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소송 중이던 아내 교통사고 사망…자동차는 진실을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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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소송 중이던 아내 교통사고 사망…자동차는 진실을 알고 있었다
차 정면충돌 사망케한 남편 징역 20년 선고
해남경찰, 사고기록장치 분석 복원
충돌 전 가속·핸들 각도 결정적 증거
2021년 04월 20일(화) 22:50
이혼 소송 중인 아내의 차를 정면 충돌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남성은 “아내와 대화하기 위해 차량을 세우려고 했을 뿐 고의로 들이받은 게 아니다”고 맞섰다.

하지만 차량 사고기록장치(EDR·Event Data Recorder)는 사고 당일의 진실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광주지법 해남지원 형사 1부(재판장 조현호)는 이같은 증거 자료 등을 토대로 A(52)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5월 19일 오후 6시 10분께 해남군 마산면 도로에서 자신이 몰던 쏘렌토 차량으로 마주오던 부인 B(47)씨의 모닝 승용차와 정면 충돌해 부인을 숨지게 한 혐의(살인·일반교통방해치상 등)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이혼 소송중이었다. 남편 A씨는 121㎞의 속도로 차량을 몰고 중앙선을 침범, 부인의 차량 운전석을 들이받아 숨지게 했다는 게 경찰 수사 결과였다. A씨는 ‘아내와 이야기를 하기 위해 차량을 멈춰세우려다가 빚어진 일’이라고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하지만 해남경찰이 분석해 법원에 제출한 쏘렌토 자동차의 사고기록장치는 A씨의 당시 운전 행태를 고스란히 보여줬다

EDR은 자동차관리법에 의해 사고 전후 5초 동안의 페달 조작이나 엔진 상태, 핸들 조향 각도 등을 실시간 기록하는 등 15개 필수 항목과 30개 추가항목을 담고 있다.

충돌로 에어백이 작동한 경우 EDR 데이터가 영구 저장되고 에어백이 펴지지 않더라도 0.15초 이내로 진행 방향의 속도변화 크기가 시속 8㎞ 이상이면 기록된다. 국내외 대부분의 신차(현대·기아차 경우 차종에 따라 2009년식 모델부터)에는 장착된 상태다.

A씨의 차량 EDR은 충돌 1초 전 갑자기 가속페달을 밟은 기록을 담고 있었다. 반대 차선에서 오는 차량을 멈춰세울 의도였다면 자신의 차량 속도를 줄이면서 상대 차량의 진로를 방해하려는 움직임으로는 보기 힘든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대목이다.

또 좌측으로 핸들을 꺾은 점, 충돌 0.5초 전 가속페달 변위량이 99%, 조향핸들 각도가 35도로 바뀌었다는 기록도 확인됐다.

충돌 0.5초 전부터 브레이크에서 발을 뗐고 진행방향 우측으로 핸들을 틀어 시속 121km의 속도로 운전한 기록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A씨가 아내의 차량을 발견하고 오히려 가속하면서 중앙선을 침범했고 충돌할 때까지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다는 점까지 반영, 재판부는 살인의 고의가 있다고 판단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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