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철학적 성찰 … 전시로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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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철학적 성찰 … 전시로 만난다
정현주 큐레이터 기획 ‘뮌헨에서 온 편지’ 프로젝트 … 31일까지 선이고운치과 갤러리
獨 작가 바우어, ‘난징의 강간’ 주제 우편예술 호출 … 광주 ‘5·18’ 답신
2014년 05월 21일(수) 00:00
‘뮌헨에서 온 편지’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선이고운치과 갤러리를 찾은 큐레이터 정현주(왼쪽부터)씨와 작가 호어스트 바우어, 전남대 철학과 김상봉 교수.
회사에 낯선 우편물이 하나 배달됐다. ‘뮌헨에서 온 편지’라는 타이틀이 달린 8페이지 분량의 신문 형태 인쇄물이었다. 부제로 적힌 글은 ‘호어스트 바우어의 호출, 그리고 철학적 답신’. 31일까지 광주 선이고운치과 갤러리에서 전시가, 전남대에서는 콜로키움이 열린다는 소식도 함께였다.

철학적 성찰과 전시가 어우러진 낯선 형식의 기획은 정현주(50) 독립큐레이터가 받은 작은 소포 꾸러미에서 시작됐다.

정씨는 지난해 공공미술 프로젝트 그룹 ‘액트아트’를 통해 인연을 맺은 재독 작가 안향희씨로부터 소포를 받았다. 그 속에는 독일 작가 호어스트 바우어가 2010년에 안씨에게 보낸 우편예술 호출(Mail Art Call)과 우편예술 작품이 담겨 있었다.

국내에서는 낯선 우편예술은 한 작가가 특정 주제를 정해 자신이 알고 있는 예술가 그룹에게 메일로 호출을 보내면서 시작된다. 호출을 받은 작가는 그 주제에 대해 자유로운 형태로 작품을 만들어 답장을 보내고 그렇게 모아진 답신은 하나의 예술작품이 된다.

당시 바우어가 전 세계 39명의 예술가에게 답신을 받은 우편예술의 주제는 1937년 12월 13일 일본군이 중국인을 대상으로 자행한 학살, ‘난징의 강간’이었다. 소포를 받아든 정씨가 자연스레 떠올린 건 1980년 5월 18일이었다.

홍익대 회화과와 대학원을 졸업한 정씨는 개인 작업과 함께 바느질을 활용한 그림책 삽화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마침 정씨는 전남대 철학과 대학원에 재학중이었고, 철학과 동료들과 함께 바우어의 호출에 ‘철학적’ 답신을 보내기로 했다.

“처음 이 소포 꾸러미를 공유했을 때 어떤 ‘발언’을 하고 싶어하는 동료들이 많았어요. 광주라는 지역에서 폭력에 대한 기억을 같이 공유하고 있어 같은 문제 의식을 갖고 있었나 봅니다.”

정씨는 ‘1937년 12월13일과 1980년 5월18일-그 기억들에 공명하는 네트워크’를 작성했고 박의연씨는 ‘난징과 5·18 이후 , 규범성과 정체성에 관한 물음’, 정소라씨는 ‘폭력, 그리고 악의 평범성’, 김은주씨는 ‘학살에 대한 회상’, 주선희씨는 ‘고통을 미적으로 경험한다는 것’을 주제로 글을 썼다.

광주의 ‘답신’에 관심을 갖게 된 작가 바우어는 광주를 직접 방문했고 지난 12일에는 전남대 이을호 기념강의실에서 작가와 철학도들이 참여한 가운데 콜로키움도 열렸다.

이번 전시는 특히 철학과 미술이 서로 소통하며 만들어낸 새로운 예술 형식의 도입이라는 점에서도 의미있었다.

“처음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는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예측하기 어려웠어요. 전시와 토론회가 열리고, 신문까지 발간하게 됐네요. 또 하나 5·18을 새로운 방법으로 이야기하고 싶기도 했습니다. 기존의 민중미술이 감정적이라고 한다면, 철학적 논의를 통해 이성적이고 차가운 형식으로 5월을 이야기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봤습니다.”

바우어의 작품은 오는 31일까지 선이고운치과 갤러리에서 전시되며 현장에서 신문형태의 결과물도 받을 수 있다. 이번 프로젝트를 전해 들은 바우어 작가는 미국, 독일, 광주에서 일어났던 대학생들에 대한 국가 폭력 사진을 모티브로 한 엽서크기의 판화 100점을 제작해 주최측에 전달했다.

한편 2012년 노자 ‘도덕경’과 ‘창경궁’을 소재로 한 그림책을 낸 정씨는 광주를 소재로한 책도 준비중이다. 문의 062-367-2279.



/김미은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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