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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文化로 물들다] ⑤ 전방위 예술가 성유진
일상속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예술 꿈꿔요
2017년 01월 19일(목) 00:00
성유진 작가가 18일 광주예총 창작스튜디오에서 양림동 간판 작업에 활용하는 작품 ‘Lust stain’를 소개하고 있다.
“아직도 ‘예술은 문턱이 높다’는 인식이 많아요. 우연히 만난 사람에게 드로잉 작품을 건네고 거리에 벽화를 그리며 일상 생활 속에서 쉽게 예술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늘리고 싶어요. 문화는 누구나 향유할 수 있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성유진(여·35)씨는 지난해 가장 활발히 활동한 작가 중 한명이었다. 3월에는 영흥식당을 그림으로 꾸몄는가 하면 5월에는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100인의 5·18 릴레이아트’에 참여했다. 또 소촌아트팩토리·신안동·영광 홍농 등 곳곳에서 벽화를 그리는 등 개인·단체전, 공공미술, 강의, 예술행사 등 여러 분야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특히 광주여성재단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아픔을 보듬기 위해 주관한 ‘마르지 않는 눈물:나비의 꿈’ 작업이 주목을 받았다. 성 작가는 담양에 거주하는 곽예남 할머니와 함께 그린 작품 ‘나의 살던 고향은’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18일 광주예총 창작 스튜디오에서 신년 계획 구상에 몰두 중인 성 작가를 만나 예술에 대한 생각과 올해 계획을 들어봤다.

조선대 미술대학 만화애니메이션학과 1기를 졸업한 성 작가는 그동안 여성을 모델로 욕망, 판타지 세계, 샤머니즘을 작품에 담았다. 여성과 사회현상을 주목하기 시작한 건 지난 2015년 광주지방법원에서 ‘세월호 허위 인터뷰 논란’의 홍가혜씨가 무죄 판결을 받는 모습을 본 뒤다.

“당시 2인전을 약 2주 남겨놓고 우연히 법원에서 홍가혜씨를 봤어요. 우리 사회가 한 여성을 어떻게 죄인으로 몰아가는지 볼 수 있었죠. 전시 주제를 ‘웰메이드 길티’(잘 만들어진 유죄)로 급히 바꾸고 작업을 다시 했습니다.”

지난해 위안부 작업도 이런 생각이 있기에 가능했다. 여성재단으로부터 의뢰를 받고 작업을 구상했지만 아무 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미술심리치료 교육을 받았던 그는 직접 피해 할머니를 만나야겠다고 생각했다. 처음엔 두려운 마음도 있었지만 친근하게 대해주고 쓰다듬어 주는 할머니를 보고 같은 여성으로서 공감대를 느꼈다.

성씨는 “곽예남 할머니가 그림을 그리며 상처를 치유하고 추억을 떠올리는 모습은 예술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부터 올초까지는 꼭 가보고 싶었던 히말라야를 올랐다. 약 20일간 네팔에 머물며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했다. 새해 계획과 함께 작업에 대한 영감을 얻고 본인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순수한 네팔 사람들과 어울리며 속세에 찌든 때가 씻겨져 나가는 기분이었어요. 식당과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사람들을 그려 줬는데 너무 좋아했어요. 작은 그림 한장이지만 문화 향유 기회가 적은 사람들에게는 좋은 선물이 될 수도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히말라야에서 예술의 역할과 본질을 다시 생각한 성 작가는 올해 전시 주제를 ‘아트 오르세’(Art Orsay)로 잡았다. 위작 논란에 휩싸인 고(故)천경자, 이우환 사태를 보고 ‘화가는 예술가인지 그림을 그리는 기술자인지’ 다소 민감한 질문을 던질 예정이다. 전시 주제에서 알 수 있듯이 프랑스 파리의 오르세 등 유명 미술관에 걸려 있는 그림을 재해석하는 방법으로 작업을 진행한다.

현재는 양림동 간판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식당, 헤어샵, 공방 간판을 색다르게 꾸미기 위해 구상 중이다.

또한 전시장에서 드레스를 입고 관람객을 맞는 등 다양한 퍼포먼스를 통해 본인을 소개하고 소통을 강화할 계획이다.

전남예고, 조선대 미술대학·대학원을 졸업한 성씨는 한국화대전 특선, 광주시미술대전 특선 등을 수상했고 광주문화재단·함평 잠월미술관·문화공간 ‘바림’ 레지던시에 참여했다. 현재 ‘다원예술’ 대표, 사생회·아트바이러스·예지모, 원우회, 그라운드 제로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김용희기자 kimy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