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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기법으로 짠 옷감에 자부심 수 놓고 강인함 장식
[7부 태국편] (7) 몽족 복식과 바틱 염색
불에 녹인 왁스 옷감에 입히는 바틱염색, 7m 길이 한달 소요
새해·결혼식에 맞춰 새 옷 … 행운이 찾아 온다는 은 장식 선호
2014년 04월 21일(월) 00:00
전통 복식을 입은 한 소녀가 환하게 웃고 있다.
태국에서의 마지막 여정지로 몽족 마을을 택했다. 치앙마이에서 약 40㎞ 떨어진 ‘마에림’(Maerim) 지역으로 향했다. 마에림은 태국 북부 산간지역의 정취를 한눈에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아스팔트로 잘 정비된 도로를 따라 산간지역으로 들어서자 이국적인 나무들이 만들어내는 자연경관이 눈 앞에 펼쳐졌다. 이따금 도로변으로 코끼리를 타고 지나가는 소수민족들을 만날 수 있었다. 마에림 중심부로 들어서자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기념품을 파는 소수민족들이 눈에 띄었다. 마에림에는 몽족과 함께 아카, 카렌 등 산간지역에 사는 소수민족들이 뒤섞여 살아가고 있다.

중심부를 지나 몽족이 사는 메쌈마이 마을로 향하는 길은 험했다. 자동차 한 대가 겨우 오갈 수 있는 도로였다. 도로 옆으로는 몽족이 화전을 일구고 있는 논밭 풍경이 펼쳐졌다. 몽족은 척박한 산간 지역의 자투리땅을 일궈 벼농사를 짓거나 파프리카, 양상추, 토마토 등의 특용작물을 재배하며 살아가고 있다. 메쌈마이 마을에 다다르자 곳곳에서 밥 짓는 연기가 피어올랐다.

메쌈마이 마을은 해발 1039m에 위치해 있다. 때문에 1년 내내 치앙마이보다 선선한 날씨를 보였다. 주민은 모두 2000여 명으로 비교적 큰 마을이다.

메쌈마이 몽족은 라오스 반롱란에서 만난 화이트 몽과 구별되는 블루 몽이다. 블루몽은 몽족 가운데서도 가장 화려한 텍스타일이 수놓아진 옷을 입는 것이 특징이다. 대부분 소수민족에서 전통적으로 직조나 수놓는 문화가 발달하기는 했지만 블루몽은 더욱 정교하고, 화려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것은 블루 몽의 바틱(Batik) 염색이다. 다른 소수민족들이 옷감에 텍스타일을 수놓는 방법을 사용해 의복을 만드는 것과 달리 블루 몽은 옷감에 무늬를 염색하는 기법과 자수를 병행한 옷감으로 전통 복식을 만든다. 메쌈마이 마을에 도착했을 때도 여성들이 마을 곳곳에 화로를 피워두고 자수나 바틱 염색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바틱 염색은 불에 녹인 왁스를 조각칼과 비슷하게 생긴 도구에 발라 옷감에 입히는 염색 방법이다. 우선 화로에 작은 쇠붙이 그릇을 넣고, 그 안에 벌집에서 채취한 천연왁스를 녹인다. 그리고 조각칼로 왁스를 찍어 천위에 원하는 문양을 그리면 된다. 그러면 천위에 왁스가 굳어지게 되고, 이후 염색을 하면 왁스가 굳은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옷감에만 염료가 염색되게 된다.

바틱 염색은 말 그대로 ‘한 땀, 한 땀’ 하기 때문에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이 마을 여성은 “보통 길이 7m, 폭 30㎝의 옷감을 염색하는데 한 달 이상이 걸린다”고 했다. 사용하는 문양의 종류는 사람에 따라 차이가 나지만 메쌈마이 마을 몽족은 대부분 10여 개 전후의 문양을 주로 사용한다. 예전에는 그 문양이 백여 개에 달했다고 한다. 문양을 새기는 도구의 종류도 10여 개에 달한다.

주로 사용하는 문양은 삼각형을 사방으로 배치해 그린 꽃이나 태양, 사각형의 배치를 달리해 만든 기하학적 무늬 등이다. 블루 몽은 화이트 몽과도 복식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가장 특징적인 것이 허리 장식이다. ‘T’자 형태로 생긴 허리 장식은 앞치마처럼 착용하는데, 보통 정강이 절반까지 내려온다. 남성들도 같은 허리 장식을 착용하는데 그 끝이 삼각형 형식으로 마감돼 있다.

블루 몽은 결혼식 등 중요한 일이 있을 때나 새해에 새 옷을 만들어 입는다. 복식에서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옷깃이 겹치는 부분으로 옷의 다른 부분이 밋밋한 반면 이 부분에는 각자가 좋아하는 문양을 수놓아 입는다. 치마는 무릎까지 오는 주름치마를 주로 입는다. 또 화려한 끈 장식이 달린 리수족의 모자와 비슷하게 생긴 모자를 착용한다.

라오스 화이트 몽 남성들의 복장이 밋밋한 것과 달리 블루 몽 남성들은 화려한 복장을 즐겨 입는다. 특히 남성들은 가슴 주위에 동전 등을 활용해 만든 화려한 장식을 다는데, 이는 강인함을 상징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블루 몽은 특히나 은을 좋아한다. 은을 몸에 지니고 있으면 좋은 일이 생긴다고 믿기 때문이다. 은장식은 나비나 물고기 모양으로 된 것이 많다.

츠깡(여·46)씨는 “바틱 염색은 시간도 오래 걸리고 힘들기도 하지만 조상들이 대대로 사용해오던 방법이기 때문에 하고 있다”며 “마을 사람들은 태국 블루 몽만의 독특한 풍습에 대한 자부심과 또 이런 것들을 지켜야한다는 생각이 강하다”고 말했다.

/치앙마이 마에림 = 글 김경인 kk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