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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문화시민]<9>국립극장
OLD(옛것), GOLD(대박상품) 되다
국립창극단·무용단·관현악단·발레단 등
1년치 공연 사전 공개 ‘레퍼토리 시즌제’
‘옛 것’ 편견 깨고 적벽가 등 전석 매진
생애주기 공연예술체험·창극 아카데미
어린이·2030 젊은층도 폭발적 반응
2016년 07월 27일(수) 00:00
지난해 국립극장(극장장 안호상) 임직원들은 어느 해보다 바쁜 시간을 보냈다. 특별한 일정이 없는 주말에는 중장년 등산객들에게 전단지를 나눠주기 위해 북한산과 관악산을 찾았다. 국립극장이 2014∼2015년 레퍼토리 시즌제로 기획한 창극 ‘적벽가’, ‘흥부가’, 마당놀이 등을 홍보하기 위해서다. 국악은 ‘고리타분하다’ ‘어렵다’라는 편견 때문에 ‘호불호’가 갈려 티켓판매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서울시내에서 열리는 수많은 인문학 강좌도 국립극장 직원들이 문이 닳도록 드나들었던 곳이다. 아무래도 수강생의 상당수가 50∼60대이다보니 ‘옛 것’에 대한 관심이 높을 것이라는 기대감에서였다. 임직원들의 ‘정성’이 통했는지 2015년 레퍼토리 시즌제의 ‘적벽가’ 스릴러 창극 ‘장화홍련’, ‘묵향’, 그리스 비극을 창극화한 ‘메디아‘ ‘단테의 신곡’은 예상을 깨고 전석매진을 기록해 공연계를 놀라게 했다.

민간단체도 아닌 국립극장이 티켓 판매에 팔을 걷고 나선 건 ‘가만히 앉아서’ 관객을 기다리다가는 객석이 텅 빌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다. 국악은 클래식이나 뮤지컬과 같은 장르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변이 넓지 않은 만큼 ‘발로 뛰지 않으면’ 관객유치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국악의 대중화는 국립극장의 생존과 직결된 과제다. 지난해 역대 최고의 객석점유율(92%)과 관객수(14만5178명)를 기록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지만 서울시 인구 1천만명과 비교해 보면 고작 1% 안팎에 불과한 수치다. 국악을 즐기는 애호가가 그리 많지 않다는 얘기다. 이렇다 보니 매번 기획공연 때마다 대극장인 해오름극장(1563석) 객석을 채우는 것도 버거운 상황이다.

이를 위해 국립극장이 내놓은 대책은 수준높은 레퍼토리 시즌제와 차별화된 교육 프로그램이다. 레퍼토리 시즌제는 전속단체인 국립창극단, 국립무용단·국립관현악단 이외에 국립발레단·국립합창단이 참여해 1년치 공연 라인업을 사전 공개하고 티켓을 판매하는 시스템.

관객 입장에선 자신의 취향에 맞는 작품을 ‘찜해’ 관람계획을 미리 세울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국립극장 측에선 1년에 수십 여편의 공연을 무대에 올려야 하는 만큼 단원들의 기량과 작품성이 요구되는 부담스런 작업이다. 이를 위해 지난 2012년 부임한 안호상 극장장은 단원들을 대상으로 오디션을 강화하는 한편 시대의 흐름에 변화해야 하는 당위성을 설득시키는 데 주력했다. 그 결과 지난해 국립극장은 시즌제 도입이전인 2011∼2012년에 비해 작품수가 33편에서 52편, 전속단체 공연수는 9편에서 26편, 관람객 수는 6만 3000명에서 14만5178명으로 늘어나는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뭐니뭐니해도 국립극장의 ‘색깔을 보여주는 건 전통을 소재로 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다. 국악과 소리, 무용 등 우리 것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내기 위해 ‘전통예술 아카데미와 ‘창극 아카데미’, ‘인문학 특강’, ‘여우톡’, ‘오감오락 음악여행단’,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예술가 클릭’, ‘외국인 국악아카데미’ 등을 선보였다.

이 가운데 ‘전통예술 아카데미’(매년 3월∼11월)는 국악에 대한 저변확대와 중장년층의 여가생활을 위해 마련한 것으로 난이도에 따라 초·중·고급 3단계로 운영한다. 경기민요, 태평무, 소고춤, 한량무, 사물놀이, 판소리 등으로 나눠 전속단체 단원들과 외부 인사를 강사진으로 위촉해 실기 교육을 진행한다. 또한 거문고와 아쟁, 대금 등의 악기를 연주하는 애호가들의 모임인 ‘아마추어 국악 관현악단’은 20∼70대까지의 단원 52명이 일주일에 2번씩 모여 기량을 닦는다.

올해로 4회째를 맞는 ‘창극 아카데미’는 국립극장과 안숙선 명창이 손을 잡고 기획한 창극 전문 교육 프로그램이다. 안 명창을 비롯한 최고의 강사들에게 연극·한국무용·판소리 등 전통예술을 마치 즐거운 놀이처럼 배우며 우리의 말과 소리, 몸짓을 자연스롭게 배울 수 있는 기회다. 국립극장이 지난해 참가 학생과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교육만족도 설문조사에서 98점(100점 만점)을 기록할 만큼 큰 호응을 얻었다.

지난 1950년 창설된 국립극장은 6·25 전쟁의 참화를 딛고 지난 60여 년 동안 전통예술의 현대적 재창조와 세계화에 앞장서왔다. 대극장인 해오름극장과 소극장인 달오름극장, 공연 성격에 따라 무대가 바뀌는 별오름극장, 원형 야외무대인 하늘극장 등으로 이루어졌다. 해오름극장은 1563석 규모로 국내 극장 가운데 객석간격이 가장 넓다. 달오름극장은 427석, 별오름극장 80∼100석, 하늘극장 600석 규모이다.

/서울=박진현 문화선임기자 jh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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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취재 지원으로 작성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