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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전남 최악 물폭탄 … “물난리도 산사태도 인재”
구례·곡성 주민들 “섬진강댐 홍수조절 실패로 물난리 … 전남도 방치 토사더미 산사태 불러”
광주시민들 “상수도본부 상수도관 파손 늑장 대처 … 대촌·서창 수문이 열려 영산강 물 역류”
2020년 08월 09일(일) 22:10
8일 오후 구례군 구례읍 시가지가 폭우로 잠기자 구조대가 고무보트를 타고 고립된 주민을 구조하고 있다. /최현배 기자choi@kwangju.co.kr
사상 초유의 호우 피해를 겪고 있는 광주·전남 시·도민들 사이에 행정당국의 안일한 재난행정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섬진강 역류로 시가지 전체가 물에 잠긴 구례군에서는 영산강홍수통제소와 한국수자원공사의 홍수 조절 실패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산사태로 5명이 사망한 곡성에선 전남도가 도로공사를 위해 마을 윗산에 방치한 거대한 토사더미가 산사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지난 4일 수도권과 중부지방을 강타한 집중호우 피해 상황과 관련,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예방점검과 선제적인 사전조치를 주문한다”고 강조한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가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광주에서도 상수도사업본부는 호우로 상수도관이 파손돼 50여 가구가 단수피해를 입고 있는데도 늑장 대응하고 호우 피해 집계마저 누락하는가 하면, 일부 자치구는 시민들의 호우 피해 접수마저 거부해 시민들의 반발을 샀다.

재난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에 따라 단시간 집중호우로 도시 전체가 침수피해를 입는 사례가 고착화되고 있는 만큼, 하수관로 정비, 펌프장 증·신설 등 기존 배수시스템 개선과 함께 저류기능 확보 등 도심 물 순환 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조언 등을 내놓고 있다.

9일 광주시와 전남도 등에 따르면 지난 8일 오전 7시께 발생한 서구 서창동 서창대교 인근 마을침수는 고장나 개방된 배수관문으로 갑자기 불어난 영산강 물이 역류하면서 발생했다. 배수관문 관리를 맡고 있는 서구청은 “관문이 고장나 열려 있었다. 익산지방국토관리청에 수리를 요청했으나, 수리가 되지 않았다”고 책임을 떠넘겼다.

같은 날 같은 시간대 비슷한 침수 피해를 당한 남구 대촌동에선 한국농어촌관리공사에서 관리중인 수문이 아예 사라지는 바람에 범람하는 강물을 막지 못하고, 침수피해를 입었다. 주민들은 “공사에서 2~3년전 수문주변을 공사한 후 수문이 갑자기 사라졌다”고 주장했고, 공사측은 “수문이 있었는지 조차 몰랐다. 다시 설치하겠다”고 답했다.

광주시 상수도사업본부의 안일한 늑장 조치도 비난을 샀다. 상수도사업본부는 지난 7일 오후 5시께 북구 망월동 주민들로부터 폭우에 따른 단수피해를 접수받고도 2시간 가까이 현장조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3~4시간이면 해결될 보수공사는 늑장대처 탓에 다음날 오후 5시께야 마무리됐다. 상수도사업본부는 호우 피해로 발생한 이날 단수사고를 은폐하려는 행태마저 보였다. “단수는 따로 집계하지 않는다”며 시 호우피해 집계에 누락했다가, 언론 취재가 시작되자 슬쩍 끼워넣은 것이다.

북구청은 일부 시민의 호우피해 접수를 받지 않아 원성을 샀다. 하수도관 역류로 상가침수 피해를 입은 안모씨는 “폭우에 따른 하수도 역류 피해가 명백한데도, 피해접수를 받아주지 않아 황당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폭우로 침수피해를 입은 담양읍 주민들이 9일 오후 침수가 된 집에서 가재도구를 꺼내 물로 씻어내 볕에 말리고 있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전남에서도 어설픈 재난행정의 민낯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6일부터 사흘간 쏟아진 비로 전체 1182가구가 침수피해를 입은 구례군에선 구례읍의 피해가 컸다. 구례읍은 섬진강 지류인 서시천을 따라 형성됐는데, 유량을 감당하지 못한 서시천 제방 일부가 무너지고 범람해 읍내로 물이 밀려들었다고 한다.

물난리 원인에 대해 기록적 폭우와 함께 영산강홍수통제소와 한국수자원공사의 홍수조절 실패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섬진강 상류에 자리잡은 섬진강댐이 폭우가 쏟아진 지난 8일 하류 홍수 피해 예방을 위해 수문 개방을 최소화했어야 하는데 되레 큰 폭으로 개방하면서 구례읍 물난리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실제 1일부터 8일 오전 6시까지 초당 50~600t을 방류하다가, 2시간여 뒤인 오전 8시부터 초당 1000t으로 늘렸고 1시간이 지난 오전 9시에는 초당 1800t 이상의 물을 쏟아냈다. 구례읍 등 구례군 대부분 지역이 침수된 시간과도 겹친다.

영산강홍수통제소측은 “최대 200㎜라는 기상청 예보를 토대로 수위를 조절해왔으나, 역대급 폭우가 쏟아져 방류량을 늘리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주민 5명의 목숨을 앗아간 곡성군 성덕마을 ‘산사태’와 관련해선 전남도 책임론도 나온다. 주민들은 “마을에서 500m 위쪽, 산 중턱 도로 부근에 쌓인 엄청난 양의 흙더미가 무너져 내린 게 원인”이라며 “무너져 내린 토사는 전남도가 국도 15호선 직선화 공사를 진행하면서 쌓아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남도도 일부 인정했다.

/박진표·김형호 기자 lucky@kwangju.co.kr

/구례·곡성=정병호·김민석 기자 jusb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