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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주의와 환경 파괴-김원명 광주원음방송 교무
2021년 11월 19일(금) 01:00
[김원명 광주원음방송 교무]
무릇 형상 있는 것이 다 허망한 것인 줄 알면 진리를 깨닫게 되리라 하였다. 형상이 있는 것에 대한 집착을 벗어나는 건 고뇌로부터의 해탈일 뿐 아니라 바로 지구 자원을 아끼고 환경을 보존하는 일차적 처방이며 궁극적 해법이기도 하다.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 취급한 인간의 오만과 이기심은 자연을 훼손하여 인공의 힘을 과시하고 욕구를 극대화하여 왔다. 가능한 많은 영역을 자기의 소유로 하고, 넓고 높은 구조물로써 인간의 능력을 과시해 왔다.

몰락한 문화들의 유산으로 남아있는 것은 모두 불가사의라 할 수 있는 거대한 것들이다. 고대 이집트 문화가 남긴 피라미드가 그렇고, 진시황이 쌓은 만리장성이 그렇고, 로마의 콜로세움 극장이 그렇다. 모두가 당시의 영화와 권세를 상징하는 것이다. 당시 제왕들의 거대주의 환상으로 인해 겪어야 했던 민중의 고통과 물자의 낭비가 어떠했을까. 10만 명의 농민이 매년 3개월씩 동원되어 20년이 걸려서 완성했다는 피라미드의 건설 과정. 인류의 역사상 유례를 찾을 수 없는 토목공사라 불리는 만리장성을 축조하는 데 동원된 농민들의 고초. 5만 명의 인원이 들어갈 수 있는 넓이의 원형극장을 세우기 위해 동원된 노예들의 희생. 그리고 그 원형투기장 안에서 벌어졌던 갖가지 살육전. 이 모두가 거대주의에 사로잡힌 인간들의 환상과 오만의 극치를 보여주는 것이며 그 결과가 어떠한 것인가를 증명하는 유산들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한 치의 뒤돌아봄도 없이 힘이 미치는 대로 더 많은 것을 탐하여 대단한 성취인 양 자랑해 왔다. 거대한 시설물은 시설 조성을 위해 소요되는 자원의 문제뿐 아니라 그 시설을 이용하는데 드는 에너지의 소비도 심각한 문제가 된다. 기술의 발달로 과거와는 비교될 수 없을 만큼 빠른 시일에 더 높고 더 큰 시설물들을 조성하다 보면 앞다투어 자원을 축내고 환경을 파괴하는 결과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 이러한 헤아림 없이 대형화를 향해 줄달음하는 거대주의의 환상에 젖어 있다면 공멸의 위기를 자초하게 될 것이다.

외국의 경우는 제쳐 두고라도 서울 최고층 빌딩의 하루 전기 소모량이 강원도 전 주민의 일일 전기 사용량보다 많다고 하니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시골 관광객 유치하여 매연에 가득 찬 서울 풍경을 전망하고, 바닷속 물고기들을 억지로 잡아다 희귀 어종이라며 구경시키고, 각종 수입 상품과 사치성 상품을 판매하는 데 필요한 전력을 충당하려고 화석연료를 태워 지구를 오염시킨다. 또 위험천만한 원자력 발전소를 가동시켜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서울에만 해도 이와 비슷한 건물들이 여러 곳에 있고 이제는 대형이 아니면 장사가 안 된다 하여 울며 겨자 먹기로 대형 매장을 건설한다. 가게도 슈퍼라는 말은 이미 사라졌고 대형 마트, 창고형 마트 아니면 팔리지 않는다. TV도 냉장고도 그리고 아파트도 승용차도 대형을 희망한다. 대형이 가져오는 피해가 어떤 것인지 헤아림도 없이 큰 것이 좋은 것이라는 환상에 사로잡혀 있다.

최근 조사에 의하면 성직자들 대부분이 물량주의를 현 사회의 문제점이라 지적하면서도 동일한 조사에서 대형 건물을 갖고 싶다는 희망은 70%로 나타났다고 한다. 물량주의를 병폐로 보면서도 대형 건물을 선호하고 동양 최대라는 소리를 듣고 싶어 망치 소리와 중장비 소리로 조용할 날이 없고 자원을 파괴하고 헌공이나 시줏돈을 축내는 일이 벌어지는 이중성은 성직자들마저도 거대주의의 환상에 젖어 있다는 실증이다. 우리의 삶을 가능하게 하는 천지만물을 ‘아껴 쓰고 나누어 쓰고 다시 쓰는’ 알뜰함이 없다면 지구는 생명의 터전으로서 기능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육체적 생존을 위해 소비를 최소화하는 일은, 소비가 미덕이라는 착각이나 세계 제일의 환상에서 벗어나 정신적 삶을 풍요롭게 한다. 이것이 바로 작은 것에서 아름다움을 찾는 일이다. 종교마저 ‘대형 건물’이나 ‘동양 최대’를 꿈꾼다면 사람들은 허망한 행동을 하고 있다고 비웃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