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 있는 명화들 과학으로 살아났네…‘미술품 치료’의 세계
[박성천 기자가 추천하는 책]
예술가의 손끝에서 과학자의 손길로
김은진 지음
예술가의 손끝에서 과학자의 손길로
김은진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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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외선 촬영을 하면 색맞춤 처리를 한 부분이 검게 나타나는 작가 미상의 19세기 풍경화 이미지(위)와 일반 조명에서 보이는 작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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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칸의 시스티나 성당은 종교적 상징성을 지닌 곳이다.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가 진행되지만, 한편으로 미켈란젤로가 성당 천장에 그린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가 있기 때문이다. 500년 전에 완성된 그림은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선명한 색을 띠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미술 복원에 있다. 오랜 세월 반복해서 진행된 복원 처리가 있었기에 보존이 가능했다.
렘브란트의 그림 ‘야간순찰’은 대체적으로 어둡다. 당시 집단 초상화의 일반적인 유형과 달리 개개인의 움직임을 역동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러나 이 그림은 몇 번의 공격을 받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저자에 따르면 1975년에는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이 칼로 갈기갈기 찢었다.
![]() 복원가가 미술품을 복원하고 있는 장면. |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그림 가운데 하나다. 네덜란드 헤이그 마우리츠하위스 미술관에 소장돼 있는데 ‘네덜란드 모나리자’라고도 한다. 350년 전에 그려진 탓에 소녀의 얼굴에는 수많은 균열이 생겼다. 어느 과학자는 “오른쪽 뺨에 왼쪽 뺨보다 더 큰 다각형 균열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미술관 보존가들은 “1882년 그림을 배접하면서 물을 혼합한 접착제를 사용한 기록이 남아 있었고, 이 과정에서 캔버스가 심하게 줄어들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책은 이처럼 미술품 복원을 둘러싼 사례와 보존가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또한 미술품 복원에 과학이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도 설명해 준다. 이러한 과정은 결국 미술품을 안전하게 보존해 후손에게 물려주기 위한 지난한 노력으로 수렴된다.
사실, 우리는 오래된 것을 허물고 새로 짓는 일에 익숙해져 있다. 물론 오래된 것을 버리고 새것을 들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저자는 말한다.
“오래된 것을 조금만 더 소중히 간직하면 그것은 역사가 된다. 다시 한번 자세히 살펴보면, 액자는 우리가 잊고 있었던 작품의 이야기를 내놓기 시작한다. 그림을 가두는 틀이 아니라 바깥세상과 그림을 연결하는 다리가 된다.” <생각의힘·1만7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