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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청년을 말하다] <13> 몸짓으로 세상 표현, 염승희씨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세요 YOU CAN DO IT!
2017년 09월 20일(수) 00:00
염승희씨가 발표한 ‘유캔두잇’의 한 장면.
누구나 삶에 주인공이 될 수 있는가? 유캔두잇(You can do it)! 여기, 당신은 할 수 있다고 외치는 사람이 있다. 몸짓으로 세상을 표현하는 청년, 염승희(32)씨이다. 염씨는 광주에서 퍼포먼스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호남검무를 가르치는 수업을 맡아 일주일에 한 번씩 중학생들을 만난다. 퍼포먼스는 신체를 이용해 표현하는 예술행위를 말한다.

“퍼포먼스를 통해 오랫동안 잠재해있던 욕구가 표출되는 것을 느꼈어요. 저에게 퍼포먼스는 하고 싶은 이야기를 꺼내는 통로이자, 소통 방법이에요.”

그녀가 몸의 움직임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고등학교 때였다. 야간자율학습을 대신해 무용학원에 등록하면서 부터다. 예술고등학교에서 무용을 전공하는 친구들보다 늦게 시작한 편이었지만, 몸으로 표현하는 것이 적성에 맞았다. 이후 조선대학교 무용학과에 입학하여 현대무용을 전공했다. 그러나 대학을 졸업하고, 전공과 다른 일을 택했다. 유치원 영어강사, 축제 스텝, 교육사업 실무자, 연구보조원 등으로 일하며 한동안 춤추기를 잊고 살았다.

“2014년 비엔날레에 초청된 국내외 작가들이 금남로에서 퍼포먼스를 했어요. 그렇게 유명한 작가들을 한 자리에서 본 것은 처음이었죠. 퍼포먼스를 보는 내내 짜릿하더라고요.”

염씨는 작가들의 퍼포먼스를 유심히 관찰했다. 그때 몸을 움직여 에너지를 발산하던 예전의 자기 모습을 그리워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일이 있은 지 2년 후, 김광철 작가에게 연락이 왔다. 작업에 참여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세월호 참사와 위안부 문제를 다룬 ‘로맨 틱 매터리얼 7시간’이란 작품이었다. 전남대학교 불문과 수업에 선보일 예정이라고 했다. 염씨는 흔쾌히 승낙하고 소녀상 역할을 맡았다. 눈을 가린 채, 입 안에 오므리고 있던 분홍 구슬을 하나씩 뱉어내야했다. 마지막에는 ‘나의 살던 고향’을 부르며 관객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나는 돌아갈 곳이 있는데, 위안부 소녀들은 돌아갈 곳이 없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가슴이 먹먹하고 처연했어요.”

염씨가 퍼포먼스 아티스트로 발돋음을 한 것은 2016년 ‘김광철 퍼포먼스아트 아카데미 인 완주’에 참여하면서부터다. 아카데미 수업은 일주일에 한 번, 두 달간 완주에 있는 공동창조공간 누에에서 진행됐다. 참가자는 ‘테스팅’이라는 과정을 거치며 퍼포먼스를 펼치고 참여자간 피드백을 주고받았다. 김광철 작가는 가이더로써 수업의 흐름을 유지했다.

“퍼포먼스의 장점은 누구나 자신의 퍼포먼스에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거예요.”

염씨는 시간이 흐를수록 표현이 유연해지고, 내면이 단단해지는 자신을 발견했다. 실수를 하더라도 그것을 인정하고, 다시 시도하는 태도를 몸에 익혔다. 신체의 기능이나 겉모습과 상관없이 몸은 그 자체로 소중하다는 것도 깨달았다.

7주간 이어진 아카데미 수업을 마치고 참가자들은 정식발표전을 가졌다. 염씨는 ‘유캔두잇’이라는 작품을 선보였다. 구체적인 기승전결의 형식은 정하지 않았다. 다만, 립스틱과 장갑, 테이프, 모자 등 소품을 준비했다. 그녀는 붉은 립스틱을 이용해 거울에 ‘찬스(Chance)’라고 적었다. 테이프를 이용해 가슴에 캔과 장갑을 붙이고 몸짓을 시작했다. 실내에는 발소리와 옷깃 소리 뿐 정적이 흘렀다. 그녀는 주위의 일상적인 소품을 이용해 변화의 기회를 만들고 싶었다고 전한다. 스스로에게 해주는 위로와 응원이었다.

염씨는 일상의 모든 움직임이 퍼포먼스와 연결된다고 말한다. 퍼포먼스라고 하면 대다수 사람들이 난해하다고 꺼린다. 그러나 퍼포먼스의 시작은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자신이 오늘 무엇을 먹고 싶은지, 어떤 길을 따라 산책을 하고 싶은지 등 물어보고 행동으로 답하는 것이다.

“어떤 몸이든 단련되면 건강해져요. 어색하지만 움직이다보면 익숙해지고, 힘이 실리죠. 그렇게 움직이다보면 마음이 가벼워져요.”

바쁘게 지나가는 하루, 여유없는 삶에서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오늘, 당신만의 퍼포먼스를 시작해보길 바란다. 유캔두잇!



/송재영 청년기자

tarajay@naver.com



-기억보관소 프로젝트 운영

-작가·필명 ‘타라재이’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