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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일빌딩서 5·18 목격자의 역사해설 들어보세요”
[‘전일빌딩 245 ’ 9·10층 역사관 해설사 홍성표 씨]
당시 광주관광호텔서 근무 중 헬기 사격 목격…2017년 특조위서 증언
지난해부터 해설사로 제2 인생…목격담 엮은 ‘호텔리어의 오월 노래’ 발간
2020년 05월 24일(일) 19:25
“전일빌딩을 찾아오는 사람들은 반응이 달라요. 사진과 기록을 보며, 관람객들마다 한결같이 ‘이날, 내가 이 근처에 있었다’고 말합니다. 광주 시민 전체가 5·18을 겪었고, 지금까지 가슴에 묻고 살아왔지요.”

지난 11일 개관한 ‘전일빌딩 245’ 9·10층 역사관에서 해설사를 맡고 있는 홍성표(65)씨는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5·18을 기억하고 있다. 전일빌딩(광주일보 옛 사옥)은 호남언론의 태자리이자 5·18민주화운동 등 광주의 역사현장을 지켜온 공간이다. 또 호남 최초 언론인 광주일보가 있었던 곳으로, 5·18 당시엔 일부 국내외 기자들이 기사를 작성해 외부로 알린 장소로도 유명하다.

홍씨는 1980년 5월 전일빌딩 앞 광주관광호텔에서 근무하던 호텔리어였다. 그는 지난 2017년 국방부 5·18 특별조사위원회에서 ‘헬기 사격’을 증언한 ‘목격자’다.

홍씨는 평생을 관광업계에 몸담았다. 곡성 출신으로 1977~1981년 광주관광호텔에서, 1981~1983년 신양파크호텔에서 근무했던 그는 이후 국제호텔, 뉴월드호텔, 프라도호텔 등에서 총지배인, 본부장, 총괄이사 등을 맡았다.

퇴직 후 지난해 5월부터 해설사 일을 시작한 그는 학생독립기념관, 무등산 분청사기 전시관, 광주박물관, 시립박물관 등을 거쳐 최근 전일빌딩에 배치됐다.

그는 “10년 넘게 해설사 일을 해 온 베테랑 해설사들도 많은데, 입문자인 내가 우연찮게 전일빌딩에 배치됐다”며 “40년 전 현장에서 지켜봤던 전일빌딩에 돌아와 근무하니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홍씨는 광주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을 하고, 계엄군이 전일빌딩에 기총소사를 했던 245개 헬기 사격 탄흔과 18~27일 항쟁 기록, 역사관 내 설치된 기록물·예술품 등을 소개한다. 북한군 투입설, 유공자 특혜설 등 SNS에서 떠도는 5·18 왜곡 현실도 알려주며, 국방부·CIA 등 발표 자료와 함께 VR로 ‘그 날’을 체험하도록 돕기도 한다. 홍씨는 “5월의 진실을 보여주는 것이 전일빌딩의 역할이고, 나도 그것을 돕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씨 또한 5·18로 받은 상처를 오랜 시간 안고 살아왔다. 1988년 광주 청문회 당시 증인으로 출석하지 못한 것이 마음의 짐이 됐다. 홍씨는 “나와 같은 세대 사람들은 모두 방관자로서의 자책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힘들 때면 전일빌딩 앞에 서서 관광호텔 자리, 금남로를 바라보곤 했어요. 5·18민주묘지를 찾아가 옛 친구 비석을 만지며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지요. 늘 ‘살아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아팠어요.”

그는 최근 ‘호텔리어의 오월 노래’를 발간했다. 1980년 5월 광주관광호텔 호텔리어로서 목격담을 풀어낸 책으로, 당시 전남도청에 있었던 안길정씨와 3년 동안 함께 작업한 결과물이다.

홍씨는 “지금의 스마트폰처럼, 그 때는 옆구리에 늘 수첩을 끼고 다니며 메모를 했다”며 “5·18이 일어나자 경과를 자세히 기록했고, 미래 내 자식들이 볼 수 있게 정리해 둔 기록을 안씨가 정리해 책으로 펴냈다”고 설명했다.

홍씨는 앞으로도 해설사로서 광주·전남지역을 홍보하고 5·18을 알리는 데 앞장설 계획이다. 그는 “최근 발족한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 조사위원회가 5월의 감춰진 진실을 명확히 규명해 광주 시민의 오랜 상처를 치유해 주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찾아오는 모든 관광객과 학생들에게 역사와 문화를 가르쳐주며 보람차게 살고 싶다”고 말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