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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시대와 노인 헬스케어] ④ 대만 노인복지 시책
‘노령연금 vs 장기요양보험’ … 여기도 문제는 돈
2016년 11월 23일(수) 00:00
타이베이 시립 호연경로원 입소자들과 직원들이 단체 나들이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타이베이시에는 모두 2곳의 시립 경로원이 있지만 전액 무료로 운영되는 곳은 호연경로원이 유일하다. 하지만, 사회복지종사자에 대한 처우가 좋지 않아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호현경로원 제공〉
지난 4·13 총선에서 ‘복지 정책’ 공약이 선거판의 이슈로 떠올랐다. 더불어민주당이 박근혜 대통령의 18대 대선 공약이었던 ‘기초연금’(기초노령연금) 인상을 약속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당시 소득 하위 70% 노인들에게 매달 10만∼20만원씩 차등 지급하는 기초연금을 2018년까지 소득 하위 70%에 대해 최저생계비의 절반 수준인 30만원씩 균등 지급하는 방식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고, 현재 추진 중이다. 하지만 30만원씩 균등지급할 경우 현행보다 6조4000억원이 많은 18조7000억원의 예산이 필요한 상황으로, 재원 마련을 놓고 여야가 대립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구 고령화’라는 가속페달을 밟고 있는 대만의 상황도 비슷하다. 여당인 민주진보당과 야당인 국민당이 노령연금(기초연금)이나 장기노인요양보험 도입, 그리고 재원 마련 방안을 놓고 첨예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대만 입법원을 방문해 왕유민 국민당 의원으로부터 대만 정부의 고민을 듣고, 대만 타이베이 시립 경로원을 방문했다.



◇국민연금 확대냐, 장기노인요양보험 도입이냐=대만 입법원에서 만난 국민당 소속 복지위생위원회 왕유민 의원은 노인들의 문제를 장기요양프로젝트를 추진해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왕 의원은 “대만의 정년은 65세다. 노인들이 겪는 문제가 많다”며 “이런 상황을 고려해 어떻게 노인들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도움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프로젝트를 입법원에서 논의 중이다”고 밝혔다.

대만은 지난 5월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노인복지에 대한 논의가 새롭게 시작됐다. 특히 노인복지에 대한 접근 방식을 놓고 여야의 입장차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차이잉원 총통과 집권여당인 민진당은 국민연금 개편을 통한 노인문제 해결을 주장하고 있는 반면 국민당은 보다 확대된 장기노인요양보험제도 등과 같은 프로젝트를 추진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왕 의원은 “민진당은 국민연금을 확대해 노령연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노인문제 해결을 고민하고 있다”면서 “상속세, 소득세, 담배세 등을 늘려 330억 대만 달러(한화 1조2200억원)에 달하는 재원을 마련하면 된다고 보는 게 민진당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상속세 인상은 부자계층의 반대를, 소득세 인상은 일반 계층의 저항을 불러 올 것으로 보여 정부도 이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특히 취임 전 노령연금 도입을 위해 300억 대만 달러를 확보하겠다고 약속했던 차이잉원 총통과 민진당도 현재 170억 대만 달러(6300억원)만 편성했다.

국민당은 장기요양 프로젝트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장기요양 프로젝트의 큰 틀을 이루는 장기요양서비스법은 이미 통과됐고, 장기요양보험법은 아직 계류 중이다. 하지만 장기요양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1000억 대만 달러(3조7000억원)가량의 재원이 필요하다.

왕 의원은 “이 재원을 정부 40%, 기업 40%, 본인 20%씩 부담하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며 “장기요양 프로젝트가 도입되면 연금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을 넓히고, 더 많은 노인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대만에서도 노인 학대가 최근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노인들이 자녀나 보호자, 시설의 요양보호사 등에게 학대받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대만 정부는 이를 예방하기 위해 노인복지법을 개정, 노인 차별 금지 조항을 신설했다.

대만의 헬스케어 산업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왕 의원은 “대만의 요양기구의 품질은 부족하다. 또 보험의 지원을 못 받는다”며 “비영리 사업으로 돼 있는데 민간업체가 참여해 영리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면서 질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대만 노인시설=타이베이시에 위치한 시립 호연경로원은 65세 이상 저소득층 노인이 입소할 수 있는 노인복지시설이다. 자녀나 본인 명의 주택이 없는 노인만 입소할 수 있다. 타이베이시에서 운영하는 시립경로원은 두 곳이지만 전액 무료로 운영되는 곳은 이곳뿐이다.

전체 정원 400명 중 현재 346명이 생활하고 있는 호연경로원은 숙박시설, 도서관, 대강당, 야외극장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의식주는 물론 오락과 교육 프로그램, 장례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다. 또 신앙이 있는 사람들을 위해 종교시설도 있다.

이곳 노인들은 입소 후 눈을 감을 때까지 생활하는 게 보통이다. 이곳의 가장 큰 이점은 거동이 가능한 노인들의 경우 별도의 주거공간에서 본인의 집처럼 생활한다는 점이다. 휠체어 환자와 침상환자는 별도로 관리되고 있다. 또 이들을 위한 도예교실, 건강체조교실, 치매노인 교실 등 다양한 교육프로그램도 진행 중이다.

타이베이시가 운영하는 이 경로원은 예산난과 인력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경로원의 대기자는 30∼40명에 이른다. 현재 생활하는 노인들이 정원에 미치지 못하지만 더 이상 입소자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입소자들을 관리할 직원들이 부족해 더 많은 노인들을 돌볼 수 없다. 노인복지시설 종사자들에 대한 처우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호연경로원 관계자는 “간호사, 요양보호사 등 직원이 147명이지만 중증환자 간병 등 힘든 일이 많아 직원들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대만=김경인기자 kki@kwangju.co.kr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