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로 만나는 오월] ① 재독작가 정영창 ‘검은 하늘 그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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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로 만나는 오월] ① 재독작가 정영창 ‘검은 하늘 그날’전
“평화공동체 꿈꾼 윤상원 열사 소망 담았죠”
2017년 05월 08일(월) 00:00
정영창 작가가 작품 ‘전일빌딩’을 소개하고 있다.
오는 18일은 제 37주년 5·18 민주화운동기념일이다. 5·18 주간을 맞아 지역 예술가들이 다양한 장르로 의미와 기억을 되새기는 행사를 마련한다. 아픔을 넘어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킨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자리를 소개한다.



“5·18민중항쟁 때 시민군으로 활동했던 윤상원 열사는 평생 공동체 세상을 꿈꿨습니다. 화합과 평화, 윤 열사가 원했던 광주를 시민들이 함께 만들어 갔으면 좋겠습니다.”

4일 시민자생단체 ‘메이홀’에서 만난 재독작가 정영창(60)씨는 큰 짐을 내려놓은 듯 한결 가벼운 표정이었다. 그는 메이홀이 제 37주년 5·18을 맞아 기획한 정영창 신작전 ‘검은하늘 그날’(12∼31일)을 앞두고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었다. 지난 두달간 광주에 머물며 사람과 공간을 접하고 느낀 고민을 쏟아낸 결과물들이다.

정 작가가 작업실을 꾸린 메이홀 4층에는 100호 이상 작품들이 여럿 보였다. 관람객들에게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소재를 확대, 강조한 작품들이다.

“5·18은 주제 자체가 너무 강해 소재를 다루기 힘듭니다. 옛 도청, 5·18민주묘지 등을 많이 걸어다녔어요. 작품 완성도는 물론 폭력적이지 않으면서 평화적인 느낌을 담자고 생각했습니다.”

정 작가에게도 5·18은 인생의 방향을 바꾼 사건이다. 당시 군대에 있었던 정 작가는 서울에서 근무하며 완전무장을 하고 계엄군 투입 대기를 하고 있었다. 다행히 투입은 되지 않았지만 예술가로서 어떤 삶을 살아야할지 군 제대 이후 방황하는 계기가 된다.

정 작가는 1983년 독일로 유학을 떠난다. 당시 한국과 함께 분단국가였던 독일 작가들이 어떻게 정치·사회 문제를 다루는지 보고 싶었다. 아픔을 담았지만 아름다웠던 케터 콜비츠 등의 작품에서 영향을 받아 30년간 뒤셀도르프에서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이번 작업은 윤상원 열사가 시작이다. 전시 주제를 고민하던 그는 죽는 순간까지 이웃을 먼저 생각했던 윤 열사에 주목했다. 작품 ‘윤상원’은 얼굴을 크게 확대한 그림이다. 작품 전체에 흐르는 하얀색은 우유빛으로 형상화한 핏자국으로 생명을 상징한다.

또 ‘2016 일기’에는 윤 열사가 초등학생 때 쓴 일기장의 한 구절을 옮겨놓았다. ‘옳고 그름을 분간하는 사람이 참다운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남을 위해서 봉사하는 일이 값어치 있는 일이다.’ 정 작가가 평생 주제로 삼고 있는 평화정신과 부합했다.

작업 내내 가장 불쾌했다는 작품 ‘김기춘’은 입에서 검은색 물이 흐른다. 사람을 잡아먹는 괴물 ‘좀비’를 형상화했다. 입으로 다른 사람의 인생을 망치고 정치적 모략을 꾸미는 모습을 비판했다.

전시 포스터에 사용한 작품 ‘전일빌딩’은 조그만 검은 점들이 눈에 띈다. ‘검은 하늘 그날’ 시리즈 중 하나로, 지난 겨울 독일에서 작업을 마쳤지만 이후 전일빌딩(옛 광주일보 사옥) 헬기사격이 이슈화되자 총탄 자국을 추가했다.

‘검은 하늘 그날’ 시리즈 중 옛 도청을 그린 그림은, 5·18 당시 시민군들의 시각을 담았다. 죽음을 상징하는 검은 물질이 다가오고, 온통 어둡다. 점점 희미해져가는 5·18 의미를 기억하자는 당부다.

전시 주제는 ‘러브’로 귀결된다. 영화 속 한장면을 그린 이 작품은 윤 열사 이야기와 결합되며 ‘사랑’ 만큼 소중한 건 없다는 메시지를 건넨다.

정 작가와 메이홀의 인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4년 광주비엔날레 20주년 기념 특별전 ‘달콤한 이슬-1980 그후’ 출품작인 ‘세월오월’ 공동작업에 참여했다.

정씨는 “환경이 바뀐 탓에 지난 두달간의 작업이 쉽지는 않았다”며 “지금은 적응이 돼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더 좋은 작품으로 고향분들과 만나겠다”고 말했다.

목포 출신 정씨는 독일 카셀 미술대학, 뒤셀도르프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독일, 네덜란드, 프랑스 등 유럽에서 활동하고 있다. 2004 부산비엔날레, 광주시립미술관 ‘정영창전’(2016) 등에 참여했다. 문의 010-6791-8052.

/김용희기자 kimy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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