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문화를 품다 <13> 뒤셀도르프 공립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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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문화를 품다 <13> 뒤셀도르프 공립도서관
예술 읽는 도서관 … 문화로 도시를 물들이다
탐방 뒤셀도르프=글·사진 박진현 문화선임기자
2018년 10월 22일(월) 00:00
연두색으로 마감된 어린이 섹션은 상상력을 키워주는 공간이다.
프랑크푸르트에서 고속열차(ICE)를 1시간30분 타고 도착한 뒤셀도르프 중앙역은 조금 실망스러웠다. 독일에 도착하기전 들른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이나 덴마크 코펜하겐 중앙역과는 사뭇 분위기가 달랐다. 날씨가 조금 우중충한데다 여기 저기 공사중이여서 인지 어수선하고 복잡한 느낌이 들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행선지인 뒤셀도르프 공립도서관이 기차역과 바로 연결되어 있어 발품을 많이 팔지 않아도 금방 찾아갈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웬걸! 도서관 앞에 도착하니 분위기는 더 삭막하고 썰렁했다. 화려한 외관을 뽐내는 유럽의 다른 도서관과 달리 회색풍의 콘크리트 건물은 관공서를 보는 듯 했다. 도서관을 뜻하는 ‘비블리오텍’(bibliothek)이라는 간판이 없었다면 그냥 지나칠 뻔 했다.

뒤셀도르프 중앙역과 인접해 있는 도서관 전경.




도서관 지하 1층에 꾸며진 음악실에서 한 여성이 피아노 연주를 하고 있다.








문을 열고 도서관에 들어서자 알록 달록한 색상으로 꾸민 안내데스크와 로비, 정기간행물의 서가가 눈에 띄었다. 그제서야 도서관에 온 느낌이 들 었다. 1층 안내데스크 맞은 편의 어린이 섹션은 동화속의 한 장면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듯 했다. 연두색이 선명한 수십 여개의 서가에는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컬러풀한 표지의 동화책들이 꽂혀 있고, 다양한 교구와 장난감이 비치된 테이블 주변에는 엄마와 함께 온 유아들의 만들기 수업이 진행중이었다. 겉에서 보면 평범한 하드웨어이지만 속은 감성이 살아 숨쉬는 게 새삼 독일의 실용주의를 느낄 수 있었다.

지하 1층 지상 6층의 도서관은 뒤셀도르프를 대표하는 공공도서관(주립)이다. 13개의 도서관 가운데 소장 도서와 자료, 프로그램 등에서 규모가 가장 크다. 특히 교통의 허브인 중앙역과 인접한 입지조건은 시민들의 접근성과 참여를 높이는 일등공신이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의 주도(主都)이자 독일에서 7번째로 큰 인구 60여 만명의 뒤셀도르프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슈만음악대학’이 자리한 문화도시이기도 하다. 그런 이유에서일까. 뒤셀도르프 도서관은 다른 공공공도서관에 비해 상대적으로 음악관련 콘텐츠가 풍성하다. 도서관이 보유하고 있는 80만 여점의 미디어 아이템 가운데 60%가량이 클래식·오페라 CD 및 DVD, 재즈, 희귀 음반, 슈만 등 유명 작곡가의 친필 악보로 구성됐다. 독일의 공공도서관 가운데 넘버 3에 꼽힐 정도로 질과 양적인 면에서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지하 1층으로 내려가자 음악 관련 시설과 전시품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앙에 자리한 음악실은 도서관의 진가를 확인 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음악실 입구 주변에는 슈만과 베토벤 등 독일 출신 작곡가들의 악보를 진열해 놓은 유리박스가 곳곳에 놓여 있다. 악보를 볼 줄 모르는 문외한이지만 어디선가 아름다운 선율이 들려 오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도서관 지하 1층에 꾸며진 음악실에서 한 여성이 피아노 연주를 하고 있다.








음악실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헤드폰을 착용한 채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는 여성의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전혀 음악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다른 사람에겐 들리지 않지만 연주자는 헤드폰을 통해 자신의 연주를 청취할 수 있는 도서관의 음악실 장치 때문이다. 피아노 옆의 컴퓨터 앞에는 50대로 보이는 주부가 오페라 공연실황을 감상하며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뒤셀도르프 도서관의 또다른 강점은 ‘찾아가는 도서관’이다. 교통이 편리한 입지조건을 자랑하지만 시내 전역에 13개의 분관을 설치해 저학년들의 방과후 수업이나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의 ‘만남의 장소’로 활용하고 있다. 학교 수업을 마친 초등학생들은 주택가에 자리한 분관에 들러 동화책을 읽는가 하면 시니어들은 인터넷 활용과 독서로 시간을 보낸다.

뒤셀도르프 도서관의 관계자는 “뒤셀도르프에는 터키, 일본, 포르투칼 등 세계 각국에서 온 이민자들이 많아 독일어 교육 관련 프로그램들을 중점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면서 “방학기간에는 학생 뿐만 아니라 성인들도 참여할 수 있는 ‘도서관 대학’과 매년 평균 500여 개의 전시·공연·학술등의 이벤트를 개최하는 등 시민들의 ‘문밖의 문화센터’(culture center on doorstep)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 jhpark@kwangju.co.kr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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