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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 떠나 적적한 마을 … 아이들 웃음소리에 ‘好好’
<61>5 티낭올 마을의 미래
2015년 01월 26일(월) 00:00
덥고 습한 말레이시아 날씨에도 롱하우스 안은 비교적 선선하기 때문에 여성들은 직물을 짜고(위) 아이들은 뛰어노는 등 주민 대부분이 이곳에서 시간을 보낸다.
말레이시아 사라왁주 코타키나발루에서 차로 3시간 거리에는 룽구스족이 모여 살고 있는 티낭올(tinangol) 마을이 있다. 말레이시아 소수민족이 사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롱하우스. 티낭올 마을에서도 주민들을 만나려면 롱하우스로 가야한다. 주민들이 한낮에 뜨거운 햇볕을 피해 롱하우스 안에서 일을 하고 휴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룽구스족으로 태어나 티낭올 마을에서 살고 있는 롭슨(Robbson·32)씨는 롱하우스가 조금 불편하지만 장점이 더 많은 주거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롱하우스는 다섯 채에서 스무 채 이상 집을 나란히 붙여서 만들어요. 집을 나란히 붙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주민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커다란 강당 같은 공간을 만든 게 특징이에요. 아주 오래전에는 야생동물 위험에서 생명을 지키고 식량을 확보하는데 공동생활이 유리했기 때문에 시작했어요.”

나무로 지은 집은 시간이 흐르면 썩거나 파손될 가능성이 크다. 롱하우스에 사는 롭슨 씨도 소음을 차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사생활을 지키기 어렵고, 단독 주택이 편리하다는 점은 인정했다. 그렇지만 조상들이 지켜온 방식이고 자신도 살아왔기 때문에 바꾸지 않을 것이며 다음 세대가 지켜나가기 바란다고 설명했다. 그는 작열하는 햇볕이 만드는 고온다습한 말레이시아에 가장 적합한 주거형태가 바로 롱하우스라고 강조하며 방문객을 실내로 안내했다.

나무로 만든 높이 약 1m 계단을 올라가면 터널처럼 긴 공간이 나온다. 긴 통로를 기준으로 왼쪽에는 작업 및 휴식 공간이, 오른편에는 거실과 주방, 화장실 등 주거공간이 있다. 왼쪽에는 바닥과 벽면 모두가 대나무로 만들어진 평상 같은 공간이 무릎 높이에 자리하고 있다. 굵은 대나무로 된 덕분에 시원한 바람이 사방에서 들어오는 평상 위에는 여인들이 베틀에 실을 걸고 직물을 짜느라 여념이 없다. 오직 나무 틈새로 들어오는 빛에 의지해 만든 직물이지만 붉은색, 초록색, 푸른색, 검은색까지 화려한 색깔의 직물은 만든이의 솜씨를 고스란히 보여주었다. 한줄기 빛에 의지해 말 없이 직물을 만드는 여인을 보고 있노라면 잠시 시간이 멈춘 듯했다.

정적을 깨뜨린 것은 아이들의 커다란 웃음소리였다. 롱하우스 안을 맨발로 힘차게 뛰어다니며 커다란 눈보다 더 크게 웃는 아이들. 소리없이 직물을 짜고 있는 할머니와 부채질을 하며 무더위를 식히고 있는 할아버지는 아이들을 꾸짖지 않는 이유가 있었다.

티낭올에서 태어나 지금은 코타키나발루에서 주방장으로 일하고 있는 케니(Kenny·30)씨는 롱하우스에 활기찬 모습이 오랜만이기 때문에 뛰노는 아이들을 꾸짖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곳은 인근에서도 매우 큰 마을에 속했어요. 수십 년도 훨씬 넘은 롱하우스부터 2년 전에 새로 지은 롱하우스까지 이곳 주민만 500명이 넘는 곳이었어요.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마을 사람들이 돈을 벌기 위해 코타키나발루 같은 대도시로 떠나 그곳에서 직장을 얻고 고향을 떠나면서 한적해지기 시작했어요. 인구가 줄면서 아이들이 뛰노는 것도 보기가 힘들어졌기 때문에 얼마 남지 않은 아이들이 더욱 귀해졌어요.”

주방장으로 일한 지 13년째. 그가 고향을 떠나기 전에는 마을에 활력이 가득했다고 한다. 특히 티낭올 마을은 롱하우스라는 말레이민족 전통 주거양식을 본래 모습에 가깝게 보존하고 있어 정부로부터 일정한 지원을 받는 비교적 여유있는 지역이었다. 그럼에도 대도시로 젊은이가 빠져나가는 흐름을 막을 수는 없었다.

최근 열린 에그노엘(Egnoel·32)과 애리스(Aeres 여·22)의 결혼식은 그래서 마을 주민들에게 더 큰 환영을 받았다. 말레이시아 소수민족인 룽구스족으로 티낭올 마을에서 태어난 에그노엘은 직장 생활을 하면서 애리스를 만났다. 두순틴달족인 애리스는 서로에 대한 마음을 확인하고 결혼을 약속하게 됐다. 서로 다른 소수민족간 결혼이 늘어나는 추세에서 이들 역시 부부가 되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오히려 상대방 문화를 존중하며 차이를 배우는 소중한 경험을 했다.

이들은 신부가 사는 마을 방식과 신랑이 사는 마을 전통에 따라 혼례를 두 번 열었다. 서로 떨어져 있는 가족들을 배려하는 동시에 그들 각자가 지닌 전통혼례방식을 모두 거치기 위해서였다. 이날을 위해 마을 장인들은 신랑 신부가 결혼식에 입을 옷을 1년여 시간 동안 직접 만들었다. 결혼식이란 중요한 날에 입을 특별한 의상은 만드는 과정도 오래 걸리고 복잡해 이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렇지만 이들은 전통이 끊어지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며 다음 세대에 기술을 전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혼식은 전통 의상을 입고 친지 앞에서 사랑을 맹세하는 것으로 간단히 마치지만 마을에는 커다란 잔치였다. 특히 지난해부터 결혼식이 열리지 못한 상황이라 더 많은 마을 사람들이 축복해줬다. 에그노엘과 애리스, 이들 신혼부부 역시 좀 더 많은 마을 주민과 함께하기 위해 연말에 결혼식을 올렸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소수민족들도 요즘은 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하며 결혼식장에서 결혼하는 경우가 많아요. 전통 방식에 따라 결혼하는 게 많이 줄어들고 있지만 전통을 지키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음식을 만들고, 집을 꾸미는 것까지 모두 마을 주민이 힘을 합쳐 결혼식을 준비하고 더 많은 이들의 축복 속에서 결혼을 하고 싶어서 연말로 시기를 정하고 전통방식대로 하기로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