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文化로 물들다]⑨ 순천 문학동인 ‘시와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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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文化로 물들다]⑨ 순천 문학동인 ‘시와산문’
열정은 시가 되고 모임은 산문이 되고
2017년 02월 16일(목) 00:00
“행복해서 웃는 웃음은 주변을 밝혀주는 빛이다. 보여주기 위한 기교보다 스스로 도전받으며 꿈을 가꾸어 보자. 이끌리고 좋아하는 일이 뭘까 내면의 소리 들어보자. 저마다 가슴을 충만하게 채워줄, 예지를 찾아 가꾸는 여정에 순응하며 나아가자. 해를 거듭할수록 자존감 탄탄한 속사랑으로 채워질 것이다.”

문학동인 ‘시와산문’ 최영숙 회장은 회원들이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체득한 지혜와 경험을 문학으로 승화하기를 꿈꾼다. 무엇보다 읽고 쓰는 일은 관조와 성찰을 매개로 하기 때문이다.

순천에서 활동하는 ‘시와산문’ 동인은 25년이라는 역사를 지니고 있다. 문학의 위상이 날로 약화되는 상황에서 지역을 기반으로 25년째 꾸준히 문학활동을 펼친다는 것은 그 자체로 대단한 일이다.

동인은 문인들이 문학적 지향을 모토로 창작 활동과 지평을 넓혀가는 동호인 모임이다. 한 해 한 해 작품을 갈무리하며 서로의 성장을 도모하는 것은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니다. 문학을 향한 열정이 없다면 동인 활동은 오랜 기간 지속될 수 없다.

지난 92년 4월 결성된 ‘시와산문’은 당시 순천에서 글을 쓰고 공부하는 모임이었던 ‘문예대학’이 계기가 됐다. 이곳에 참여한 지역 문인들이 의기투합해 동인을 결성하게 됐고, 오늘에까지 명맥이 이어졌다.

현재 회원은 모두 28명이며 대부분 순천을 기반으로 하는 시인, 수필가 등이 참여하고 있다. 회원은 일반 직장인, 교사, 공무원, 주부 등으로 이루어져 있고 40대부터 70대까지 연령대도 다양하다.

초대회장과 부회장은 각각 정운기 시인과 장영숙 시인이 맡았다. 그리고 허근·안철수 시인 등 10여 명 회원이 참여해 문학을 매개로 한 열린 모임을 지향했다. 창립 첫해 허소라 시인과 신세훈 시인의 특강이 개최됐고 영랑생가와 다산초당 문학기행을 실시했다.

‘시와산문’ 창간호는 이듬해 1993년부터 발간됐다. 그 해에는 순천문인협회 시화전 참가를 비롯 시낭송회도 열렸다. 지금까지 모두 30호가 발간된 ‘시와산문’은 어엿한 성인으로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금까지 동인 활동은 다양한 방면에서 전개돼왔다. ‘동인지 콘테스트’ 참가, 소설가 김승옥과의 만남, 허형만 시인 특강, 해외문화탐방, 영호남 한마음 문학여행, 문학인교류대회, 회원시화전, 문학토론회 등 매년 특색있는 문학 행사를 진행했다. 또한 회원들의 창작 역량을 높이고 감성지수를 높이기 위해 정기적인 합평회를 열었다.

총무를 맡고 있는 이광숙 수필가는 “지역에서 동인지를 30회 냈다는 것은 그 자체로 대단한 일”이라며 “모임에 참여하는 회원들의 자부심과 열정이 높다”고 밝혔다.

이어 “매년 동인지를 꾸리기 위해 회원들 모두가 작품을 출품하는데 ‘성실한 부담감’이 오늘의 ‘시와산문’의 토대가 됐지 않나 싶다”고 덧붙였다.

작년에는 동인을 꾸린지 30주년이 되는 의미있는 해였다. 여느 해보다 풍성한 행사가 열렸다. 동인지 30호를 전남문화예술재단 지원을 받아 출간했는데 신입회원을 포함한 전 회원의 소중한 작품이 담겼다.

상반기에는 백제문화권 문학기행을 실시했다. 정림사지 부여박물관, 신동엽생가 및 문학관, 백마강 고란사와 낙화암 부소산성을 다녀왔다. 특별히 ‘문예대학’ 18기 회원들도 동행해 우의를 다지는 뜻 깊은 시간을 가졌다.

하반기에는 문학적 소통을 강화하고 친목 도모를 위해 3회에 걸쳐 토론회를 진행했다. ‘꽃들에게 희망을’, ‘채식주의자’, ‘어린왕자’를 읽고 토론회를 펼쳤다. 발제자가 제시한 주제와 문제의식을 토대로 텍스트가 내재하고 있는 의미와 문제의식 등을 다양한 관점에서 조명했다.

또한 시화전도 개최해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문인들에게 신선한 자극을 선사했다. 글과 그림이 어우러진 전시회는 동인들의 지성과 감성을 자극하는 기폭제가 됐다는 평이다.

올해도 다양한 행사들이 계획돼 있다. 매월 실시하는 문학토론회도 내실있게 진행하고 작년에 이어 시화전도 계획 중이다. 뿐만 아니라 매년 순천문인협회에서 주관하는 문예대학에 참여해 문학 공부도 하고 일부 회원은 강사로도 참여할 예정이다. 31집 ‘시와산문’ 발간에도 힘을 쏟아 문학기행, 신작 출품 소식, 시화전 관련 내용, 토론회 등 읽을거리 위주로 꾸밀 예정이다.

한편 ‘시와산문’은 다음카페(cafe.daum.net/si-san)도 개설해 회원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에게도 소통의 장을 제공하고 있다. 창작방에 글을 올리면 평가를 받기도 하며, 좋은 시와 글은 함께 공유를 한다.

‘시와산문’은 비록 지역에서 활동하는 동인이지만 열정만큼은 여느 중앙의 동호인 못지않다. 주변에서 중심을 지향하는 힘, 나아가 주변에서 주변을 추켜세우는 남다른 자부심이 근인이 아닐까 싶다.

/ 박성천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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