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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정의 독일이야기 ⑥ 4차산업혁명의 총아 독일 스마트팩토리
제조업 변화만이 ‘탈광주’ 막는다
2017년 08월 31일(목) 00:00
베를린에 사는 동안 처음으로 아내의 옷을 산 곳은 아디다스 스피드공장의 의류버전인 니트포유(Knit for you)에서였다. 93년 고임금 때문에 독일을 떠났던 아디다스 신발공장이 23년 만에 귀환했다는 소식을 듣고 안스바흐 공장을 방문하려던 계획이 가동세팅이 끝나지 않아 무산된 직후였다. 이곳에서 옷을 사는 방법은 새롭다. 먼저 4개의 레이저로 된 기계에 올라 150개 부위를 체크한다. 이어 베를린 대학과 협력해 만든 기계에서 디자인을 정한다. 그 다음 색상을 택하면 곧바로 제작! 주문에서 생산까지는 총 4시간, 공장과 시장의 담을 없앤 새로운 개념의 팩토리다. 듣기만 했던 다품종 소량생산, 개인맞춤 생산시대(Personalized Customization)다.

클릭 몇 번만으로 정확한 니즈가 반영된 제품을 빠르게 받아보는 제조업의 혁신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제조업과 ICT의 결합이다. 폭스바겐의 경우, 기존 노동자 3만 명을 5년에 걸쳐 감축하고, 첨단IT전문가 9천명을 채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인력감축으로 생겨난 35억 유로는 친환경 신기술 개발에 투자할 예정이다. 또 불량률을 제로화하기 위해 모든 공정에 자율센서를 부착했다. 신발, 자동차, 전자제품 등으로도 스마트팩토리가 확산되면서 공장들이 독일로 다시 귀환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런 추세면 디자인만 담당하는 국가, 생산만 전담하는 국가는 점차 없어질 것 같다.

메르켈이 명명한 독일의 인더스트리 4.0은 다른 영역과 주체들의 융합으로 이뤄낸 거대한 공동체같다. 그 결정적인 장면을 베를린에서 열린 가전박람회(IFA)에서 봤다. 가전박람회 특강에 나선 사람은 다름 아닌 벤츠자동차 회장 디터 체체 였다. 그는 자동차는 더 이상 이동 수단이 아니라 친환경 에너지와 사물인터넷(IoT)으로 이뤄진 “시간의 질을 높이는 기계”라고 말한다. 체체 회장의 설명대로 앞으로의 자동차는 신호등은 물론 주변의 경찰서, 구조대 등과 정보를 주고받으며 이동하는 첨단기기가 될 것이다. 전문가들은 2030년이면 전체 차의 절반이 친환경차로 바뀔 것이라 예견한다. 에너지는 물론이고 부품산업, 차량수명 연장에 따른 수리나 보험 등 서비스산업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다. 광주가 조립생산과 부품 공장에 머물러서는 안 되는 이유다.

뮌헨 BMW를 방문했을 때 회사관계자 3명이 나와 향후 100년을 풀어갈 전략을 네 단어로 설명한다. Automated(자동화), Connected(연결), Electrified(전기화), Shared(공유)다. 에너지는 친환경으로, 기능은 최첨단과 연결, 사용방식은 이용과 소유를 분리시키는 공유의 개념이다. BMW는 전기차 중심의 카 쉐어링 업체를 이미 운영하고 있다. 카 쉐어링으로 판매대수는 줄어들 수 있지만 판매차량의 마일리지는 더 늘어날 것이란 말을 들으며 ‘가치’를 바꿔야 혁신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일에 머무는 동안 폭스바겐과 BMW, 벤츠를 방문했고, 파리자동차박람회, 뮌헨전기차박람회, 하노버상용차박람회장을 찾았다. 박람회장과 자동차회사에서 필자가 본 변화의 키워드는 역시 친환경 전기차다. 독일과 프랑스, 노르웨이, 영국은 2030년까지는 화석연료 자동차의 판매금지를 이미 선언했다. 거대한 변화가 시작된 것 같다.

자동차와, 문화, 에너지가 성장 동력인 광주는 어떤 길을 가야 할까. 기업과 대학, 지방정부는 어떤 상생의 프로세스를 만들어야 할까. 분명한 것은 당하는 변화가 아니라 주도하는 변화여야 한다는 점이다. 변화를 예측하고 주도할 때 성장폭과 미래가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강기정의 독일이야기〉는 정치인 강기정이 12년의 의정활동을 잠시 멈추고, 베를린자유대학교(Free University of Berlin)에 방문학자(visiting scholar)로 머물며 기록한 독일의 industry4.0, 에너지, 경제, 정치 현장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총 10회에 걸쳐 매주 목요일에 연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