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 시바의 전설이 흐르는 곳…수많은 순례자들의 성지
10부 ‘네팔’ (7) 파슈파티나트·구헤스와리 사원에 얽힌 신화
조용히 살고 싶은 ‘파괴의 신’시바
신의 위치로 돌아오라는 다른 신들
‘파괴의 신’시바의 운명 사띠
사띠의 죽음으로 첫결혼에 실패하지만
환생한 사띠와 다시 부부의 연 이어
조용히 살고 싶은 ‘파괴의 신’시바
신의 위치로 돌아오라는 다른 신들
‘파괴의 신’시바의 운명 사띠
사띠의 죽음으로 첫결혼에 실패하지만
환생한 사띠와 다시 부부의 연 이어
![]() 네팔의 신년을 맞아 시바 신을 모신 사원을 찾은 현지인들이 언덕 위에서 파슈파티나트 사원 전경을 바라보고 있다. |
![]() 할아버지 목말을 타고 파슈파티나트 사원을 방문한 한 어린이가 수많은 인파를 신기한 듯 바라보고 있다. |
![]() 시바의 첫 번째 결혼 실패 무대가 되는 구헤스와리 사원 정문. |
![]() 시바의 첫 번째 결혼 실패 무대가 되는 구헤스와리 사원 정문. |
“그저 조용히 살고 싶다.”
히말라야산맥 카일라시(Kailashi) 산에 살고 있던 파괴의 신 ‘시바’(Shiva)는 어디론가 떠나고 싶었다. 오랫동안 머물고 있는 카일라시 산이 싫증난 데다, 신이라는 업무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몰래 궁을 빠져나온 시바는 네팔 카트만두(Kathmandu) 현 파슈파티나트(Pashupatinath) 일대에서 발길을 멈췄다.
하지만 다른 신들은 그렇지 않았다. 이들은 수호신 ‘비슈누’(Vishnu)를 찾아가 시바가 돌아올 수 있도록 파슈파티 신을 제거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비슈누는 시바가 변신한 사슴의 뿔을 잡아 여러 갈래로 찢어 죽이고, 뿔은 링가(linga)로 만들어 강뚝에 버렸다.
‘신의 나라’ 네팔에서도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신 시바와 파슈파티나트 사원에 얽힌 전설이다. 전설 속에서 나오는 링가는 여성과 남성의 생식기가 합쳐진 남근상으로, 시바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조각상이다. 파슈파티나트 주변에는 여전히 사슴들이 살고 있고, 링가 조각상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파슈파티나트에서 약 2㎞ 떨어진 곳에는 구헤스와리(Guheswori) 사원이 있다. 이곳은 시바의 첫 번째 결혼 실패 이야기의 무대가 되는 곳이다.
시바와 결혼할 운명으로 태어난 여성 ‘사띠’(Sati)는 ‘닥사프라자파티’(Daksaprajapati) 신의 딸이다. 닥사프라자파티는 희생제를 지내고 있을 때 사위인 시바가 자신에게 절을 하지 않자 자존심이 상했다. 참석자들 앞에서 시바와 자신의 딸을 결혼시킨 것을 후회하는 발언을 하며 시바를 비난했다. 그 자리에 있던 사띠는 남편 시바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 불에 뛰어 들었다.
부인 사띠가 목숨을 잃자 극도로 화가난 시바는 격분을 참지 못하고 장인인 닥사프라자파티를 죽인 뒤 주변을 파괴했다. 그리고 불에 탄 사띠의 시체를 품에 안고 온 세상을 휘졌고 다녔다. 그때 불에 탄 사띠의 생식기가 떨어진 곳이 지금의 구헤스와리 사원이다. 구헤스와리는 여성의 생식기를 뜻한다.
시바는 사랑하던 부인 사띠를 잃은 채 첫 번째 결혼에 실패했다. 하지만 시바와 사띠의 이야기는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첫 번째 결혼에 실패한 시바는 그후로 수행에만 몰두했다. 신으로서의 의무를 잊고 수행만 하자 우주의 질서가 깨질 것을 염려한 다른 신들은 시바의 혼인을 추진하기로 했다.
‘파르바티’(Parvati)는 시바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불 속에 뛰어들었던 사띠가 환생해 태어난 여인이었고, 그녀는 시바와 결혼하길 원했다. 사띠의 환생이라는 걸 모르는 시바는 당연히 결혼을 원하지 않았다.
이에 다른 신들은 사랑의 신 ‘캄데브’(Kamadev)를 시켜 명상 중인 시바에게 ‘사랑의 화살’을 쏘라고 시켰다. 화살을 맞아 화가난 시바는 캄데브를 태워 죽였지만, 화살의 효력으로 파르바티와 사랑에 빠졌다.
그렇게 혼인을 하게 된 시바와 파르바티는 결혼식이 끝나자마자 1000년간 오로지 성관계만 맺었다. 또다시 신의 의무를 잊은 채 무려 10만8000개 체위로 사랑을 나누던 그들은 다른 신들의 방해로 겨우 제자리로 돌아왔다고 한다.
힌두교에서 가장 사랑받는 신 시바와 얽힌 이야기가 전해져오면서 여전히 수많은 순례자들이 이곳을 찾고 있다. 파슈파티나트와 구헤스와리 사원은 힌두교인이 아닌 외부인은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신성시 여겨지고 있다.
/네팔 카트만두=박기웅 기자 pbox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