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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문화를 품다] <10>코펜하겐 중앙도서관
정보 향유의 문화발전소 … 도서관 패러다임을 바꾸다
2018년 10월 02일(화) 00:00
자연채광을 끌어 들인 개방형 설계는 코펜하겐 중앙도서관의 매력과 색깔을 그대로 보여준다. 1층 광장에서 바라본 도서관 내부 모습.
시내 중심가에 자리한 코펜하겐 중앙도서관 전경.




세상에서 가장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 세계에서 3번째로 높은 공공도서관 이용률, 소박한 일상에서 행복을 찾는 휘게의 발상지...다름 아닌 북유럽의 덴마크를 상징하는 수식어들이다. 한반도 면적의 0.195배, 인구수 약 600만 정도의 작은 나라이지만 덴마크 사람들의 삶의 질은 세계 최고수준이다.

그중에서 공공도서관은 ‘휘게라이프’의 대표적인 현장이다.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공부를 하는 전통적인 도서관과 달리 아이들과 함께 동화책을 읽거나 아름다운 미술품과 음악을 접하는 문화발전소이기 때문이다.

그중에서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 중심가에 자리한 중앙도서관은 시민들의 자긍심이 살아 숨쉬는 보석같은 공간이다.





현재 인구 58만 여 명의 중소도시인 코펜하겐시에는 20개의 공공도서관이 운영중이다. 이들 가운데 ‘본점’인 코펜하겐 중앙도서관(Copenhagen Main Library·이하 코펜하겐 도서관)은 연중 사람들의 발길로 북적거리는 스트뢰에 인근에 자리하고 있다. 프라다, 샤넬, 루이비통, 구찌등 명품 매장이 늘어선 중앙광장에서 5분거리에 있는 도서관은 시민들 뿐만 아니라 관광객들도 쉽게 찾을 정도로 접근성이 뛰어나다.

코펜하겐 도서관을 방문하던 날, 평범한 모습의 건물 외관에 잠시 실망(?)했다. 전혀 ‘덴마크적인’느낌을 찾을 수 없는 5층 건물이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코펜하겐의 많은 공공건물과 문화시설들은 디자인 강국답게 건물 자체가 작품일 만큼 빼어난 건축미를 자랑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서관으로 들어서자 바깥 분위기와는 180도 다른 트렌디한 감각의 인테리어가 방문객을 맞았다. 내부가 뚫려있는 정사각형의 도서관은 1층에서도 각 층의 서가와 구조가 한눈에 들어와 쇼핑몰을 보는 듯 했다. 특히 가림막 없이 건물 중심부를 관통하는 사각형 홀과 유리 천장의 설계는 북유럽의 기후특성을 감안한 것이다. 햇볕을 보기 힘든 겨울철, 채광창으로 들어 오는 따뜻한 햇살은 시민들을 도서관으로 불러 들이기 때문이다. 2층 서가 옆에 꾸며진 간이테이블에서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연인의 모습은 한폭의 그림이었다.

코펜하겐 도서관의 성격은 1층 카페 겸 광장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데모크래틱 카페’(Democratic Cafe)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공간이다. 깔끔하고 쾌적한 분위기의 커피숍은 도서관의 편의시설이라기 보다는 시내 번화가의 핫플레이스에 가깝다. 20대 연인에서 부터 머리가 희끗희끗한 60~70대 어르신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시민들이 차를 마시며 망중한을 즐긴다. 칙칙하고 삭막하기 짝이 없는 우리나라 공공도서관의 로비와는 달라도 너무 다른 풍경이다.



방문객들은 건물 중앙에 설치된 에스컬레이터를 통해 이동한다.




방문객들은 건물 중앙에 설치된 에스컬레이터를 통해 이동한다.










광장 한켠에 설치된 무인 도서대출코너에는 자녀들과 함께 온 주부들로 붐비고, 일부 어르신들은 컴퓨터를 통해 1940년대 할리우드 영화를 감상하기도 한다. 이처럼 도서관을 방문하는 이들은 누구나 ‘장애없이’ 책과 인터넷, 디지털 자료에 접속해 정보의 바다에 풍덩 빠진다.

5층 건물인 코펜하겐 도서관은 각 층별로 다양한 테마와 시설을 자랑한다. 접근성이 가장 뛰어난 1층은 북 콘서트와 작은 음악회 등이 열리는 공연장이 들어서 있다. 매월 정기적으로 ‘저자와의 대화’는 물론 지역 예술인들의 전시회와 음악회를 개최한다. 2층은 문학, 역사 등의 도서들이 빼곡한 서가와 열람실이 자리한다. 덴마크어 뿐만 아니라 영어, 터키어, 독일어, 네덜란드어 등 5개국 언어로 된 서적들도 상당하다.

3층은 어린이를 위한 놀이기구와 동화책이 구비돼 가족 단위 이용객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기능성이 뛰어난 북유럽 디자인의 의자와 가구가 배치돼 있는 데 이는 어린이들의 동선과 정서를 고려한 것이다. 또한 17세 이하 청소년에게는 도서관에서 노트북 컴퓨터와 아이패드를 빌려주기도 한다.

4층은 음악과 예술, 영화코너로 꾸며진 ‘문화 섹션’이다. 이곳에선 다양한 장르의 CD를 즉석에서 감상할 수 있고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자서전 등 관련 정보를 간편하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젊은 뮤지션을 위한 악기도 도서관 안에 비치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악기를 헤드셋에 연결하면 자신의 연주는 (헤드셋을 통해) 들을 수 있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들리지 않는다. 정숙해야 할 공간에서 피아노와 기타를 연주하는 시민들의 모습은 도서관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기에 충분하다.



코펜하겐 중앙도서관에서는 누구나 자유롭게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5년 전 직장에서 은퇴했다는 윌리엄 넬슨(66)은 “작년까지만 해도 아내와 함께 유럽 전역을 여행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냈다”면서 “하지만 얼마전 부터 도서관의 다양한 문화콘텐츠와 프로그램을 즐기게 되면서 여행 보다 도서관을 찾는 게 더 행복하다”고 말했다.

코펜하겐 도서관의 피아 S.페더르센(Pia Schack Pedersen)은 도서관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정보화 시대에는 콘텐츠와 소프트웨어도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근래 도서관을 찾는 이용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도서 대출 보다는 도서관 웹페이지를 통해 자료를 다운로드하고 있어요. 시민들의 도서관 이용 문화가 바뀌고 있는 만큼 가짜뉴스나 자료에 현혹되지 않도록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이제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빌리는 곳이 아니라 모든 정보를 자유롭게 얻고 즐기는 소통의 공간이예요.”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박진현 문화선임기자 jh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