 기대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개관 3년 만에 유치한 쿠사마 야요이전은 단숨에 대구미술관을 ‘핫플레이스’로 변신시켰다. 노란색 바탕에 물방울 무늬가 그려진, ‘노란 호박’으로 유명한 일본 출신의 세계적인 작가의 전시를 지방에서, 그것도 개관 3년된 신생 미술관이 개최한 것은 그 자체만으로 미술계의 ‘빅 뉴스’였다. 작가의 대표작들과 홍보 마케팅이 맞물려 쿠사마 야요이 전시는 개막과 동시에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인스타그램 등 SNS에 올라온 사진들이 급속히 퍼지면서 서울, 부산, 광주 등 전국 각지에서 관람객들이 몰려 드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그림을 관람하기 위해 입장하려면 1시간을 기다려야 할 정도였다.

특히 쿠사마 야요이전은 ‘퀄리티 높은’ 전시는 지방미술관이어도 얼마든지 ‘통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준 계기가 됐다. 실제로 대구미술관은 2015년 누적관람객 100만 명을 달성하는 쾌거를 거뒀다. 개관한지 불과 4년만에 말이다. 이 기록은 당시 대구 인구(230만8천362명)와 서울 인구(1천10만3천233명)를 감안하면 인구 대비 관람률이 11.7%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10.7%,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7% 보다 높았다.

문화의 계절, 전남도립미술관(관장 이지호, 이하 도립미술관)에서도 국내 미술계의 문화지형을 바꿀 명품 기획전이 열리고 있다. 지난 5일 광주일보와 공동으로 개최한 ‘인간의 고귀함을 지킨 화가 조르주 루오’전(2023년 1월29일까지)으로, 프랑스가 낳은 20세기 현대미술의 거장의 유화·판화 200여 점 등 불멸의 명작이 선보인다. 프랑스 국립퐁피두센터와 조르주 루오재단에서 엄선한 작품들이라는 점에서 지역미술사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역대 최고 수준의 매머드전시다.

무엇보다 인간존재에 대한 끊임없는 성찰을 통해 숭고한 인간애를 추구한 루오의 예술혼은 갈등이 만연한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뜻깊은 자리다. 특히 이번 전시는 지난해 개관한 신생미술관이 이뤄낸 담대한 도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도립미술관이 이번 루오전을 계기로 한국을 대표하는 ‘전국구 미술관’으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 <문화·예향 담당국장,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