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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나눈 사람들에 대한 애틋함…김연덕 시인의 진솔한 일기, 액체 상태의 사랑
김연덕 지음
2022년 05월 20일(금) 10:00
사실, 누군가의 일기를 읽는 건 좀 어색한 일이기는 하다. 일기를 공개하는 사람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일 터. 그럼에도 일기를 엮어 책을 내고, 사람들이 그 글을 읽는 건 그 속에 담긴 일상과 이야기들이 문득, ‘나에게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민음사가 펴내고 있는 ‘매일과 영원’ 시리즈는 하루하루 지나가는 ‘일상의 기록’과 시간을 넘어 오래 기록되는 ‘문학 이야기’를 함께 엮은 기획이다. 작가들이 써내려간 일기이자, 그들의 문학론인 셈이다.

이번에 ‘액체 상태의 사랑’을 펴낸 김연덕 시인은 ‘사랑’에 대한 시를 줄곧 써왔다. 2018년 ‘대산문학상’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하고 지난해 첫 시집 ‘재와 사랑의 미래’를 낸 저자는 시상식에서도 ‘사랑과 사랑의 힘’에 대해 이야기했다.

2019년 2월20일부터 시작해 2022년 3월19일까지 써 내려간 글은 솔직하다. 헤어진 애인을 생각하다 울음을 터트리기도 하고, 좋아하는 이들에 대한 마음도 잘 고백한다. 조금은 조심스러운 듯한 문장으로 나긋나긋 곁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하다.

여러 편의 글 속에서, 인상적인 건 마음을 나누고 인연을 맺은 ‘사람들’에 대한 애틋함이다.

2021년 12월의 일기에는 광주에서 만난 39세 연상의 ‘애화씨’ 이야기가 실렸다. 글쓰기 수업을 위해 광주에 내려온 그는 어린 선생의 수업에서 가장 많이 고개를 끄덕이고, 눈으로 많은 말들을 해 준 애화씨의 제안으로 광주극장을 찾아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를 함께 보고, 간판실 등 극장 구석구석을 구경한다.

그리고 2개월이 지난 후 서울을 찾은 그와 함께 ‘자신이 아끼고 좋아하는’ 공간에 머물고 애화씨가 자신에게 주었던, ‘다른 세계에 대한 애정’이라는 신비한 창을 먼 훗날 누군가에게 내 줄 수 있기를 바란다.

헤어져 있어 애틋함이 깊어진, 도쿄에서 살고 있는 쌍둥이 혜덕과 원로목사가 모아온 일본 신학자들의 오래된 고서적을 일일이 닦고, 오래된 옛집을 함께 찾는 부모에 대한 이야기도 눈길을 끈다.

그녀가 다녀갔고, 마음을 둔 공간들은 한번쯤 방문하고 싶어진다. 그녀는 신자도 아니면서 집 앞 성당 봉헌초 함에 초를 넣고 그 초들이 바닥을 보이며 타들어가는 모습을 보기도 하고, 친구들을 데려가 그들이 어떤 색의 초를 고르는지, 어떤 표정으로 불을 붙이는지도 본다.

또 일기에 등장하는 앤 카슨의 시집 ‘짧은 이야기들’, 미즈노 루리코의 ‘헨젤과 그레텔의 섬’, 아니 에르노의 ‘사진의 용도’, 존 버거의 책들은 한 번쯤 읽어보고 싶게 만든다. 책 갈피 갈피에 ‘재와 사랑의 미래’, ‘놀라지 않는 이 사랑의 삶’ 등의 시를 함께 실었다.

지금까지 문보영(일기시대), 강지혜(오늘의 섬을 시작합니다), 유계영(꼭대기의 수줍음), 소유정(세 개의 바늘) 작가의 책이 출간됐고, 앞으로 소설가 정용준의 ‘소설만세’(가제)가 예정돼 있다.

<민음사·1만40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