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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옷 입기 시작한 무등산…원효루에 앉으면 가슴 가득 안겨오는 산
충장사 사당 둘러싼 능선이 전하는 위로
옛 사람 풍류 만나는 충효동 가사문학관
생태놀이터 광주호·천연기념물 왕버들군
해 저물면 더욱 빛나는 잣고개 광주 야경
2022년 06월 27일(월) 21:00
무등산은 선인들의 자취를 따라 걸을 수 있는 ‘무등산 옛길’이 조성돼 있다. 심심찮게 다람쥐도 만날 수 있다.
예향과 함께 떠나는 ‘광주 한 바퀴’는 눈부신 신록을 감상하며 거니는 생태관광이다. 무등산이 품은 원효사, 다람쥐와 친구가 되는 풍암정 오솔길, 도심 속 아름다운 호수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광주호 호수생태원, 도시 야경 맛집으로 꼽히는 잣고개 전망대 등 곳곳이 힐링명소다.

#원효사·충장사 & 무등산 옛길

버스 종점 승강장에서 내려 300여 m를 오르다 보면 사찰이 나온다. 무등산 북쪽 기슭 원효봉 아래 위치한 원효사(광주시 북구 무등로 1514-35)다. 신라시대 원효대사가 창건한 사찰이라고 전해 온다.

초여름에 찾은 원효사의 백미는 대웅전 맞은편 누각인 원효루에 앉아보는 것이다. 기암괴석의 아름다운 경관을 이루는 의상봉, 의상봉 오른쪽에 우뚝 솟은 윤필봉, 멀리 천왕봉까지 한 눈에 들어온다. 가을의 단풍도 좋지만 연초록을 선물하는 계절의 아름다움을 한눈에 담아갈 수 있는 장소다. 원효루 오른쪽 무등선원에는 광주시 유형문화재 제15호로 지정된 만수사 범종이 있다. 숙종 36년 담양 추월산 만수사에서 만든 것으로 은은한 범종 소리는 으뜸으로 꼽힌다.

원효사에서 조금 더 아래로 내려오면 충장사로 안내하는 표지판이 보인다. 충장사(광주시 북구 송강로 13)는 충장공 김덕령(1568~1596년) 장군의 위패와 영정을 모신 사당(祠堂)이다. 김덕령 장군은 1567년 광산 김씨 가문 붕변의 둘째 아들로 태어나 송강 정철 등과 함께 수학하며 학문에 정진하다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형 덕홍과 함께 의병활동에 참가해 많은 전과를 올렸던 명장이다. 경내에는 영정과 교지가 봉안돼 있는 충장사, 동재와 서재, 은륜비각과 해설비, 유물관, 충용문, 익호문 등이 세워져 있다. 사당 뒤쪽 언덕에는 장군의 묘와 묘비가 잘 가꿔져 있다.

사당을 둘러싼 아름다운 무등산을 감상하는 것도 추천한다. ‘광주의 진산’, ‘포근하고 푸근한 어머니의 산’이라 불리는 무등산은 선인들의 자취를 따라 걸을 수 있는 ‘무등산 옛길’이 조성돼 있다. 충장사는 무등산 옛길 3구간에 포함된다. 장원삼거리~덕봉~충장사 구간은 ‘나무꾼길’, 충장사~풍암정~환벽당은 ‘역사길’로 불리고 있다.

충장공의 아우 풍암 김덕보가 지어 은둔생활을 했던 풍암정.
#충효동 가사문화권

가사문학의 고장이라 하면 흔히 담양을 떠올린다. 15세기 말부터 16세기까지 조선 선비들을 중심으로 가사문학을 꽃 피웠는데 담양 남면을 중심으로 창작됐기 때문이다. 지난 2000년에는 남면에 ‘한국가사문학관’이 설립되기도 했다.

가사문화권에 광주 북구도 빼놓을 수 없다. 광주 북구의 풍암정과 환벽당, 취가정, 담양의 소쇄원, 식영정 등 선인들의 풍류와 정취가 묻어나는 정자와 정원들이 한국가사문화권으로 불린다.

풍암정(광주시 북구 풍암제길 117)은 충장공 김덕령의 아우인 풍암 김덕보(1571~1627)가 세운 정자다. 큰형 덕홍이 금산전투에서 전사하고 작은형 덕령이 억울한 죽음을 당하자 슬퍼하여 이곳에 정자를 짓고 도학과 경륜을 쌓으며 은둔생활을 했다. 풍암정으로 향하는 길은 단풍나무가 숲 터널을 이룬 아름다운 오솔길이다. 안내판을 따라 걸어들어가니 계곡 건너 바위 위에 작고 아담한 풍암정이 보인다. 일년 365일 마르지 않는다는 계곡물을 건너 풍암정 마루에 앉아보니 거대한 무등산이 눈앞에 다가오는 듯 하다.

환벽당(광주 북구 환벽당길 10)은 조선시대 나주목사를 지낸 사촌 김윤제(1501~1572)가 노년에 후학 양성을 목적으로 건립한 정자다. 정면 3칸, 측면 2칸의 팔작지붕 목조와가로 광주시 기념물 제1호였다가 2013년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107호로 승격됐다. 정자와 연못 주위로 송림과 죽림, 주변 산들이 그림처럼 두르고 있는 이곳 별서원림에서 당대 최고의 석학과 시인 묵객들이 시문과 가사를 지었다. 김윤제의 제자 송강 정철도 16세 때부터 관계로 진출한 27세까지 이곳에 머물며 학문을 닦았던 것으로 전해온다.

취가정(광주시 북구 환벽당길 42-2)은 김덕령의 혼을 위로하고 기리고자 후손들이 1890년 김덕령이 태어나고 자란 곳에 세운 정자다. 1950년 6·25전쟁때 불타버린 것을 후손과 문족들이 1955년에 복건했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광주호 호수생태원과 광주호 전경.


#광주호 호수생태원, 천연기념물 왕버들군

원효사를 넘어 가사문화권을 따라 소쇄원으로 가는 길. 눈앞에 아름다운 호수가 나타난다. 담양 고서면과 가사문학면, 광주 북구에 걸쳐있는 광주호다. 담양호, 나주호, 장성호와 함께 영산강 유역 개발사업의 일환으로 고서천을 댐으로 막아 1976년 준공한 인공호수다.

이곳 광주호 호숫가 인근 18만㎡ 부지에 도심 속 자연학습장인 광주호 호수생태원(광주시 북구 충효샘길 7)이 조성돼 있다. 시민들이 많이 찾는 휴식공간이지만 동·식물들에게도 안락하고 쾌적한 서식처가 되고 있다. 멧토끼, 다람쥐, 두더지, 직박구리, 박새 등 포유류와 조류, 각시붕어, 가물치 등의 어류, 그리고 파충류, 곤충류, 수많은 수생식물의 서식지이기도 하다.

입구를 들어서면 드넓은 공원이 펼쳐진다. 나무데크와 버드나무가 끝없이 이어져 있고, 수생식물원, 생태연못, 야생화 테마원, 목재탐방로까지 갖춰져 있다. 습지보전지역으로 지정돼 있어 나무데크를 따라 걸어가는게 안전하다. 데크길을 따라 걷다보면 어느새 호수 전망대다. 가슴속까지 뻥 뚫리는 듯 푸른 호수가 눈앞에 펼쳐진다.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곳이다.

호수생태원은 계절별로 볼거리가 다양하다. 봄에는 노랑꽃창포와 생태둥지, 여름에는 수련과 메타세쿼이아길이 아름답다. 가을에는 코스모스과 꽃무릇 공원이 펼쳐지고 겨울에는 눈덮인 산책로를 걷는 것만으로도 낭만이다. 2018년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 당시 두 정상이 만나 회담을 했던 ‘판문점 도보다리’ 재현시설과 영국 ‘첼시플라워쇼’에서 최고상을 수상했던 황지해 작가의 작품을 재현한 ‘해우소:근심을 덜어버리는 곳’과 ‘고요한 시간:DMZ 금지된 정원’도 추천할만하다.

광주호 호수생태원 입구에는 천연기념물 제539호로 지정된 충효동 왕버들군이 자리하고 있다. 1500년대 후반에 심은 것으로 추정되는 왕버들은 세 그루지만 나무의 줄기가 굵고 잎이 무성한 여름에는 마치 숲은 이룬 것처럼 보이는 우리나라 최고의 왕버들군이다.

무등산 잣고개 전망대에서 보는 잣고개 야경은 광주의 명소로 꼽힌다.


#잣고개 야경 & 무등산 전망대

날이 저문 후 무등산 잣고개에 올라 야경을 보는 것도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 중 하나다. 광주 동구 산수오거리에서 원효사 방향으로 가다보면 구불구불 오르막길이 나오고 고갯마루에 광주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무등산 전망대가 자리한다. ‘잣고개’(광주시 동구 무등로 669)라 불리는 곳이다.

잣고개가 왜 잣고개인지에 대해서는 여러 설(說)이 있지만 가장 설득력을 얻는 건 ‘성(城)이 있는 고개’라고 해서 잣고개라고 불렀다는 이야기다. 잣은 우리말로 성(城)을 뜻한다. 실제로 전망대에서 위로 조금만 올라가다 보면 견고하게 쌓아진 성벽이 있다.

성벽앞에 다다르니 ‘무진고성 성지’(광주 북구 두암동 산 152-5)라는 입간판이 보인다. 성을 쌓을 당시 광주를 ‘무진주’라 불렀기 때문에 성의 이름을 ‘무진고성’이라 했으며, 무진주를 지키는 성이 있는 곳, 성으로 들어가는 고개라고 해서 ‘잣고개’라 불렸다는 이야기다. 성벽은 능선을 따라 이어져 있는데 성 바깥면은 돌로 쌓고 안은 돌과 흙을 섞어 채웠다.

과거에는 잣고개를 통해 담양과 광주를 넘어 다녔다고 전해진다. 지금이야 도로가 잘 포장돼 있어 자동차로 쉽게 오르내리지만 옛날에는 자갈길이었던 험난한 고개를 지게를 진 나무꾼과 등짐을 진 상인, 봇짐을 진 아낙들이 오갔다고 해서 ‘눈물의 고개’라고도 불렸단다.(도움말 지역문화교류호남재단 ‘광주 역사문화 자원 100’)

‘잣고개 야경’은 광주 8경에 포함될 정도로 명소로 꼽힌다. 한낮에도 광주 시내가 한눈에 들어오지만 해진 후의 야경은 도시를 더욱 아름답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전망대 앞쪽 갓길로 10여 대 주차를 할 수 있는데 양쪽으로 차가 지나는 도로이기 때문에 조심하는 게 좋다.

/이보람 기자 boram@kwangju.co.kr

/사진=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