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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에 멈춰진 일상…학동 참사 유족들 애끓는 추석
‘광주 철거건물 붕괴사고’ 100일
“비극의 현장 지날 때 마다 눈물”
21일 현장에서 희생자 추모제
재개발사업 철저한 수사 필요
진상규명·처벌 끝까지 지켜볼 것
재발 막을 ‘학동법’ 제정 됐으면
2021년 09월 16일(목) 00:00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동구 학동 4구역 재개발 구역 내 철거건물 붕괴 현장에서 지난 8월 27일 법원의 현장검증이 열렸다. 불법 재하도급 업체 대표 등이 재판부에 사고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학동 재개발구역 철거건물 붕괴사고’가 16일로 100일을 맞았다.

사고로 무너진 건물에서 금방이라도 돌아올 것 같은 가족들 생각에 한동안 현장을 떠날 수 없었던 유족들은 사고 이후 100일 지나면서 계절이 바뀌었지만 “사고당일인 6월 9일 오후 4시 20분에 멈춰있는 것 같다”고 입을 모은다. 현장을 지날 때마다 눈물이 나고 잠깐 잘 때에도 떠나간 가족 꿈을 꾼다는 유족들은 추석을 맞아 오는 21일 사고 현장에서 먼저 간 가족들을 기억하는 행사를 연다.

완전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될 때까지 지켜보겠다는 다짐과 더이상 비슷한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하는 자리라는 게 유가족들의 설명이다.

◇추석날 붕괴 현장에서 희생자 추모제=15일 광주시 동구 등에 따르면 유가족들은 추석인 21일 오전 10시 학동 붕괴사고 현장에서 ‘희생자 추모제’를 연다.

애초 유족들은 가족들만의 조촐한 차례를 계획했지만 참석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국회의원 등이 많아 추모제 형식으로 바꿨다. 추모제는 코로나 상황을 감안, 유족과 자치단체장, 정치인 등 50명 미만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다. 이후 오후 5시까지 일반 시민들의 헌화와 분향도 가능하다.

유족들은 추모제를 계기로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및 참사 재발을 막기 위한 이른바 ‘학동법’ 제정에 힘을 보탠다는 입장이다.

이진의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관련법 정비를 통해 비슷한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활동을 펼칠 것”이라며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기리는 또 다른 방식”이라고 말했다.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이제 법원으로=‘광주 학동 재개발구역 철거 건물 붕괴사고’의 원인과 책임자들에 대한 처벌은 이제 법원으로 넘어갔다.

경찰은 사고 발생 후 원칙을 저버린 철거공사, 부실한 감리와 형식적 감독, 다단계 불법 하도급과 현장 관계자들의 안전불감증 등이 맞물리면서 빚어진 참사라는 수사결과를 내놓았다.

현재 법원에서 진행중인 관련 재판은 모두 5건으로, 사고현장에서 철거작업을 하던 재하도급업체 대표, 현장 관리를 맡은 하도급 업체 직원, 하도급 업체와 이면 계약을 맺고 공사에 뛰어든 철거업체 직원, 철거공사 원청인 재개발 아파트 시공사 소속 직원, 안전 의무를 외면한 감리자와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 하도급 업체 한솔, 재도하급 업체 백솔 등에 대한 업무상과실치사, 산업안전보건법위반, 건축물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에 대한 법정 다툼이 진행중이다.

◇추가로 밝혀내야할 것은=유족들은 원청업체인 현대산업개발이 불법 재하도급 여부를 알고도 묵인하면서 참사로 이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업체 간 공사 나눠 먹기, 공사비 후려치기, 단가 부풀리기 등 재개발사업 과정의 비리가 부실한 공사로 이어지면서 참사를 불러왔다는 점에서 재개발사업 전반에 걸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미국으로 도주했다가 최근 귀국, 구속된 문흥식 전 5·18구속부상자회장이 지난 2017년부터 2019년 사이 재개발조합과 계약을 체결해주는 대가로 철거업체 2곳·정비기반업체 1곳으로부터 억대의 돈을 받아 챙긴 혐의(변호사법 위반 등)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학동 4구역 재개발사업 복마전 비리가 드러날 지 주목된다.

한편, 학동참사 시민대책위원회는 15일 성명을 내고 “현대산업개발이 재개발조합에 공사비 1500억원 증액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조합이 대의원대회를 열어 참사 유가족에게 먼저 15억원씩 보상금을 주고 나서 현대산업개발과 공사비 증액 협상을 통해 되돌려 받는 방안을 논의했다”면서 “광주시가 현대산업개발과 재개발조합의 공모 정황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