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이 조합장? 재개발·재건축 조합장이 뭐길래
  전체메뉴
직업이 조합장? 재개발·재건축 조합장이 뭐길래
시공사 선정 등 사업 추진 과정 영향력 막강…정치권 못지않은 과열·혼탁 선거
이권 개입에 비리 다반사… “정비사업에 공공이 참여해 전문성·투명성 높여야”
2021년 03월 21일(일) 22:40
광주에서 진행중이거나 추진 예정인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100곳에 달하는 가운데, 조합장 선거의 과열·혼탁과 조합장의 이권 다툼으로 인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21일 광주시 등에 따르면 광주에만 94개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에 100여명의 전·현직 조합장들이 활동하고 있다.

조합장은 조합원 뜻을 모아 사업 방향 등 각종 의사결정을 하는 조합의 대표로 정비사업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기업으로 본다면 대표이사(CEO)인 셈이다. 추진위 단계부터 입주 이후 조합 청산까지 수백 억원 규모의 사업을 맡아 이해 당사자 간 갈등을 해소하고, 사업을 성공시키는 것이 이들의 역할이다.

업계에서는 조합장이 정비업체나 시공사의 수주전쟁에 ‘눈 한번 질끈 감으면 평생 먹고살 것 번다’는 얘기가 횡행할 정도로 조합장의 권한은 막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조합장 선거는 정치권 선거를 방불케 할 정도로 치열해 조합내부의 갈등은 물론 소송전으로까지 비화되기도 한다.

광천동 주택재개발정비조합에서는 조합장 경합이 치열했던 지난해 조합장 선거 후보 등록 전부터 사전 선거운동이 벌어져 광주시선거관리위원회의 경고까지 받는 등 흡사 정치 선거의 복사판이었다.

염주주공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조합장 선임 결의를 놓고 총회결의 무효확인 소송이 제기되는 등 내부 갈등이 이어지다 7개월 만에야 마무리 됐다.

일반적으로 재건축 조합장은 500만원 안팎의 월급을 받는다는 게 지역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연봉만 놓고 보면 6000만원 수준이지만, 상여금에 판공비까지 수천만원을 별도로 쓰기 때문에 실제 수입은 연 1억원을 넘는 경우도 많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최근 일부 조합에서는 성과급이 문제가 됐다. 임동(유동)재개발조합에서는 재개발 성공을 이유로 조합장 2억5000만원, 상근이사 2억원, 감사 8000만원 등 조합임원에게 성과급을 지급한다는 안건을 이사회 및 대의원회의 의결을 진행하려다 논란이 됐다. 결국 조합원들의 반대로 모든 조합원 전체에게 이익금을 동일한 비율로 분배하자는 안건으로 재조정돼 조합총회 의결을 앞두고 있다.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조합장의 말로가 평탄하지 않은 경우도 많다. 수백에서 수천여 조합원의 재산권을 대표하는 막중한 책임을 지고있는 만큼 유혹의 손길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공사 선정이나 용역업체 선정을 놓고도 이권을 노린 업체들의 유혹으로 비리가 이어져 일부 조합장은 구속되기도 했다.

지산주택조합 전 조합장 A씨는 업무대행사의 사기 행각을 파악하고도 형사고발 하지 않고 묵인한 대가로 부인이 운영하는 공인중개업체가 2억원 상당의 용역계약을 따냈고, 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돼 재판이 진행중이다. A씨는 또 자신의 아파트를 2억원에 업무대행사와 매매계약을 하고도 다시 2억7000만원으로 증액해 지급받은 혐의도 받고있다.

풍향구역 재개발정비사업 전 조합장도 재개발 과정에서 도시정비업체로 선정해주기로 하고 2016년부터 2019년까지 4억7000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징역 5년에 벌금 4억7000만원·추징금 2억3500만원을 부과받았다. 풍향동 재개발은 조합장과 조합임원들까지 모조리 비리에 연류 돼 사업 추진이 답보상태다. 결국 지난해 4월 법원은 직무대행자를 선임해 1년 가까이가 지난 이달 20일에서야 새로운 조합장 선거를 위한 선관회 구성 총회가 열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한 번 재개발·재건축을 성공시키면 ‘스타 조합장’으로 떠올라 또다른 재건축 단지에서 활동하기도 한다. 이들에게는 직업이 조합장인 셈이다.

이와 관련 이봉수 현대계획연구소 소장은 “공공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재건축·재개발조합의 전문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비사업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핫이슈

  • Copyright 2009.
  • 제호 : 광주일보
  • 등록번호 : 광주 가-00001 | 등록일자 : 1989년 11월 29일 | 발행·편집·인쇄인 : 김여송
  • 주소 :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 224(금남로 3가 9-2)
  • TEL : 062)222-8111 (代) | 청소년보호책임자 : 채희종
  • 개인정보취급방침
  • 광주일보의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