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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문화를 품다] <8> 암스테르담 중앙 도서관
백화점서 쇼핑하듯 지식·정보 탐험 ‘인포테인먼트’ 공간
2018년 09월 21일(금) 00:00
도서관 전경.








‘북유럽의 베네치아’로 불리는 암스테르담의 한복판에는 총 연장 100km의 운하가 흐른다. 그 운하 사이사이를 천천히 거닐다 보면 암스테르담의 아기자기한 속살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낸다. 수백년 동안 도시를 지켜온 붉은 벽돌건물과 물위에 떠 있는 유람선들이 어우러진 한폭의 풍경화는 여행객의 탄성을 자아낸다.

고풍스런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암스테르담 중앙역에서 동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사뭇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운하를 중심으로 들어선 현대식 외관의 공연장과 오페라 하우스, 도서관 등 다양한 문화시설들이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지난 2000년 초반 부터 색깔있는 문화공간으로 구 도심을 재생시킨 프로젝트의 분신들이다.

그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물은 암스테르담 중앙도서관(Openbare Bibliotheek Amsterdam·암스테르담 도서관)이다. 유럽에선 ‘OBA’로 통할 만큼 암스테르담은 물론 네덜란드를 상징하는 복합문화공간이다. 그도 그럴것이 암스트레담 도서관은 열람실과 자료실 뿐 아니라 미술관과 공연장, 아카이브센터 등 다양한 시설들로 꾸며져 있다.

도서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로비 한켠에 자리하고 있는 피아노가 눈에 띈다. 피아노를 연주하고 싶으면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즉석에서 공연할 수 있다. 정숙해야 할 도서관에 피아노라니. 처음엔 의아스럽지만 도서관의 이곳 저곳을 둘러보고 나면 저절로 이해가 된다. 암스테르담 도서관은 마치 백화점에서 쇼핑하듯 둘러보면서 지식과 정보를 탐험하고 사람을 만나는 ‘인포테인먼트’ 공간이기 때문이다. 로비의 중앙에 설치된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면 1층부터 7층까지 자유롭게 ‘공간이동’을 할 수 있다.

지난 2007년 7월 문을 연 암스테르담 도서관은 전통적인 도서관과는 사뭇 다르다. 운하를 마주하고 있는 도서관은 암스테르담 중앙역에서 도보로 10분이면 도착할 만큼 접근성이 뛰어나다. 과거의 도서관이 도시의 외곽이나 한적한 곳에 있었다면 암스테르담 도서관은 교통편이 좋은 번화가에 자리하고 있다.

무엇보다 암스테르담 도서관의 매력은 이용객 중심의 쾌적한 분위기다. 어둡고 삭막한 모습 대신 화려한 조명과 화이트 톤의 쾌적한 인테리어가 근사한 카페나 쇼핑몰을 연상시킨다. 1층 로비의 에스컬레이트 옆에 전시장에는 연중 예술가들의 작품이 내걸리고 지하 1층에 자리한 어린이 코너에선 동화구연과 마술쇼 등 다양한 체험행사가 진행된다

암스테르담 도서관 한스 반 벨젠(Hans Van Velzen)관장은 “OBA는 암스테르담 시가 현대식 문화공간으로 도시에 생기를 불어넣기 위해 추진한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에서 탄생됐다”고 말했다.

“암스테르담 도서관이 문을 열기 까지에는 지역사회의 오랜 고민이 있었습니다. 인터넷으로 대변되는 정보화 시대의 도서관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를 놓고 치열한 토론이 펼쳐졌어요, 정치인과 교육자, 문화예술인, 시민 등 각계 각층으로 구성된 TF팀은 6개월 동안 공론과정을 거쳐 ‘정보의 플랫폼’으로 방향을 잡았어요.”

암스테르담 시는 도서관의 ‘컨셉’을 구현하기 위해 국제 설계 공모를 착수, 네덜란드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 조 콘넨(Joe Conene)에게 ‘장밋빛 프로젝트‘를 맡겼다. 콘넨은 도서관과 이용자를 거대한 하나의 유기체로 보고 정보와 문화가 소통하는 ‘열린 공간’을 제안했다.

지하 1층 지상 7층 규모의 도서관(전체 면적 2만7000㎡)은 어린이, 청소년들의 전용공간에서 부터 소설, 오디오 북, 여행, 역사 & 예술, 건강, 회의실 등 다양한 섹션으로 꾸며져 있다. 이용자들을 위한 좌석은 1000석에 달하며 컴퓨터는 490대가 비치돼 있다. 암스테르담시의 25개 공공도서관 가운데 가장 큰 대표 도서관으로 하루 평균 4000여 명이 방문한다.

도서관을 찾은 어린이들이 에듀케이터의 지도로 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다.








“도서관의 중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는 대중에게 오픈돼 있는 공공건물이라는 점입니다. 예전의 이용자들이 주로 책을 빌려 보거나 아카데믹한 목적으로 도서관을 방문했다면 요즘에는 자신이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북 라이브러리’에서 ‘인포메이션 라이브러리’의 시대로 바뀌면서 이용자들의 ‘니즈’(needs)도 달라지고 있어요.”

이를 위해 건축가는 도서관의 공간을 이용자들의 동선에 맞춰 설계했다. 지하 1층의 어린이 존(zone)에서 부터 7층의 카페까지 각 층의 벽을 최대한 없애 어디에서나 쉽게 서가와 열람실, 자료실을 이용할 수 있도록 유기적으로 연결했다. 서가의 높이도 성인의 눈높이를 넘지 않도록 낮게 배치했고 각층의 창가에 간이 좌석을 설치해 암스테르강을 조망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암스테르담 도서관의 강점은 차별화된 디지털 컬렉션이다. 클래식, 재즈, 오페라, 팝 등 장르의 음악CD에서 부터 영화 DVD, 수천여 종의 악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자료를 비치해 시민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있다. 또한 2층의 멀티자료실에는 대형 서점의 잡지코너에 뒤지지 않을 만큼 각양각색의 매거진과 주간지 등이 진열돼 있다. 어린이들의 상상력을 충족시켜주는 콘텐츠와 프로그램은 일선학교의 체험학습의 장으로 인기가 많다.

jhpark@kwangju.co.kr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