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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인사이드] ‘화살총’ 든 20대 습격에 뻥 뚫린 여수 봉산파출소
경찰 7명 있었는데 진압은커녕 112 신고
직원들 숨는 동안 범인은 사라져
12시간 뒤 검거…팀장 대기발령
2022년 07월 05일(화) 19:45
20대 남성의 ‘화살총 습격’<사진>에 여수지역 파출소가 뻥 뚫렸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괴한은 공기총(탄환은 금속 화살촉)을 들고 새벽 기습 공격을 감행했는데, 파출소를 지키던 7명의 경찰관이 제압은커녕 10여 분간 책상 밑으로 숨거나 ‘셀프 범죄 신고’를 하는 등 어설픈 대응으로 일관했다.

여수에 사는 A(22)씨가 여수경찰서 봉산파출소를 습격한 것은 지난달 30일 새벽 2시 10분께. 당시 파출소에는 순찰팀장 B씨 등 7명이 근무하고 있었는데 돌연 총성이 울렸다. A씨가 파출소 현관문 틈에 총구를 밀어 넣고 ‘화살총’ 한 발을 쏜 것이다. 순식간에 파출소 내부는 아수라장이 됐다. ‘펑’ 하는 총성과 동시에 경찰관들은 책상 아래로 숨었고 복면 차림을 한 A씨는 유유히 현장을 벗어났다.

발사된 화살은 파출소 내 아크릴 가림막에 꽂혀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문제는 다음이었다. 총성이 그치고 괴한이 달아난 뒤에도 경찰관들은 뒤쫓기는커녕 여수경찰서 상황실로 ‘셀프 신고’를 하는 데 급급했다. 일부 경찰관들은 안정을 되찾았지만, 테이저건을 꺼내 들고 파출소 옥상에 올라가 달아나는 A씨를 지켜보며 발만 동동 굴렀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 사이 A씨는 파출소에서 5㎞ 떨어진 봉산동 자신의 집으로 도주했다. 도주 과정에서 옷을 세차례 갈아입고 가발을 써서 여장을 하기도 했다. 경찰은 형사 등 50여명을 동원해 범행 12시간 만인 6월 30일 오후 2시 주거지에서 A씨를 붙잡았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한국을 떠나 외국으로 갈 생각이었다. 그러려면 돈이 필요하니 은행에서 강도질을 할 계획이었다. 그 전에 연습 삼아 파출소에서 총을 쏴 봤다”고 진술했다. 또한 “학창시절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고, 부모에게도 제대로 된 대접을 못 받아 대인기피증에 시달렸다. 한국을 벗어나고 싶었다”는 진술도 했다.

A씨는 별다른 직업을 가진 적이 없으며, 지난 2018년부터 우울증 진단을 받고 우울증 약을 복용해 왔던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에 사용된 총기는 지난 2월 해외 인터넷 사이트에서 40여만원을 주고 샀으며, 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채 불법으로 소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총은 몸체 38㎝의 공기총으로, 이산화탄소 카트리지를 끼워 공기압을 이용해 화살을 발사하는 방식이다. 발사된 화살은 길이 23㎝로 화살촉이 날카롭게 깎여 있어 사람에게 중상해를 입힐 수 있는 크기였다. 총에는 원래 40㎝ 길이의 화살이 사용되는데 A씨는 범행에 앞서 화살을 가방에 숨기기 위해 반으로 잘라내고 화살촉을 새로 끼운 것으로 조사됐다. 총 또한 원래 80cm 길이였으나 소염기와 개머리판을 잘라내 크기를 줄인 것으로 파악됐다.

여수경찰은 A씨를 특수공무집행방해,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구속했다. 또한, 초동 대응 부실 책임을 물어 순찰팀장 B씨를 대기 발령하는 한편 진상조사를 거쳐 재발방지책을 수립하기로 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