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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감소 시대, 미래세대에게 어떤 도시를 물려줄 것인가
[도시 비전 토론회-자치단체장이 가져야 할 비전과 가치 모색]
김세용 “저출산·도심 쇠퇴…100년간 만들어온 도시 되돌아볼때”
조용준 “광주·전남 인구감소 심각…지자체장이 변해야 도시 변화”
김기호 “도심의 핵심은 ‘보행’…시민들 라이프 스타일 비전 제시”
김현숙 “인구감소시대, 확장 멈추고 지역 특성에 맞는 운영 적절”
안길전 “시민 참여·심의제도 변화…지속가능한 정책들 만들어야”
이정환 “시민들 승용차 중심 아닌 친환경 중심 보행도시 원해”
윤현석 “광주의 상징성·정체성·장소성 가진 구도심 활성화 시급”
2022년 06월 07일(화) 21:30
지난 5월31일 광주시의회에서 오는 7월1일 민선 8기 출발을 앞두고 자치단체장이 가져야할 비전과 가치를 모색해 보는 세미나를 개최했다. /나명주 기자 mjna@kwangju.co.kr
광주일보사는 창사 70년을 맞아 전국의 도시·건축 전문가들이 필진으로 참여하는 ‘행복해지려면 도시와 건축을 바꿔라’ 연중 시리즈를 연재중이다. 시리즈에서 전문가들은 교통, 공공공간 등 도시를 만들어가는 요소들에 대한 분석과 비판, 제안 제시 등을 해오고 있다.

광주일보사는 시리즈와 연계해 지난 5월31일 광주시의회에서 오는 7월1일 민선 8기 출발을 앞두고 자치단체장이 가져야할 비전과 가치를 모색해 보는 세미나를 개최했다. 행사는 광주시의회, 한국도시설계학회, 광주일보가 주최하고 한국도시설계학회 광주전남지회, 대한건축학회 광주전남지회가 주관했다.

‘인구 감소 시대, 지자체장 어떤 도시 비전을 가져야하나’를 주제로 열린 이날 세미나에서는 김세용(고려대 건축학과교수·한국도시설계학회장) 교수의 발제에 이어 조용준(조선대 명예교수·), 김기호(서울시립대 명예교수·세종시 총괄계획가), 김현숙(전북대 도시공학과 교수·전 새만금개발청 청장), 안길전(일우엔지니어링 건축사 사무소 회장·전 대한건축사회부회장), 이정한(광주시 산업건설위원회 위원장·전남대 토목공학과 외래교수), 윤현석(광주일보 부국장·전남대 지역개발연구소 위촉 연구원) 등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토론회에서 나왔던 의미있는 내용들을 소개한다.

김세용 고려대 건축학과교수
▲김세용=지금, 우리는 100년간 만들었던 도시를 되돌아봐야할 시점에 와 있다. 세계 여러도시들이 1~2인 가구 증가, 소득 양극화, 저출산, 고령화, 도심 쇠퇴 등 급격한 사회적 변화를 겪고 있다. 빠르게 다가오는 기후 위기와 코로나 19로 인한 변화는 지난 세기 동안 인류가 진행해왔던 도시 만드는 방식을 재점검하게 하고 있다.

그동안 해왔듯이 지속적인 도시 확장만이 해답이 아님은 자명하다. 인구가 도시로 집중하고, 이에 대한 해결로 신도시를 도시 외곽에 만들고, 이를 지지할 수 있는 인프라를 확장해가는 방식은 더 이상 효율적이지 않다. 지난 세기 동안의 도시 설계 방법에 변화를 줘야할 시점이며 이미 전 세계에서 ‘15분 도시’ 등이 진행중이다.

2029년을 기점으로 인구수가 급격하게 떨어지는 등 무엇보다 인구 감소는 대한민국의 가장 큰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인구 구성도 바뀌고 있다. 한 때 전형으로 여겨왔던 4인 가구는 25%에 불과하고 1·2인 가구가 60%에 달한다. 생활 패턴도 변화 중이다. 요즘 사람들은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고 싶어한다. 코로나로 급속화 되기는 했지만 재택과 온라인 쇼핑은 필수요소가 됐고 골목길 역세권이 재탄생하고 있다. 단위 면적 당 매출은 대로변 매장보다 골목길 훨씬 높다.

조용준 조선대 명예교수
▲조용준=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고령화율, 빈곤노인율, 부양 부담률이 가장 높고 출생률은 가장 낮다.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소멸하는 국가가 되고, 고령화로 인해 가장 타격을 받는 나라가 되는 등 인구감소에 대한 경고는 만연하지만 실제 이에 대응하는 지자체장은 없는 것 같아 아쉽다. 이번 단체장 선거에서도 그런 공약과 비전을 발견하기는 어려웠다.

전남은 30년 이내에 소멸할 시군이 22개 중 18개나 되고, 광주의 경우 출생 인구가 1980년 86만명에서, 2020년 27만으로 감소됐는데, 문제는 앞으로 더 심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우리 도시들은 이에 대응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지향점의 도시 비전과 정책을 전개해야한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축소지향형의 도시 구조 개편과 도심 기능 강화, 공통체 회복에 힘써야할 시점이다.

선진도시들은 오래전부터 혁신적인 지자체장이라 불리는 사람들에 의해 새로운 상황에 대응하는 다양한 도시 실현에 주력하고 있다. ‘15분 도시 파리’를 주창한 안 아달고 파리 시장이나 문화행정으로 도심을 재생시킨 요코하마 니카다 히로시 시장 등이 대표적이다. 단체장의 권한은 절대적이다. 지자체장이 변해야 도시가 바뀐다. 비확장 시대에 대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김기호 서울시립대 명예교수
▲김기호=각 자치단체가 안고 있는 문제의 해결책은 해당 자치단체 안에서 나와야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자치 단체 안의 요소들을 바탕으로 대안을 마련하고 정책을 구상해야하는데 단체장들이 자꾸 바깥에 가서 쇼핑하듯이 구경하고 와서 그 내용을 자기 자치단체에 적용하려고 하니 무리수를 두게 된다. 시민들의 라이프 스타일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민들이 어떤 방식으로 살 것인지, 그 생활방식을 가능하게 하는 도시 및 건축 공간을 어떻게 구상할 것인지 고민해야한다. 전국이 마치 단일인 것처럼 떠들지만, 여러가지 대안적 방식과 사고를 고려해 자신들만의 것을 만들어야한다. 우리 도시 사람들은 어떤 삶의 문화를 가지고 있는지 파악하는 게 급선무다.

또 어디에 살 것인가, 어떤 주거에 살 것인가, 이 도시에서 어떻게 움직이면서 살 것인가, 사람들과 어떻게 만나며 살 것인가 등도 연구해야한다. 1인 가구 증가 등 변화하는 형태에 대응하며 주거 공간 공급 역시 변화를 모색해야한다. 보행도시를 만드는 것도 의미 있다. 한달에 한번씩이라도 금남로 거리를 걷는 건 귀한 경험으로 자리잡는다. 내가 도시의 중심이고, 주인이라는 생각을 갖게 해줄 것이다.

▲김세용=인구 구조 변화에 대응한 도시 공간 가치 창출은 절대적이다. 이 때 등장하는 개념이 컴팩트 시티다. 2010년 이후 택지 공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지하철 등 인프라 투자 예산도 줄어드는 추세다. 도시 안의 저이용 토지를 활용한 도시공간의 재창조. 미래 세대를 위한 도시공간의 지속가능한 개발로 경쟁력을 확보해야한다. 공간의 입체화, 복합화와 함께 버스차고지와 빗물펌프장 등 공공주택을 짓는 등 지금까지 무신경했던 부분에 눈길을 돌려야한다. 이미 서울 연희동에서는 빗물펌프장 위에 공공주택을 짓는 프로젝트가 진행중이다.

김현숙 전북대 도시공학과 교수
▲김현숙=서울식 각종 도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상된 방안들이 중소도시, 읍면까지지 그대로 보급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도시의 계속적인 확장을 멈춰야한다. 외곽을 새롭게 개발하는 방법을 도심으로 가져와 그대로 적용하면 문제가 발생한다. 도심의 경우 개발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 인구감소 시대 도시 공간 관리의 기본은 공간의 합리적인 조정이다. 도심 재개발은 외곽 지역 개발과 달라야한다. 중소 규모, 중밀도를 유지하면서 공원, 녹지, 주차장과 등과 같이 도심에 부족한 ‘그린 인프라’를 중심으로 한 기반 시설을 통폐합하고 공공시설, 공폐가 등을 공공에서 공급해 중소규모 재개발이 갖는 경제성을 제고하는 게 필요하다.

윤현석 광주일보 부국장
▲윤현석=수도권의 일극 집중을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되며, 지방을 쇠락시키는 결정적인 원인이 되고 있는 신도시 정책은 폐기돼야 마땅하다. 앞으로의 도시계획은 따라서 미래 나타날 수 있는 문제들의 해법을 찾는데 주력해야 한다.

이 가운데 가장 시급한 것은 구도심 몰락에 대한 대책이다. 구도심은 광주의 상징성, 정체성, 장소성을 가지고 있는 곳이다. 구도심이 없다면 광주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시와 중앙정부는 구도심을 철저히 외면해왔다. 구도심에 대해 공공투자를 통한 기반시설의 개선이 진행돼야 할 것이다. 구도심 일대의 주거지역에 대한 거주편의성의 향상과 공원, 주차장 등의 집중적인 조성이 필요하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중심으로 다양한 공공시설을 배치하고, 보행을 중심으로 한 거리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비어있는 주택, 건물 등에 공공·민간투자로 박물관, 미술관, 역사관 등을 설치해 전당의 구심력을 높이면서 자동차 중심의 구도심 도로 시스템의 전면 혁신을 통해 보행, 자전거 중심으로 재편해야만 한다.

안길전 일우엔지니어링 회장
▲안길전=건축 정책이 만들어지면 지속가능해야하는데 그런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워 아쉽다. 정책은 연속성이 중요한데 실적 중심의 정책이 이어지면서 ‘누더기 정책’이 될 때가 많다. 지자체장이 바뀌면 정책도 바뀌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전문가 집단이 폐쇄적으로 도시 계획을 수립할 게 아니라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는 게 필요하다. 무엇보다 계획이 수립될 경우 시민들이나 관련 업계 종사자가 이를 잘 알 수 있도록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 건축심의는 건축 정책을 실현하는 유일한 수단이다. 건축을 컨트롤하는 것이 심의다. 하지만 아쉽게도 대부분의 지자체는 이같은 사실을 잘 모르고 있다. 지자체의 건축정책이 도시공간에 스며들기 위해서는 분리와 개별성의 건축이 되지 않아야한다. 개별 부지 건축이 아무리 우수해도 더 큰 전체로 하나를 지향하는 부분들의 총화가 없으면 이런 건축이 모인 도시는 혼란스럽게 된다.

이정환 광주시 산업건설위원회 위원장
▲이정환=기후위기, 코로나 등 다양하고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시민들의 인식변화도 있는 것 같다. 교통측면에서 승용차 중심의 도시보다는 대중교통과 보행을 위한 도시를 시민들은 원하는 듯 하다. 광주시민이 가장 원하는 정책 중 하나는 걷기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었다. 시민들은 코로나로 인한 격리생활의 답답함을 일상에서 보행을 통해 조금이나마 해소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보행공간 속에서 건강, 스트레스 해소 뿐만 아니라 가족들과의 소중한 대화의 시간도 가졌다고 생각한다.

그러기에 교통사고나 범죄 뿐만 아니라 각종 위해로부터 안전하고, 녹지와 볼거리, 스토리가 담겨져있는 청결한 보행환경을 원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게다가 기후위기를 겪으며 승용차보다는 대중교통으로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승용차 중심의 인프라 투자보다는 탄소배출량이 현저히 적은 대중교통 중심의 정책을 시민들은 원하고 있다. 친환경 녹색 보행도시 광주. 지금 시민들이 원하는 도시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김현숙=도시를 관리하는 데 있어 모든 것을 공공에서 해줘야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건 바람직하지 않다. 도시재생 학교 등 주민 스스로 도시를 관리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이 운영되는데 이를 잘 활용하면 도시 전체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민주사회 주민들이 직접 자기 도시를 관리하고 기획하는 것은 무척 의미있는 일이다. 지역 특성에 맞는 적절한 운영이 필요하다. 인구감소시대에는 새로운 자원의 확대 개발보다는 이미 보유하고 있는 잠재력 있는 자원을 상호 연결해 그 잠재력을 강화시키는 게 필요하다. 자치단체장은 지자체의 자원을 파악한 후 이를 상호 연결시킬 수 있는 안목이 있어야하고 쏟아지는 정보를 조합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밖에 중앙부처의 위원회와 지역 대학과 연구기관 등 전문 인력을 활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김세용=시민들은 도시문제 해결을 위한 지식 생산의 주체다. 도시발전의 파트너, 문제 해결의 파트너이기도 하다. 정보를 공유하는 게 필요한 이유다. 미래 세대에게 어떤 도시를 물려줄 것인가, 우리가 언제나 생각해야할 문제다.

/정리=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