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형 청년창업 모델을 찾아서 <5> 농수산식품유통공사 ‘에이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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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형 청년창업 모델을 찾아서 <5> 농수산식품유통공사 ‘에이토랑’
직접 조리·서빙·메뉴개발 … 외식업계 청년CEO 사관학교
2017년 11월 15일(수) 00:00
서울 양재동 aT센터 지하 1층 에이토랑(aTorang)에서 점심시간 전 청년들이 음식을 준비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매달 외식업 창업을 앞둔 청년들이 직접 식자재를 구입해 조리·판매·서빙·서비스까지 경험해볼 수 있도록 인큐베이팅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새우장덮밥 하나랑 규동 하나요.”

점심 식사시간이 되자 직장인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들은 각자 줄을 서더니 메뉴판을 찬찬히 살펴보며 음식을 주문했고, 동시에 건너편 조리실에서 앳돼 보이는 청년들은 음식을 만들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다.

이곳은 서울 양재동 aT센터 지하 1층에 있는 식당 에이토랑(aTorang)이다. 132㎡(40평), 50석 규모의 평범한 식당처럼 보이지만 들여다보면 다르다.

이날 에이토랑에서 판매되고 있는 음식은 새우장덮밥·제육덮밥·규동·연어덮밥 등 덮밥류가 주메뉴다. 깔끔한 복장을 갖추고 조리와 서빙 등을 하고 있는 직원들은 모두 한 요리학원을 다니고 있는 ‘청년’이다.





에이토랑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외식산업 활성화와 청년창업 지원을 위해 지난 2016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에이토랑은 청년들이 가장 많이 창업하고 있는 요식업 분야에 실질적이고 효율성 있는 지원정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요식업에 대한 정부나 지자체의 창업지원이 부족한데다, 실제 요식업 창업 이후 사업에 실패하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돋보인다.

첫해 주요 대학 식품영양학과나 외식조리학과 학생 등 전공자들이 3주씩 점포를 맡아 스스로 메뉴를 정하고 직접 조리·판매하던 것도 올해부터는 만 39세 이하 예비 청년창업자와 농가 맛집 운영자도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운영기간도 4주로 늘렸고, 이후 창업자금이 필요하면 외식업체 육성자금도 신청할 수 있다.

에이토랑의 가장 큰 장점은 외식업 창업을 앞둔 청년들이 직접 조리와 서빙, 메뉴개발 등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점포를 운영하면서 소비자들의 반응을 살펴볼 수 있는 것은 물론, 이 경험을 토대로 추후 외식업 창업시 실패확률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우선 이곳에 입주하면 외식업 영업장소와 조리실, 주방기기를 무료로 제공해주는 데다, 외식창업에 대한 전문가들의 멘토링·교육도 받을 수 있다. 자문위원들의 경영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고, SNS 등 전반적인 홍보와 마케팅 지원도 받는다. 청년들은 식재료 구입비, 보험료, 수도·가스 등 광열비만 지출하면 돼 부담이 없다.

에이토랑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정부나 자치단체의 청년창업 지원사업 중 외식업 분야에 대한 지원정책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다. 외식업 창업에 뛰어드는 청년들은 많음에도 이들이 창업시 실패하지 않도록 돕기 위한 안전망이 없다는 것이다.

실제 국세통계연보 등에 따르면 2014년 창업해 지난해 처음으로 부가가치세를 신고한 개인사업자는 전국 65만2285명으로, 1년 전(56만6612명)보다 15.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일반사업자의 경우 광주·전남지역 2만5371명을 포함해 전국 43만3284명 가운데 업종별로 음식업창업자가 8만6261명(19.9%)으로 가장 많았다.

특히 간이사업자는 광주·전남 1만3978명을 포함, 전국 21만9001명 가운데 음식업 창업자가 7만7727명(35.5%)으로 가장 많았으며 일반사업자보다 창업비율도 높았다.

이처럼 음식점 등 외식창업에 몰리는 이유는 소규모 자본과 큰 기술 없이도 쉽게 뛰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진입장벽이 낮고 전문기술 없이도 진입할 수 있어서다.

다만, 문제는 실패확률이 그만큼 크고 자칫 빚더미에 앉을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가 발표한 ‘광주지역 자영업의 현황과 정책과제’에 따르면 지난 2014년 기준 광주지역 자영업체는 8만9000개로 전체 사업체의 79.5%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들 자영업체 중 폐업률은 15.8%로 전국 평균(13.6%)에 비해 2.2%포인트 높았다.

창업 후 2년간 생존율도 44.3%에 불과해 2년 이내에 절반 이상(55.7%)이 폐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는 자영업체의 창업시 평균 부채비율은 36.4%로 전국 평균(24.2%) 보다 높았다.

반면, 에이토랑처럼 ‘실전경험’을 쌓을 경우 실패확률을 현저히 낮출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직접 식재료를 구입, 조리·판매까지 음식점 운영의 모든 것을 한달간 직접 체험할 경우 첫 창업초창기 리스크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 등 학교에서 배운 이론과 외식현장에서 실습을 통해 경험한 것들은 반영해보고 개선하면서 자신만의 아이템과 경영기법을 찾아갈 수 있다. 또 그저 막연하게 느껴졌던 창업계획을 전략적으로 검토해볼 수 있으며, ‘아르바이트생’ 마인드에서 고용주로서의 책임감과 자신감도 얻어갈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다.

에이토랑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9월까지 총 12팀(143명)이 창업 체험을 마쳤다. 이들 중 지난해 창업을 한 청년은 8명(취업 10명)으로 올해도 7명(취업 31명)이 창업하는 등 외식업계 청년CEO를 배출하는 사관학교로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롯데마트 등 기업에서도 에이토랑을 벤치마킹해 청년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대구시에서도 내년 에이토랑을 벤치마킹한 외식업 지원정책을 펼칠 예정인 것으로 파악됐다.

에이토랑을 거쳐가 이달 서울에 이탈리안 음식점을 창업하는 ㈜킵스트레이트 임종진(26)씨는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현장에 반영하고, 직접 조리하고, 고객을 대상으로 판매까지 해보는 좋은 기회였다”며 “아르바이트 경험이 많지만 직접 운영하면서 많은 노하우를 쌓았다”고 설명했다.

/박기웅기자 pboxer@kwangju.co.kr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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