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여순사건’ 진실과 국가폭력 실상 14인의 증언
순천대 여순연구소 ‘여순 10·19 증언록 …그리운 아버지’출간
유족들 가슴절절한 사연…감취진 진실 밝혀내는데 일조할 듯
2020년 01월 23일(목) 00:00
“할아버지가 사회주의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그때 아버지를 잡으려 한 거지요. 당시 아버지는 면서기를 하고 있었는데 잡히면 죽으니까 피해 다녔어요. 결국 집에서 잡히고 말았어요. 잡혔던 그날, 죽여버렸어요. 서면 구랑실에서 죽여버렸어. 총살이었어요. 그 사람들이 군인들이야. 그날, 연락을 받고 집안 어른들하고……, 나 7살 때 시신을 수습했지요.”

순천시 향동에 거주하는 김연수(78) 씨는 여순사건 당시 부친(김우석)을 잃었다. 부친은 독립운동을 한 조부(김기수)로 인해 경찰로부터 쫓겨 다녔다. 김연수 씨의 할아버지는 일제 강점기 소작쟁의를 벌였고, 18세부터는 독립운동을 했다.

해방 이후 할아버지는 순천에서 인민위원회를 주도했고, 그로 인해 면서기였던 아버지가 경찰의 표적이 되고 말았다. 결국 집에서 숨어 있던 아버지는 붙잡혔고, 서면 구랑실에서 진압군에 의해 사살됐다.

‘여순사건’의 진실과 국가폭력의 실상을 기록한 증언집 ‘여순 10·19 증언록-한 번도 불러보지 못한 이름, 그리운 아버지’가 출간돼, 당시의 감춰진 진실을 밝혀내는 데 일조할 것을 보인다. 순천대 여순연구소가 엮은 책에는 140여 명 구술자의 채록 중 김연수, 홍순례, 이숙하, 박영규, 오영순, 정성례, 김계수, 강질용 등 14명의 증언이 담겨 있다.

특히 지난 20일에는 광주지법 순천지원 제1형사부(부장판사 김정아)가 내란과 국가문란 혐의로 기소된 고 장환봉 씨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는데, 책에는 재심재판의 주역인 장경자 씨와 부인 진점순 씨 삶의 내력도 실려 있어 눈길을 끈다.

이밖에 당시 철도원으로 근무하다 군법회의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마포형무소에서 복역하다 실종된 김영기 씨의 아들 김규찬 유족의 사부곡 등 가슴 절절한 사연들이 담겨 있다.

한편 여순사건은 1948년 10월 여수에 주둔한 국군 제14연대 병사들이 제주4·3사건 진압명령을 거부하고 단독정부 수립 반대 등을 주장하며 여수, 순천 등 전남 동부를 점령했는데, 진압과정에서 무관한 많은 민간인들이 희생을 당한 사건이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