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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단이 들어서니 맹간제 농업용수가 말랐어요”
광주 압촌동 농민들 모내기철 물부족 아우성
에너지밸리산단 조성에 외부 유입수 차단이 원인
대책위 진정…광주도시공사 “관정 뚫어 물부족 해결”
농민들 “미봉책 불과…남구청이 근본대책 마련해야”
2022년 05월 29일(일) 20:40
광주시 남구 대지동의 농민이 저수량이 크게 줄어든 농업용 저수지 ‘맹간제’를 보고 허탈해하고 있다. /나명주 기자 mjna@kwangju.co.kr
“당장 6월 말이면 이모작을 위해 논에 물을 대야 하는데, 산단을 조성하면서 끌어올 물이 사라져 버렸어요. 주변 농민들은 어떻게 농사를 지으라는 겁니까?”

광주시 남구 대지동 농민들이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농업용수를 끌어오던 광주시 남구 압촌동 ‘맹간제’가 주변에 광주에너지밸리 산업단지가 조성되면서 물 유입이 차단돼 저수량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대지동 농민 60명은 지난 18일 ‘대촌동 용수공급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산단 조성을 맡고 있는 광주도시공사에 진정을 냈다. 맹간제에 농업용수로 쓸 만큼 충분한 물을 공급하는 시설을 만들어 달라는 요구다.

맹간제는 산단 내에 있는 3만615㎡ 면적의 농업용 저수지다. 관할청인 광주시 남구에 따르면 맹간제는 1942년에 지어졌으며 현재 대지동, 지석동 23㏊의 농지에 농업용수를 공급하고 있다.

이곳 주변에서는 2018년부터 산단 조성 공사가 시작됐다. 공사는 석정·지석·압촌·대지동 일대 93만2312㎡ 면적에 걸쳐 진행되고 있으며, 준공 예정일은 오는 8월이다.

당초 광주도시공사는 농업용저수지인 맹간제를 용도폐지하고 공원으로 만들 계획이었으나, 대지동 농민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이에따라 산단 조성이 완료된 이후에도 맹간제는 농업용저수지로 유지되며, 주변에 남구에서 관리하는 공원이 들어설 계획이다.

맹간제는 현재 ‘정체 수역’으로, 저수량이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주변에 별도의 수원이 없는데다 산단 조성 공사 과정에서 물이 들어올 길을 막아버렸기 때문이다.

더욱이 2017년 영산강유역환경청이 진행한 환경영향평가 결과 맹간제는 법정보호종인 ‘가시연꽃’의 서식지로 밝혀졌다. 영산강유역환경청은 산단 내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로부터 가시연꽃을 보호하기 위해 배수로를 설치, 주변 빗물이 맹간제로 유입되지 않도록 만들 것을 광주도시공사에 지시했다.

외부 유입수가 없어지자, 광주도시공사는 2019년 지하수를 끌어오는 관정 2개를 설치했다. 다만 이들 관정은 지름 32mm로, 양수 능력이 하루 60㎥에 불과해 총 저수량 5만㎥인 맹간제를 채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실제로 광주도시공사 자체 측정 결과 맹간제 수심은 2019년 0.75m, 2020년 1.59m에서 2021년 0.1m 수준으로 감소했다.

비대위 관계자는 “공사 이후 지속적으로 용수공급 대체시설을 요구했지만, 광주도시공사는 형식적인 모양 갖추기에만 급급했다”며 “오는 8월 공사가 마무리되면 광주도시공사는 관리주체가 아니라며 발뺌하면 그만이다. 준공 이전에 확실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광주도시공사는 지름 300mm짜리 대형 관정 3개를 추가 설치해 지하수를 끌어온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근본적인 해결책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관할청인 광주시 남구의 무성의한 대응에도 농민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농민 송모씨는 “2018년부터 산단 조성이 시작돼 맹간제의 주 기능이 농업용저수지에서 공원으로 바뀌게 됐는데도 저수지에 기대 농사짓는 농민들을 위한 아무런 대책도 마련하지 않고 공사주체인 광주도시공사에만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며 “지금부터라도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