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어디까지 가봤니?] <7> 무등산 지질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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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 어디까지 가봤니?] <7> 무등산 지질공원
8500만년전 화산의 흔적 무등산은 살아있다
2018년 04월 25일(수) 00:00
국립공원 무등산이 최근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인증을 획득했다. 무등산은 입석대·서석대·광석대 주상절리 등 20곳의 지질명소와 42곳의 역사문화명소가 산재해 있다. 지난해 7월 유네스코 실사단이 무등산국립공원 입석대 주상절리대를 현장 실사하고 있다. 〈광주일보 자료사진〉
무등산은 국립공원이다. 또 지질공원이기도 하다. 차이는 뭘까?

보전 가치를 인정한 것은 같지만 운용에서 큰 차이가 있다. 국립공원은 ‘아무 것도 하지 말고 그냥 내버려두라’는 보전 중심인데 반해, 지질공원은 ‘희귀성을 인정, 보전하면서도 교육·관광을 통해 지역경제 발전을 도모하라’는 점이 다르다.

세계지질공원은 우리나라에 3곳이 있다. 제주와 청송, 그리고 무등산이다.

무등산 지질명소는 20곳이다. 주상절리대 5곳, 풍화지형 7곳, 화석지 1곳, 퇴적지형 1곳 등이다. 여기에 역사문화명소로 원효사·분청사기·가사문화권 등 42곳이 있다.

◇거대한 화산폭발이 있었다

무등산의 상징은 입석대와 서석대다. 하늘을 향해 솟아오른 돌기둥이 무리를 이룬 입석대와 병풍처럼 펼쳐진 서석대는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주상절리다. 마치 제주 바닷가에서 볼 수 있는 주상절리대를 산꼭대기로 옮겨온 듯하다.

무등산 주상절리대는 지금으로부터 8700만년 전부터 8500만년 전인 중생대 백악기 화산폭발에 의해 생성됐고, 적어도 세차례 분화가 이뤄졌다. 정상부인 천왕봉을 비롯해 입석대, 서석대, 광석대, 신선대, 백마능선(낙타봉·촛대봉) 등에 주상절리대가 분포해 있다. 전체 면적은 약 11㎢ 이상으로 세계적 규모다.

특히 단일 절리면 크기(너비)로는 세계 최대다. 5·6각형 모양으로 한 면의 크기가 0.3∼7m이며, 높이는 20∼40m다. 제주 대포동 주상절리대나 영국 자이언트 코즈웨이의 절리면이 평균 0.3m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최대 23배가 굵다. 해발고도 750m에서 정상인 1187m의 고지대에 위치한 것이 특징이다.

무등산 주상절리대가 현재 모습을 보이기까지는 지금으로부터 약 11만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빙하기 말기에 노출돼 1만년간 빙하 환경의 반복, 동결·융해 작용으로 풍화와 절리를 확장하며 형태를 갖췄다. 또 다양한 암괴류(너덩걸) 군집을 만들어냈다.

◇8700만년의 시간이 빚어낸 조각품

무등산 지오트레일(Geology 지질학+Trail 길)은 원효사지구(1구간)와 증심사지구(2구간)가 있다.

원효사지구에 지질명소가 몰려있다. 원효사에서 출발해 곧장 서석대로 오른다. ‘서석대’는 해발 1050m로 입석대와 함께 천연기념물 제465호로 지정됐다. 돌기둥 200여개가 마치 병풍처럼 300∼400m에 펼쳐져 있는 무등산 대표 주상절리대다. 중생대 백악기에 형성된 주상절리는 윗부분이 사각·오각·육각형의 다각형을 이루고 있다.

서석대에서 남쪽으로 500m가량 내려오면 입석대가 나온다. ‘입석대’는 40여개의 돌기둥이 폭 120m, 높이 20m 정도이며, 절리면 너비는 약 0.6∼1.2m다. 입석대 주상절리대는 칼데라(백두산 천지처럼 화산 폭발 후 생긴 분지) 내부 화성쇄설층(화산 분출물이 쌓인 층)으로 이뤄져 있다. 위쪽에는 ‘승천암’이라 불리는 높이 10m가량의 비스듬히 기운 소규모 주상절리대가 있다. 입석대는 수직으로 발달한 절리와 선구조 등으로 풍화 메커니즘을 잘 보여주고 있어 지질학적 가치가 높다.

정상에는 천왕봉·지왕봉·인왕봉 주상절리대가 있다. 군부대가 있어 아무 때나 오를 수는 없다. 하지만 무등산 정상이라는 상징성과 함께 침식에 의해 깎인 형태가 독특하다. 무등산 주상절리대 가운데 가장 젊다.

입석대에서 남쪽으로 400m가량 내려오면 장불재이고, 그 앞에 백마능선이 펼쳐진다. ‘백마능선’은 장불재∼안양산 일대 능선으로, 해발 800∼900m 약 2.5㎞에 걸쳐 이어져 있다. 능선에는 암괴집적지가 관찰되는데 이는 최후빙하기 당시 빙하에 의해 사면이 깎이면서 형성된 것이다. 백마능선은 마치 말잔등처럼 미끈하게 뻗어있는 형상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가을이면 주변으로 자라나는 억새가 마치 말의 갈기와도 같다. 백마능선을 따라 낙타봉과 안양산에는 주상절리대가 소규모로 산재해 있고, 비탈면에는 너덜이 넓게 분포하고 있다. 모두 무등산응회암이다.

장불재를 넘어 규봉암 방향으로 걷다보면 지공너덜을 만난다. ‘지공너덜’은 규봉암 일대 해발 700∼1100m 사이에 발달해 있고, 광석대에서 무너진 암석이 너덜을 생성한 것으로 보인다. 좀 더 쉽게 만날 수 있는 너덜은 ‘덕산너덜’이다. 증심사에서 토끼등을 올라채 바람재 쪽으로 100m가량 걸으면 바위들이 널브러져 있다. 증심교에서 30분가량 오르면 만난다.

지공너덜을 지나면 곧 규봉암이 나온다. 규봉암을 둘러싼 주상절리가 ‘광석대’다. 서석대·입석대와 함께 무등산을 대표하는 주상절리이며, 높이 30∼40m 최대 너비 7m로 세계에서 가장 크다.

규봉암 아래에는 72m 높이의 천연폭포 ‘시무지기폭포’가 있다. 폭포 중간까지 45도 각도로 내려오다가 하단부에서 90도로 뚝 떨어지는 수직폭포다. 바위는 무등산응회암으로 화산쇄설물이 퇴적될 당시의 퇴적구조를 가지고 있다.

규봉암 주변에는 ‘풍혈’(風穴·air-hole)이 있다. 여름에는 서늘한 바람이, 겨울에는 따뜻한 바람이 바위틈이나 구멍에서 나오는 곳을 말한다. 원리는 너덜지대로 유입된 공기가 지하의 바위틈을 통과해 나오는 순간 따뜻한 공기를 만나 단열팽창으로 냉각되는 것이다. 풍혈의 온도는 바깥 기온이 영하일 때 동굴 내부는 영상 7∼18℃를 유지하고 습도가 높아 푸른 이끼가 자생한다. 기온이 영하로 더 내려 갈수록 따뜻한 김이 방출된다. 북봉(누에봉)에서 꼬막재 사이 해발 900∼1000m에 30개 이상이 발견됐다.

◇역사·문화가 있다

지오트레일이 즐거운 것은 과거에 묻힌 박제화된 지질탐방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가 공존한다는 점이다.

광주시 푸른도시사업소 지질공원팀(☎ 062-613-7852)은 지질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지질공원 해설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질학 관련 영화를 상영(지오시네마)하고, 지질체험(조물조물 나만의 지질구조 만들기)도 한다. 15명 이상이면 지질공원해설사가 동행하며 지질구조를 설명해준다. 시민 주도 환경보전운동도 펼친다.

청풍 지오빌리지(청풍마을)에서는 무등산에 머무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마을을 지나는 무돌길을 걷다보면 술 빚는 주인의 정이 더해진 무돌주막과 무돌막걸리의 술지게미로 만든 정우빵, 자연을 먼저 생각하는 농부의 두부를 맛 볼 수 있다. 평촌도예공방에서는 도공들이 분청사기 재현에 몰두하고 있다.

/박정욱기자 jw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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