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예술극장 라이브
지난달 말, 대학교수인 지인이 아름다운 호수와 화려한 무대가 어우러진 공연장 이미지를 카톡으로 보내왔다. 붉은 석양을 배경으로 오스트리아의 브레겐츠 보덴제 호수 위에서 펼쳐지는 야외오페라 ‘2015 브레겐츠 페스티벌’(7월 24일∼8월 25일)의 한 장면이었다. 방학을 맞아 유럽을 여행중인 그녀는 “광주에서도 이런 멋진 무대를 즐길 수 있게 되기를!”이란 메시지도 덧붙였다.
2년마다 새로운 작품을 한 달간 선보이는 브레겐츠 페스티벌의 올해 레퍼토리는 푸치니의 ‘투란도트’. 축제기간 매일 6000여 개의 객석이 매진될 정도로 도시 전체가 축제분위기란다.
그녀가 브레겐츠 페스티벌을 부러워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인구 2만 명의 작은 도시인 브레겐츠는 야외오페라 축제 하나로 매년 전 세계의 음악팬들을 불러 들인다. 세계 2차 대전으로 황폐화된 지역을 되살리기 위해 지난 1945년 창설된 축제는 지역의 명소인 보덴제 호수에 오페라 무대를 띄우는 참신한 발상과 차별화된 콘텐츠,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음악애호가들을 사로잡았다. 매년 축제기간에는 전 세계에서 25만 명이 다녀가고 티켓 수입 570만유로(85억 원), 호텔과 상점이 벌어들이는 수익까지 합치면 2000억 원의 경제효과를 자랑한다. 모차르트의 고향에서 열리는 ‘잘츠부르크 페스티벌’과 함께 오스트리아를 ‘먹여 살리는’ 글로벌 브랜드로 불리는 이유다.
그뿐만이 아니다. 브레겐츠나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은 직접 ‘현장’을 찾지 못하는 국내외 음악팬들을 위해 공연실황을 전 세계에 생중계한다. 각국의 극장과 연계해 실시간으로 생중계하는 ‘브레겐츠 & 잘츠부르크 라이브(Live)’는 클래식 애호가의 저변을 넓히는 동시에 미래에는 이들을 축제 ‘현장’으로 불러 들이려는 속셈도 깔려 있다.
그런 점에서 지난 14일 메가박스 광주점에서 열린 ‘잘츠부르크 페스티벌-피델리오’ 공연은 이들 축제에 대한 국내 음악팬들의 관심이 어느 정도 인지 실감한 자리였다. 일반 영화에 비해 다소 비싼 3만 원의 가격에도 객석은 빈자리를 찾아 볼 수 없었고 20∼50대의 관객들이 고품격 오페라의 진수를 만끽했다. 상영 전 팝페라 가수가 들려주는 피델리오 오페라의 이야기, 클로즈업된 배우들의 생생한 표정과 한글 자막은 극장에서만 누릴 수 있는 색다른 즐거움이었다. 그래서 일까. 한 편의 실험극과 같은 150분간의 긴 공연이었지만 전혀 지루함을 느낄 수 없었다. 이날 기자와 함께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을 감상한 일행들은 “내년엔 오스트리아로 날아가 현장의 감동을 느끼자”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극장을 나오는 길, 문득 오는 9월4일 개관하는 국립 아시아 문화전당내 예술극장의 행복한 미래를 그려봤다. 동시대 공연예술의 허브를 모토로 내건 예술극장의 개관축제 작품과 2015∼2016시즌 프로그램을 관람하기 위해 관객들이 밀려들고 전 세계 현대공연 애호가들이 예술극장의 공연실황을 라이브중계로 즐기는 모습 말이다. 잠깐 동안의 상상이었지만 가슴이 설레였다.
〈편집부국장·문화선임기자〉
그녀가 브레겐츠 페스티벌을 부러워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인구 2만 명의 작은 도시인 브레겐츠는 야외오페라 축제 하나로 매년 전 세계의 음악팬들을 불러 들인다. 세계 2차 대전으로 황폐화된 지역을 되살리기 위해 지난 1945년 창설된 축제는 지역의 명소인 보덴제 호수에 오페라 무대를 띄우는 참신한 발상과 차별화된 콘텐츠,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음악애호가들을 사로잡았다. 매년 축제기간에는 전 세계에서 25만 명이 다녀가고 티켓 수입 570만유로(85억 원), 호텔과 상점이 벌어들이는 수익까지 합치면 2000억 원의 경제효과를 자랑한다. 모차르트의 고향에서 열리는 ‘잘츠부르크 페스티벌’과 함께 오스트리아를 ‘먹여 살리는’ 글로벌 브랜드로 불리는 이유다.
그런 점에서 지난 14일 메가박스 광주점에서 열린 ‘잘츠부르크 페스티벌-피델리오’ 공연은 이들 축제에 대한 국내 음악팬들의 관심이 어느 정도 인지 실감한 자리였다. 일반 영화에 비해 다소 비싼 3만 원의 가격에도 객석은 빈자리를 찾아 볼 수 없었고 20∼50대의 관객들이 고품격 오페라의 진수를 만끽했다. 상영 전 팝페라 가수가 들려주는 피델리오 오페라의 이야기, 클로즈업된 배우들의 생생한 표정과 한글 자막은 극장에서만 누릴 수 있는 색다른 즐거움이었다. 그래서 일까. 한 편의 실험극과 같은 150분간의 긴 공연이었지만 전혀 지루함을 느낄 수 없었다. 이날 기자와 함께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을 감상한 일행들은 “내년엔 오스트리아로 날아가 현장의 감동을 느끼자”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극장을 나오는 길, 문득 오는 9월4일 개관하는 국립 아시아 문화전당내 예술극장의 행복한 미래를 그려봤다. 동시대 공연예술의 허브를 모토로 내건 예술극장의 개관축제 작품과 2015∼2016시즌 프로그램을 관람하기 위해 관객들이 밀려들고 전 세계 현대공연 애호가들이 예술극장의 공연실황을 라이브중계로 즐기는 모습 말이다. 잠깐 동안의 상상이었지만 가슴이 설레였다.
〈편집부국장·문화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