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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文化로 물들다] ⑦ ‘클래식 패밀리’
불모지 광주에 클래식 씨앗 뿌린다
2017년 02월 02일(목) 00:00
클래식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꾸린 ‘클래식 패밀리’가 지난 16일 양림동 오웬기념각에서 개최한 ‘신년음악회’ 모습. 모임은 매년 신년음악회를 정례화 하기로 했다.
시간이 잠시 멈춘 느낌이었다. 삐그덕거리는 나무 바닥과 오래된 의자,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나무 천장까지. 그 공간을 가득 메운 건 요한 스트라우스 2세의 흥겨운 ‘왈츠’ 음악들이었다.

김태현 광주대 교수가 이끄는 아르스필하모니 오케스트라는 이날 슈트라우스의 ‘박쥐’ 서곡, 최성환의 ‘아리랑 판타지’ 등을 들려줬다. 색소폰 연주자 박수홍 호신대 교수, 테너 정주영과 소프라노 장희정의 무대도 이어졌고 박수 갈채와 함께 앙코르 곡들이 연주됐다.

지난 1월 16일 광주시 남구 양림동 오웬 기념각에서 열린 ‘2017 신년음악회’ 현장은 소박하면서도 감동적이었다. 공연이 열린 오웬기념각은 1914년 건축된 광주 최초의 근대문화공간이다. 멋진 공간과 멋진 음악이 어우러진 행사인 셈이다.

이날 음악회는 민간 모임 ‘클래식 패밀리’(회장 윤귀환)가 주최했다. 3년여전 클래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꾸린 모임이다. 클래식 불모지 광주에서 작은 씨앗을 뿌리는 이들이다.

출발은 메가박스 광주점에서 상영되는 클래식 영상 작품들을 함께 보는 것에서 시작했다. 메가박스에서는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베를린 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신년음악회 생중계를 시작으로 매년 오페라, 오케스트라 연주회, 발레 등 다양한 공연물을 상영하고 있지만 관객 수가 그리 많지 않았다.

극장과 인연이 있던 김양균 전 헌법재판관 등 문화를 사랑하는 지역 어른들이 적은 숫자나마 ‘함께 모여’ 좋은 예술 작품들을 관람하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고, 2015년 120여명이 발기인 대회를 열고 ‘클래식 패밀리’를 만들었다.

단체는 특별한 규정이 없는 느슨한 형태로 운영된다. 이사장은 김응서(남해종합건설회장)씨가, 회장은 윤귀환씨가 맡고 회원은 120여명 정도다. 회원들은 1년에 6∼7회 메가박스에서 함께 오페라 등 공연 작품을 감상하고 지역에서 개최되는 클래식 음악회 등도 함께 관람했다.

지난해 가을에는 처음으로 음악회도 직접 개최했다. 전국 투어 일정이 잡힌 재즈 피아니스트 레미 파노시앙의 광주 공연이 없었던 데 아쉬움을 느낀 박수홍 교수의 제안으로 연주회를 개최했고 150석 규모의 광주아트홀이 만석을 기록했다.

올해는 예산을 들여 오웬기념각에서 신년음악회를 열었다. 남구 관광청이 기획을 맡아 연주자들을 초청했고, 참가자들은 그리 많지 않은 개런티에 흔쾌히 참여해줬다. 음악회는 무료로 진행돼 공연장을 찾은 이들에게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줬다.

신년 음악회를 마치고 최근 정기 모임을 가진 ‘클래식 패밀리’는 올해부터 모임을 활성화 시키기로 의견을 모았다.

우선 많은 사랑을 받았던 ‘신년음악회’는 상설화시키기로 했다. 장소는 오웬기념각이다. 지역에 근사한 ‘신년음악회’ 브랜드 공연이 생긴 셈이다.

또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고군분투하고 있는 지역 연주자들과 후원인들을 연결하는 만남도 2월 중 진행한다.

지역에서 열리는 클래식 공연과 메가박스 클래식 공연 감상도 꾸준히 이어간다. 모임에서는 1년에 6∼7회는 100석 규모의 메가박스 관 전체를 대관, 회원들을 초대해 공연을 함께 보고 있다. 대관을 하지 않는 날에는 극장과 연계해 티켓을 30% 할인해 주는 혜택을 제공한다.

지난해 메가박스에서는 구노의 ‘파우스트’, 바그너의 ‘마탄의 사수’ 등을 상영했고 올해도 베르디의 ‘가면 무도회’, ‘오텔로’, ‘발퀴레’, ‘탄호이저’ 등의 작품이 대기중이다. 그밖에 지역에서 열리는 의미있는 음악회에 함께 참여하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광주가 예향이라는 말을 듣기는 하지만 클래식 문화 환경은 척박해요. 앞으로도 좋은 음악회를 개최하고, 좋은 작품도 많이 보려고 합니다. 우리 모임은 특별한 회칙이나 회비도 없어요. 음악을, 그 중에서도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습니다.”(윤귀환 회장)

모임에 함께 참여하고 있는 박선정 남구관광청장은 “올해는 조직을 정비해 모임을 탄탄히 할 계획”이라며 “클래식을 사랑하는 이들의 많은 참여를 바란다”고 말했다. 문의 010-3605-6255,

/김미은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