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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보다 카페?
2019년 09월 25일(수) 04:50
경남 창원에는 SNS 등에서 유명한 미술관이 있다. 사시사철 아름다운 꽃과 식물을 만날 수 있는 보타닉뮤지엄(Botanic Museum)이다. 근래 새로운 트렌드인 ‘그린 투어리즘’을 내건 사립수목원이다. 바쁜 일상에 지친 도시인들을 겨냥한 힐링공간으로 2017년 4월 문을 열었다.

보타닉뮤지엄의 매력은 15만 본의 다양한 식물이 식재돼 날씨와 계절에 구애받지 않고 자연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5개의 테마공원과 언덕 너머로 펼쳐진 진해만은 압권이다. 하지만 이 곳의 하이라이트는 다름 아닌 카페다. 개성 넘치는 조형물과 야생화 산책로 사이에 들어선 뮤지엄카페는 진해 앞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최고의 뷰 포인트를 자랑한다.

특히 노출콘크리트로 설계된 인테리어와 장식미를 배제한 모던한 분위기는 수목원과는 또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입구쪽의 북카페는 마치 깊은 산속에서 책을 읽는 명상의 공간 같다. 바깥 풍경을 최대한 감상할 수 있게 테이블을 창문쪽으로 배치하고 전망대 효과를 내기 위해 카페 중앙에 계단식 좌석을 꾸민 것도 돋보인다.

창원에 보타닉뮤지엄 카페가 있다면 경주에는 ‘카페 솔거랑’이 있다. (재)문화엑스포가 솔거미술관 관람객들이 여유로운 분위기에서 미술품을 관람하도록 지난 6월 오픈한 야외테라스다. 경주타워의 실루엣과 솔거미술관 ‘움직이는 그림’의 배경인 아평지(阿平池)를 즐길 수 있는 위치 덕분인지 개장 3개월 만에 평일 관람객이 1300여 명으로 늘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나 광주문화예술회관에 갈 때면 항상 아쉬운 게 하나 있다. 공연이나 전시를 둘러 본 후 동행한 지인들과 자리를 옮겨 ‘후기’를 주고 받으며 담소를 나눌 만한 ‘공간’이 부족해서다. 물론 문화전당이나 광주문예회관에 커피숍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문화전당의 커피숍은 밤 8시 이후에는 거의 문을 닫아 9시가 넘어 공연이 끝나는 날엔 카페를 찾아 도심으로 나와야 한다. 광주문예회관 로비에 소박하게 꾸며진 카페는 말이 카페이지 편의점이나 휴게소의 간이매점을 연상시킨다. 그렇다 보니 공연이나 전시를 관람한 후 곧바로 집으로 돌아가는 날에는 왠지 허전한 느낌이 든다. 마치 근사한 저녁식사에 커피나 맛있는 디저트가 빠진 것 처럼.

최근 지역의 대표미술관인 광주시립미술관이 방문객 편의시설과 환경개선을 내건 5개년 혁신 발전방안을 발표했다. 오는 2020년까지 현재 본관 1층에 위치한 미술자료실을 2층으로 옮기고 그 자리에 ‘라이브러리 아트라운지’를 조성한다는 것이다. 또한 2022년 개관을 목표로 시민들이 한눈에 중외공원을 볼 수 있는 카페&레스토랑을 증축, 개보수한다는 계획이다.

이제 뮤지엄카페는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공간만은 아니다. 전시 관람을 마친 후 휴식을 취하는 쉼터일 뿐 아니라 잠시 빡빡한 일상에서 벗어나 삶의 활력소를 되찾는 문화아지트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림도 보고 일상의 여유도 얻는 ‘뮤지엄 카페’가 지역에도 많았으면 좋겠다.

<제작국장·문화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