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인동 전남여고 앞 ‘예술공간 집’]세월 묻어나는 갤러리 한옥의 멋진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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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인동 전남여고 앞 ‘예술공간 집’]세월 묻어나는 갤러리 한옥의 멋진 변신
큐레이터 문희영씨 어릴적 집 개조 개관
“근원 찾아가는 작품 선 보이고 싶어”
내달까지 개관전 ‘다시 호흡하는 시간’
2017년 11월 30일(목) 00:00
1989년, 14살 중학교 소녀는 전남여고 앞 오래된 한옥에 살며 화가로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 미술대학에 입학하고 대학교 4학년, 이 집을 떠날 때까지 이곳에서 많은 추억을 쌓았다. 그 후로부터 20여년의 세월이 흘러 한옥은 이제 멋진 갤러리를 갖춘 문화공간으로 변신했다. 오랫동안 큐레이터로 활동했던 그 때 그 소녀는 ‘예술공간 집’을 열고 삶의 공간에 예술의 향기를 불어넣으려 한다. 1967년부터 50년간 사람들의 온기로 채워졌던 한옥의 멋진 변신이다.

29일 광주시 동구 전남여고 정문 앞 골목에 문을 연 ‘예술공간 집’을 찾았다. 골목에 들어서면 얼핏 입구처럼 보이는 통유리와 나무 장식이 눈에 띈다. 진짜 입구는 옆으로 살짝 돌아가면 나온다. 낡은 문을 그대로 활용한 대문을 밀고 들어서면 된다.

마당을 지나 만나는 갤러리는 생각했던 것보다 꽤 넓다. 전체 53평중 갤러리가 들어선 공간은 25평. 안방과 주방, 건넌방 등이 있던 곳이다. 마루 쪽에도 벽을 만들어 작품을 걸었다. 낡은 서까래는 세월의 흐름과 한옥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미닫이 문의 흔적과 주춧돌도 모두 그대로 뒀다. 또 마당의 붉은 벽돌 창고는 미니 커피숍으로 만들었다.

‘예술공간 집’의 대표 문희영(40)씨는 2010년까지 광주신세계갤러리에서 10년간 큐레이터로 활동했다. 조선대 미술학과와 대학원에서 회화를 전공했던 그녀는 박사 과정 4학기 부터 큐레이션에 관심을 갖게 됐다. 1999년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열렸던 강용운 60주년 전에 참여한 게 시작이었다.

2015년 ‘빈센트 반 고흐, 세상을 노랗게 물들이다’(사계절 간)를 펴내기도 했던 문씨는 공공도서관 등에서 미술 관련 강의를 진행했으며 현재 조선대 미술대에 출강하고 있다. 문씨는 ‘예술공간 집’에서 ‘아트 브런치’와 ‘아트 런치’ 형식의 미술사 강의, 소규모 강좌, 체험 프로그램 등도 진행할 예정이다.

문 씨는 대관전과 함께 작가의 근원을 찾아가는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기획전을 열 계획이다.

“집이라는 게 삶의 근원적 공간이라고 할 수 있을 것같아요. 최근의 새로운 경향을 보여주는 작품들도 좋지만 지금의 작가들을 만든, 그 근원을 찾아가는 작품들을 꾸준히 선보이고 싶어요. 서양미술사를 강의할 때면 300∼5000년된 작품들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정작 우리 작가들에 대해서는 많이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우리 미술사에서 ‘흐릿한 기억’으로 남아있는 것들을 복원해내고 싶습니다.”

문씨는 “미술관은 미술관 대로 역할이 있고 뽕뽕 브릿지 처럼 요즘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대안공간들은 그 나름의 역할이 있다”며 “예술공간 집은 관람객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대중적인 미술 매개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음악은 세월을 지나 계속해서 들려지는데 보물같은 작품들은 왜 작가의 작업실에, 창고에 갇혀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합니다. 1980년∼1990년대 작품들에는 그 때 당시의 감성이 그대로 살아있어 지금 봐도 참 좋아요.”

개관 기념전 ‘다시 호흡하는 시간’은 문씨의 오랜 꿈이 담긴 기획으로 개관 의도를 그대로 담아 인상적이다. 특히 지역 갤러리들이 뚜렷한 컨셉을 갖고 기획전을 진행하는 경우가 거의 없어 이번 기획전이 무엇보다 반갑다. 집과 닮은, 조금은 오래된 작품(1991∼2017년작)들을 만날 수 있는 이번 전시는 ‘집이 내포하고 있는 내적·외적 사유를 담은 작품을 떠올리며 기획했다’는 그녀의 의도를 충실히 구현하고 있다. 무엇보다 문씨가 20대 시절부터 좋아하고, 아꼈던, 그래서 ‘꼭’ 다시 보고 싶었던 작품들을 일일이 발품 팔아가며 가져와 전시했다.

지금은 미디어 아트 작업을 하는 정선휘 작가의 2001년 작 ‘삶 속에서 새벽을 열다’. 푸르스르름한 새벽 속을 걸어가는 한 남자의 뒷모습이 아련하다. 바로 옆에 걸린 박일구 작가의 사진 작품들은 우연찮게도 정 작가가 화폭에 포착한 바로 그 현장의 모습을 담고 있다. 대학교 3학년 때 마니프에서 처음 접한 후 꼭 다시 보고 싶었던 공성원(성균관대 교수)의 ‘먼지그림-나무’는 작가가 자신의 집에 쌓인 먼지로 만든 작품이다.

조현택 작가가 앵글에 담아낸 빈집의 풍경들, 오래전 바로 이 한옥에서 벌어졌을 것같은 일상의 모습을 담은 조병철 작가의 ‘봄손님’, ‘집, 꿈, 숲’이라는 단어가 연속 반복되는 정승운 작가의 작품 등 전시작 하나하나에는 많은 이야기가 담겼다. 또 함께 학창시절을 보냈던 조윤성 작가의 초창기 시리즈 ‘씨앗으로부터’, 집에서 아이를 키우고 있는 ‘지금 일상 그대로의 모습’이 담긴 임현채 작가의 작품도 인상적이다.

전시는 30일(오픈행사 오후 5시)부터 올 연말까지 진행된다. 문의 062-233-3342.

/김미은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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