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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미디어아트 도시를 꿈꾸다<6>파리 빛의 아틀리에
5m 높이 900평 공간은 캔버스
음악 어우러진 명화 영상 투사
버려진 철제주조공장의 반전 춤추는 클림트 ‘키스’ 황홀경
폐공간·첨단 미디어아트 조화
11월 16일 제주 옛 군사벙커
세번째 프로젝트 ‘빛의 벙커’
2018년 10월 17일(수) 00:00
낡은 폐산업시설이 첨단 미디어 아트를 만났다. 파리의 오래된 철제 주조공장을 미디어 아트센터로 변신시킨 ‘빛의 아틀리에’에서는 구스타프 클림트와 훈데르트 바서 등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어렵게 길을 물어 전시장에 도착하니 매표소 문이 닫혀 있다. 요즘 파리의 ‘핫 플레이스’라더니 더 이상 표를 팔지 않는 건가 당황했는데 다행히 오후 4시부터는 인터넷으로 입장권 구매가 가능하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비슷한 처지의 중국인 관광객이 한꺼번에 티켓을 예매하고 몇명이 그에게 입장료(16유로)를 전달했다.

솔직히 전시장 앞에 도착했을 땐 실망스러웠다. 폐공장을 활용한 공간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규모도 생각보다 적은 듯했고 건물 외관도 클림트 작품이 실린 플래카드 뿐 별 특징이 없었다. 반전은 낡은 전시장 문을 밀고 들어가자 펼쳐졌다.

9월말 찾은 프랑스 파리 디지털 아트센터 ‘빛의 아틀리에(Atelier des Lumieres)’는 구스타프 클림트, 훈데르트 바서와 에곤 실레의 그림, 그리고 아름다운 음악이 어우러진 환상의 경험이었다.

전시장에 들어서니, 별들이 쏟아져 내린다. 바닥으로는 나무가 일렁이고, 사방 벽면은 온통 꽃밭이다. 어디로 눈을 돌려야할지 모르채 ‘빨려들듯’ 안쪽으로 들어섰다. 5m가 넘는 높은 층고와 900평에 달하는 공간이 모두 ‘캔버스’다. 프로젝터로 벽면에 영상을 투사하는 ‘프로젝션 매핑’ 기술을 활용해 이름으로 듣던 수많은 명화를 사방에 쏟아내기 시작한다.

파리 11구 지역에 자리한 이곳은 당초 철제주조공장이었다. 산업혁명 시기인 1835년 문을 연 공장은 지난 2000년 완전히 문을 닫았다. 관람객들은 넓은 공간을 거닐거나 바닥에 자유롭게 앉아 작품을 감상중이다. 벽면에 기대 앉은 이들도 눈에 띈다. 2층 공간은 전체 작품을 조망할 수 있어 좋다.

클림트의 황금빛 ‘키스’가 모습을 드러내자 탄성이 터져나온다. 적장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잘라버린 ‘유디트’의 관능적인 모습도 등장하고, 고아한 매력의 ‘아델레 블로흐-바우어’, 화사함의 극치를 선사하는 클림트의 꽃그림에 눈이 황홀하다.

‘빛의 아틀리에’서 만나는 클림트의 대표작.




‘빛의 아틀리에’서 만나는 클림트의 대표작.








낡은 폐시설을 첨단의 미디어 아트 공간으로 변신시킨 ‘빛의 아틀리에’는 프랑스 문화유산 및 예술 전시 공간 통합 서비스 기업 ‘컬쳐 스페이스’의 손에서 탄생했다. 그들이 이름붙인 아미엑스®(AMIEX: Art & Music Immersive Experience·예술&음악 몰입형 체험)는 폐광산 등 폐산업 시설을 대상으로 프로젝션 맵핑 기술을 활용해 영상을 투사하는 미디어 아트다. 100여 개의 비디오 프로젝터가 이미지를 만들고, 수십 개의 스피커가 웅장한 음악을 선사한다. 멀티미디어 아티스트, 작곡가, 디지털 아트 전시기획자 등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이들의 첫 작품은 2012년 프랑스 남부 레보 드 프로방스 지역에 문을 연 ‘빛의 채석장(Carrieres de Lumieres)’이다. 1935년 문을 닫아 80년간 버려졌던 공간은 첨단 문화공간으로 거듭났고 개막전 ‘고갱, 반고흐, 색의 화가들’ 등 다양한 기획전을 통해 매년 60만명의 관람객이 찾는 명소로 부상했다.

현재 ‘빛의 아틀리에’ 전시는 3가지 테마로 진행중이다. 서거 100주기를 맞은 클림트(1862~1968), 오스트리아가 낳은 작가 훈데르트 바서(1928~2000), 그리고 현대 미디어 아티스트의 작품이다.

알록달록 동화적 느낌이 강렬한 바서의 작품은 경쾌한 음악과 함께 화려한 색감이 어우러져 흥미롭다. 물방울이 떨어질 때면 바닥에도 물이 고이는 듯하고, 장난감 기차가 움직이는 그림을 보고 입으면 절로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또 각종 기호와 추상적 이미지를 활용한 현대 작품 ‘Poetic A.I’는 고전 명화와는 색다른 느낌을 전한다.

하이라이트는 역시 클림트다. 30여 분량의 영상은 ‘황금시대’, ‘클림트와 자연’, ‘에곤 실레’, ‘클림트와 여성’등 6개 주제로 나눠 다양한 작품들을 쏟아낸다. ‘베토벤 프리즈’의 웅장함과 초록색 물결이 넘실대는 풍경화, 황금시대를 대표하는 ‘팔라스 아테나’ ‘다나에’ 등 대표작은 음악에 맞춰 춤을 추듯 온 전시장을 채운다. 사이사이 클림트와 그가 사랑했던 여성들의 사진도 보인다.

무엇보다 완벽한 음향시스템으로 듣는 음악은 꼭 클래식 연주회에 온 기분이 든다. ‘키스’, ‘유디트’ 등의 작품이 나올 때 베토벤과 요한 슈트라우스의 음악이 흐르고 레하르의 오페레타 ‘쥬디타’ 중 ‘뜨겁게 입맞춤하는 내 입술’이 흘러 나오면 관람객들은 감정의 소용돌이를 느낀다.

원작을 보는 느낌과는 다르지만 분명, 색다른 감동을 선사하는 전시임은 틀림없다. 관람객들은 여러차례 반복해 관람하며 자리를 지킨다. 어디서 보느냐에 따라, 또 음악과 작품 어디에 집중하느냐에 따라 다른 감동을 전한다. 나 역시 문을 닫을 때까지 2시간을 꼬박 머물렀다. 좀 더 이른 시간에 오지 않음을 후회하며.

다음달에는 이들의 세번째 프로젝트가 펼쳐진다. 장소는 저 멀리 대한민국 섬 제주다. ‘빛의 벙커(Bunker de Lumieres)’라는 이름으로 문을 여는 곳은 제주 성산읍의 옛 군사벙커. 한국의 (주)티모넷이 컬처스페이스와 협력, 10년 동안 벙커를 임대해 운영하며 개막전으로 ‘빛의 벙커: 클림트’(11월 16일 개관)전을 연다.

/파리=글·사진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