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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전남의 리아스식 해안]<4>바다 매립 여전히 진행형]해안 개발, 미래세대 위한 혜안 필요
2016년 10월 25일(화) 00:00
갯벌과 자연 해안이 주는 경제적·환경적·심미적 가치가 개발을 통한 이익보다 월등히 크다는 주장이 21세기 들어 일반화되면서 우리나라도 정부 주도의 대규모 간척 및 바다매립 사업은 주춤한 상태다. 유럽을 비롯한 선진국은 간척 및 매립사업을 중단한데서 한 발 더 나아가 과거 필요에 의해 매웠던 갯벌과 해안을 되살리려고 역간척 사업을 진행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자연 해안선을 살리고 갯벌을 보존하는 것이 자연재해를 예방하거나 환경오염을 정화하는 데 탁월할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어업인 소득 증대는 물론 국가 경제에도 이롭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어민과 기업, 지방자치단체의 필요에 의해 바다 매립이 진행되고 있다. 자연 해안이 특정인이나 특정 단체 소유가 아닌데다 현 세대는 물론 우리 후손에게도 물려줘야 하는 공공재라는 점에서 바다 매립 등 해안 개발행위에 들어가기 전보다 신중한 검토가 절실하다.



◇대규모 간척·바다매립은 주춤하지만=20일 오후 영광군 백수읍 대신리 해안가 한 모퉁이에선 공사가 한창이었다. 기존에 있던 방파제 옆에 2만1200㎡ 규모의 바다를 매립한 다음 170m짜리 방파제를 새롭게 건설하는 신규 어항 건립 공사다.

영광군은 오는 2017년 3월까지 69억5400만원을 들여 어항 건립을 마치고 바다를 매워 조성한 부지에는 어민 복지회관, 어업인 창고를 짓기로 했다. 남는 부지에는 횟집으로 쓸 건물 10여칸을 지어 올려 관광객을 끌어 모을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 마을 황춘남 어촌계장은 “어항이 새로 생기고 회센터도 건립되면 고깃배를 가진 어민 26명은 어선을 보다 안전하게 세워둘 수 있게 된다”면서 “어선을 가진 어민뿐 아니라 맨손 어업 어민들도 직접 잡은 물고기나 해산물을 회센터에서 제값받고 팔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어항 건립 공사 담당 공무원도 “신규 어항 건립은 대신리 어민들의 숙원사업으로 어업인들의 소득 향상은 물론 지역 경제 발전에도 적잖은 보탬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일부 주민은 수십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신규 어항을 짓는 데 대해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신규 건립 중인 어항 시설 바로 옆에 기존 어항시설이 있고 배로 5분 거리에 또 다른 어항시설이 있는데 70억원에 달하는 큰 사업을 굳이 벌일 필요가 있었느냐는 것이다. 회센터 건립의 경우 해안 도로에서 100m 이상 아래쪽으로 내려간 다음에야 눈에 들어오는 신규 어항의 특성상 관광객을 끌어 모으는데 한계가 있을 것으로 봤다. 주민 A씨는 “이미 바다를 다 매우고 공사도 70% 이상 진행돼 되돌릴 수 없는 상태여서 반대하진 못하겠지만, 사업이 잘 돼 지역 발전에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자체·기업 주도의 소규모 매립은 계속=대한민국의 지도를 단숨에 바꿔버리는 대규모 간척·매립 사업은 사실상 중단된 상황이지만, 기업·지자체·공공기관에 의한 소규모 바다매립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이에 따라 톱니바퀴처럼 들쑥날쑥한 리아스식 해안을 보유한 전남의 해안선도 개발행위로 인한 인공 해안선의 등장으로 끊임없이 단축되며 변화되고 있다.

지난 2011년 7월 고시된 ‘제3차 공유수면매립 기본계획’에 따르면 공유수면 관리 및 매립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국내에선 총 53개소 232만1695㎡의 바다가 매립된다.

이 가운데 전남지역은 13개소, 매립 면적은 98만3274㎡ 규모다. 바다 매립 등 개발행위 추진기관 및 업체는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 농림수산식품부(서해어업지도사무소 2곳), 한국농어촌공사, 현대삼호중공업, 여수시(3곳), 무안군, 영광군, 진도군(2곳), 장흥군이다.

용도별로는 어항시설용지(7곳), 산업단지, 폐기물처리시설용지, 마리나 항만시설, 공공시설용지, 산업단지 접안시설, 기타시설용지(영산강하구둑 구조개선사업 및 배수갑문 통합관리센터 부지) 등이다. 매립 면적이 가장 큰 사업은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이 추진하는 산업단지 조성용 매립공사로 82만5000㎡규모이며, 가장 작은 곳은 여수시가 삼산면 거문도에 추진하는 폐기물처리시설용지 매립사업으로 규모는 640㎡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2011년 ‘제3차 공유수면매립 기본계획(2011∼2021년)’을 수립한 이후 변화된 해양이용 수요, 해양환경 여건 등을 반영하려고 최근 공유수면매립 기본계획의 변경 업무를 진행 중이다.

공유수면매립 기본계획은 공유수면의 무분별한 난개발을 억제하고 공유수면을 합리적으로 이용·관리하기 위해 매립 예정지역을 미리 정해 고시하는 국가계획으로, 10년마다 수립하고 수립 후 5년이 지나면 타당성을 검토해 변경한다.

매립면적 규모 등에 따라 정부와 시·도, 지방항만청 등으로 매립면허 관청은 달라진다.

◇“되돌릴 수 없는 바다 매립 최소화해야”=정부와 광역자치단체 등 매립면허관청은 관련법에 따라 사업의 적정성을 따지고 환경영향평가를 거쳐 해양생태계 훼손을 최소한으로 하는 선에서 매립 허가를 내준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환경단체 등 전문가들은 허가 전 심사 과정에서 잣대를 보다 엄격히 들이대고, 허가 자체도 최소한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해안의 경우 한번 매립 등 개발이 이뤄진 뒤에는 되돌릴 수 없는데다, 해안을 기반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어민들 뿐 아니라 전국민, 나아가 우리 후손들이 함께 이용해야할 공공재이기 때문이다. 특정기업, 특정단체의 필요해 의해 임의로 개발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라는 판단도 고려됐다.

특히 농지 확보를 위한 간척, 조선소 건립을 위한 바다 매립 등에서 알 수 있듯이 개발행위 당시에는 사업의 필요성이 일부 인정되더라도 시간이 흐른 뒤 애초부터 불필요했던 사업으로 판명나거나 사업 자체가 존속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는 사례가 많았던 점도 개발 행위 자체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늘고 있다.

환경단체의 한 관계자는 “아무리 신공법을 적용한다고 해도 항만 건설, 어항 건설 등 바다 매립을 통한 자연 해안선의 변화는 생태계에 부작용을 준다는 데 의견을 달리하는 전문가는 없다”면서 “바다매립, 간척을 통한 해안선 변화는 한 번 시행되면 되돌릴 수 없는 만큼 최대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자연 해안의 경우 현재를 사는 우리 뿐 아니라 후손들에게도 물려줄 자산이란 점도 기억해야한다”고 말했다.

/영광=김형호·박형진 기자 kh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