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형 청년창업 모델을 찾아서
<8> 獨 베를린 코워킹 스페이스 ‘베타하우스’
예비창업자 아이템 공유 … 자문·멘토링 인큐베이팅 공간으로
![]() 베타하우스의 공유사무실에서 유럽청년들이 각자의 업무를 보고 있다. |
‘제조업 강국’이라고 불리는 독일은 ‘스타트업’과 거리가 멀었다. 더욱이 수도 베를인의 경우 동독과 서독의 통일 이후 산업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기반을 닦아 놓질 못했다. 전쟁의 상처가 아직도 아물지 않은, 잿빛의 도시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지금의 베를린은 확연히 다른 분위기로 바뀌어가고 있다. 세계 각국의 유능한 청년들이 베를린으로 몰리면서다. ‘팩토리 베를린’이라는 벤처창업단지가 생기고, 이곳에 세계적인 IT 기업들도 하나 둘 둥지를 틀고 있다. 어둡고 침침했던 도시가 청년창업가들이 모이면서 다시 활력을 찾아가고 있다. 매일 평균 2개 꼴로 스타트업이 탄생하고 있을 정도다.
독일정부와 베를린 지방정부가 IT 등 관련 인력에 대한 비자, 체류조건, 취업 등 파격적인 조건으로 각국의 청년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독일의 행정절차는 워낙 느린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이 분야만큼은 예외다. 덕분에 러시아·폴란드·체코 등 작은 국가부터 동유럽 국가의 인적자원들이 베를린으로 급속도로 모이는 추세다.
특히, 베를린에서는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이 모이는 공간인 ‘코워킹 스페이스’(co-working space)가 활성화 돼 있다. 코워킹 스페이스는 사무실을 따로 임대하지 않고 소규모 사무실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무엇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같은 사무실에 있는 방문자. 즉 예비창업자들끼리 서로의 의견과 아이템을 공유하고 협업할 수 있고, 창업자를 위한 서류작성과 법률·세부자문, 교육, 행사 등도 진행돼 도움을 얻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이 때문에 스타트업이나 벤처 등 1인 기업과 예비창업자들의 선호도가 높다. 프리랜서나 강사들도 눈치보지 않고 개인업무를 위해 들리고 있으며, 회의실이나 모임공간이 필요한 학생들도 방문하는 추세다.
독일 베를린의 대표적인 ‘코워킹 스페이스’는 원조로 꼽히는 ‘베타하우스’(Betahaus)가 있다. 지난 2009년 역량 있는 스타트업과 프리랜서들을 키우고 네트워킹과 인큐베이팅을 해주기 위한 플랫폼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로 6명이 공동 설립했다. 회원제나 시간제로 이용할 수 있으며, 회원제 금액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공간과 지원받을 수 있는 서비스 형태가 다르다.
우선 처음 방문한 이곳의 분위기는 굉장히 자유스러웠다. 1층은 국내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카페형태로, 수많은 청년들이 카페를 오듯 자연스레 방문하고 있었다. 이들은 하나 둘 책상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노트북을 펴고 자신의 사업아이템 등을 정리하고 있었다.
각자의 아이템을 공유하거나 의견을 묻고, 자신이 부족한 기술적인 분야에서 서로 조언을 구하는 등 움직임도 활발했다.
베타하우스는 베를린을 넘어 쾰른과 함부르크 등 독일 국내부터 스페인 바르셀로나, 불가리아 소피아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한다. 프랑스 파리와 덴마크 코펜하겐, 오스트리아 빈에도 상호협력을 위한 커뮤니티가 확장되는 추세라는 게 베타하우스 관계자의 설명이다.
베타하우스 관계자는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사무실보다 자연스레 사람들과 어울리는 개방된 작업공간이 확대되고 있다”며 “IT 등 스타트업처럼 아이디어가 중요한 사업의 경우 이젠 과거 경직된 분위에서는 실현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더 재밌는 것은 베타하우스의 직원들 중에서도 ‘독일어’를 할 줄아는 사람이 극히 드물었다는 점이다. 워낙 유럽 각지에서 청년들이 모이는 곳이다 보니 공용어로 ‘영어’를 사용하고 있었다.
코워킹 스페이스는 이제 독일을 넘어 전 세계로 뻗어가고 있다. 지금처럼 부동산 임대 모델로 머무르는 것을 벗어나 콘텐츠·서비스 모델이 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무엇보다 단순히 공간을 임대해 사용하는 게 아니라 일을 하고, 창업을 하기 가장 효율적인 환경을 제공하는 분위기로 확장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코워킹 스페이스 사업이 점차 활기를 띄고 있다. 최근 광주와 나주 빛가람혁신도시에 협업·공유공간인 관련 업체들도 속속 들어서고 있다. 상무지구 ‘르호봇 비즈니스 인큐베이터’, 동구 호남동·금남로 ‘유오워크’, 광산동 ‘비즈니스 지원센터’, 나주 ‘스페이스코웍’ 등이다.
무엇보다 베를린의 코워킹 스페이스 사례들은 광주·전남지역과는 조금 달랐다. 현재 지역에서는 건물을 임대해 인테리어를 한 뒤 다시 소비자인 청년창업가 등에게 재임대하는 상업적 구조를 띄고 있다.
반면, 베를린의 경우 전쟁 이후 버려져 있다시피 방치된 건물을 활용해 청년들에게 임대하거나, 코워킹 스페이스 관련 사무실로 입주할 수 있게 해주고 있다. 도시재생 효과는 물론, 사업자금이 필요한 청년들의 임대료·사용료 부담을 덜 수 있는 구조다.
단순히 사무공간 마련에 따른 부담을 덜기 위한 공간을 벗어나 창업자를 위한 전국적인 커뮤니티, 전문가 자문, 멘토링, 교육, 세미나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변화해나가야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뛰어난 인재를 광주로 불러모으기 위해서 베를린 지방정부처럼 구도심의 건물을 활용하는 등 사업적인 측면에서 벗어나 지자체 차원에서 ‘코워킹 스페이스’를 구축하는 방안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박기웅기자 pboxer@kwangju.co.kr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베를린은 확연히 다른 분위기로 바뀌어가고 있다. 세계 각국의 유능한 청년들이 베를린으로 몰리면서다. ‘팩토리 베를린’이라는 벤처창업단지가 생기고, 이곳에 세계적인 IT 기업들도 하나 둘 둥지를 틀고 있다. 어둡고 침침했던 도시가 청년창업가들이 모이면서 다시 활력을 찾아가고 있다. 매일 평균 2개 꼴로 스타트업이 탄생하고 있을 정도다.
독일의 행정절차는 워낙 느린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이 분야만큼은 예외다. 덕분에 러시아·폴란드·체코 등 작은 국가부터 동유럽 국가의 인적자원들이 베를린으로 급속도로 모이는 추세다.
무엇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같은 사무실에 있는 방문자. 즉 예비창업자들끼리 서로의 의견과 아이템을 공유하고 협업할 수 있고, 창업자를 위한 서류작성과 법률·세부자문, 교육, 행사 등도 진행돼 도움을 얻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이 때문에 스타트업이나 벤처 등 1인 기업과 예비창업자들의 선호도가 높다. 프리랜서나 강사들도 눈치보지 않고 개인업무를 위해 들리고 있으며, 회의실이나 모임공간이 필요한 학생들도 방문하는 추세다.
독일 베를린의 대표적인 ‘코워킹 스페이스’는 원조로 꼽히는 ‘베타하우스’(Betahaus)가 있다. 지난 2009년 역량 있는 스타트업과 프리랜서들을 키우고 네트워킹과 인큐베이팅을 해주기 위한 플랫폼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로 6명이 공동 설립했다. 회원제나 시간제로 이용할 수 있으며, 회원제 금액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공간과 지원받을 수 있는 서비스 형태가 다르다.
우선 처음 방문한 이곳의 분위기는 굉장히 자유스러웠다. 1층은 국내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카페형태로, 수많은 청년들이 카페를 오듯 자연스레 방문하고 있었다. 이들은 하나 둘 책상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노트북을 펴고 자신의 사업아이템 등을 정리하고 있었다.
각자의 아이템을 공유하거나 의견을 묻고, 자신이 부족한 기술적인 분야에서 서로 조언을 구하는 등 움직임도 활발했다.
베타하우스는 베를린을 넘어 쾰른과 함부르크 등 독일 국내부터 스페인 바르셀로나, 불가리아 소피아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한다. 프랑스 파리와 덴마크 코펜하겐, 오스트리아 빈에도 상호협력을 위한 커뮤니티가 확장되는 추세라는 게 베타하우스 관계자의 설명이다.
베타하우스 관계자는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사무실보다 자연스레 사람들과 어울리는 개방된 작업공간이 확대되고 있다”며 “IT 등 스타트업처럼 아이디어가 중요한 사업의 경우 이젠 과거 경직된 분위에서는 실현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더 재밌는 것은 베타하우스의 직원들 중에서도 ‘독일어’를 할 줄아는 사람이 극히 드물었다는 점이다. 워낙 유럽 각지에서 청년들이 모이는 곳이다 보니 공용어로 ‘영어’를 사용하고 있었다.
코워킹 스페이스는 이제 독일을 넘어 전 세계로 뻗어가고 있다. 지금처럼 부동산 임대 모델로 머무르는 것을 벗어나 콘텐츠·서비스 모델이 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무엇보다 단순히 공간을 임대해 사용하는 게 아니라 일을 하고, 창업을 하기 가장 효율적인 환경을 제공하는 분위기로 확장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코워킹 스페이스 사업이 점차 활기를 띄고 있다. 최근 광주와 나주 빛가람혁신도시에 협업·공유공간인 관련 업체들도 속속 들어서고 있다. 상무지구 ‘르호봇 비즈니스 인큐베이터’, 동구 호남동·금남로 ‘유오워크’, 광산동 ‘비즈니스 지원센터’, 나주 ‘스페이스코웍’ 등이다.
무엇보다 베를린의 코워킹 스페이스 사례들은 광주·전남지역과는 조금 달랐다. 현재 지역에서는 건물을 임대해 인테리어를 한 뒤 다시 소비자인 청년창업가 등에게 재임대하는 상업적 구조를 띄고 있다.
반면, 베를린의 경우 전쟁 이후 버려져 있다시피 방치된 건물을 활용해 청년들에게 임대하거나, 코워킹 스페이스 관련 사무실로 입주할 수 있게 해주고 있다. 도시재생 효과는 물론, 사업자금이 필요한 청년들의 임대료·사용료 부담을 덜 수 있는 구조다.
단순히 사무공간 마련에 따른 부담을 덜기 위한 공간을 벗어나 창업자를 위한 전국적인 커뮤니티, 전문가 자문, 멘토링, 교육, 세미나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변화해나가야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뛰어난 인재를 광주로 불러모으기 위해서 베를린 지방정부처럼 구도심의 건물을 활용하는 등 사업적인 측면에서 벗어나 지자체 차원에서 ‘코워킹 스페이스’를 구축하는 방안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박기웅기자 pboxer@kwangju.co.kr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