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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新) 개미와 베짱이
2020년 09월 25일(금) 00:00
김원명 광주원음방송 교무
베짱이 서점에 ‘베짱이와 개미’ 이야기가 나왔다. 어느 추운 겨울, 별로 할 일이 없던 베짱이가 ‘베짱이와 개미’라는 책을 서점에서 재미있게 읽고 있었다. “아니, 이럴 수가?” 이 책에는 베짱이들이 여름에는 신나게 놀기만 하다가 겨울이 되면 염치 불구하고 양식을 얻어 먹는 게으름뱅이라고 써 있었다. 베짱이들은 이 이야기를 듣고 노발대발하여 한겨울에 긴급 회의를 열었다. 회의 제목은 “베짱이가 정말 게으른가?”였다. 의장인 베베가 말했다. “여러분들도 이 ‘베짱이와 개미’ 책을 읽어 보셨겠죠? 어떻게 이럴 수가 있습니까?”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우리가 열심히 노래를 했기 때문에 개미들이 열심히 일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맞습니다” 옆에 있던 칭칭이도 거들었다. “옳습니다. 내년 여름에는 노래를 부르지 맙시다” “동의합니다” 화가 난 베짱이들은 너도나도 소리쳤다.

짱짱이의 의견은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다. 봄이 지나고 여름이 왔다. 여태까지 베짱이의 노랫소리에 맞추어 일하던 개미들은 베짱이의 노랫소리가 안 들리자 일할 맛이 안 났다. “베짱이의 노랫소리가 안 들리네?” “아, 힘들어 이것만 하고 그만하자” 이렇게 거의 모든 개미들은 일을 하는 둥 마는 둥하고 나머지 시간은 집에서 놀기만 했다.

무더운 여름이 지나 겨울이 왔다. 흰 눈이 펄펄 내리자 개미 집안은 발칵 뒤집혔다. 왜냐하면 개미네 집에서는 여름에 놀기만 했기 때문에 먹을 것이 없었다. 마침내 개미들이 픽픽 쓰러지기 시작했다. 보다 못한 여왕개미 ‘왕미’가 베짱이들을 찾아갔다. 내년 여름에는 꼭 노래를 불러달라고 부탁하러 가보니 베짱이들도 제 정신이 아니었다. 여름에 노래를 안 불러 머리가 아파 죽는 베짱이들이 수두룩했다. 이 중엔 ‘노래를 부르지 말자’는 의견을 낸 짱짱이와 칭칭이도 포함 되었다.

결국 살아남은 개미와 베짱이들이 의논을 했다. 내년 여름에 베짱이들은 개미들의 기분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 열심히 노래를 부르고 개미들은 그 대가로 겨울에 베짱이들이 먹을 양식을 나눠주기로 했다. 그리하여 이제 두 집안은 다시 평화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이 글은 김선규라는 어린이가 쓴 창작 동화다. 이 동화를 읽고 그 발상(發想)의 전환에 깜짝 놀랐다. 그동안 어릴 때 읽었던 ‘개미와 베짱이’라는 동화의 영향으로 개미는 언제나 부지런하고 성실한 반면 베짱이는 놀기만 좋아하는 게으름뱅이라는 생각을 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선규의 동화를 통해 고정관념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이번 추석 명절을 앞두고 그나마 통제권에 들어올 듯 말 듯한 코로나19 상황을 걱정하고 있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사회적 거리를 두기 위해 추석에 차례를 지내거나 고향 방문을 하지 않겠다는 사람이 늘었다고 한다. 그러나 반대로 차례를 지내거나 조상에 성묘도 하지 않는 것에 대한 반대의 의견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는 이처럼 자신도 모르게 고정된 사고의 틀에 의해서 생각하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유연한 사고는 바로 나만 옳고 너희는 틀리다가 아니라. 남녀의 차이나 지역의 차이 특정 사회나 문화가 가지고 있는 사고 방식이나 신념을 어느 때는 남의 입장에서 유연하게 전환하는 것이 현 시대에 중요한 덕목이지 않을까 싶다.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하늘과 바람, 그리고 공기마저도 깨끗한 이 시기 만나고 싶고, 보고 싶고, 가고 싶고, 하고 싶은 것을 참고 견딘다는 생각보다 배려하고 함께한다는 생각을 가질 때 온 세상이 다르게 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