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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기원·만물의 탄생 상징 ‘신적 존재’
다양한 색깔의 유리파편 벽화
태양의 위치 따라 시시각각 변해
라오스 건축양식 정수 ‘황금 도시의 사원’
유네스코 선정 ‘亞 최고 아름다운 사원’
2014년 02월 17일(월) 00:00
라오스 루앙프라방에 있는 '왓 씨엥통'은 라오스 전통건축 기술이 집약돼 있는 사원이다. 화려한 유리 모자이크 벽화와 황금새으로 치장된 내외부가 인상적인 왓 씨엥통은 사원의 정원이라고 불리는 루앙프라방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사원으로 꼽힌다.
라오스 루앙프라방에는 300개가 넘는 사원이 있다. 라오스에서 가장 오래된 사원으로 알려진 ‘왓 위쑨나랏’을 비롯해 ‘왓 마이 수반나푸마함’, ‘왓 파빠이’ 등은 루앙프라방을 아름다운 사원의 정원으로 꾸며놓았다.

라오스에 있는 사원들은 화려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이 많은 사원 중에서도 단연 손꼽히는 사원은 ‘왓 씨엥통(Wat Xiengtong)’이다. ‘황금 도시의 사원’이란 의미를 지닌 왓 씨엥통은 유네스코로부터 ‘아시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원’로 선정되기도 했다.

왓 씨엥통은 메콩강과 남칸강이 만나는 지점에 위치해 있다. 루앙프라방의 중심인 푸시산에서 걸어서 약 10∼15분 거리다. 푸시산에서 왓 씨엥통까지 걸어가는 길 양 옆으로는 잘 정돈된 유럽식 건물들이 펼쳐진다. 그 사이사이 놓인 카페에 앉아서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는 서양인들의 모습에서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는 거리다.

입장료는 20000킵. 한화로 약 2500∼3000원으로 저렴한 편이지만 라오스 물가를 생각할 때는 매우 비싸다. 또 다른 사원들은 대부분 무료로 개방되기 때문에 왓 씨엥통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기도 했다.

왓 씨엥통은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엔에 있는 ‘탓 루앙(That Luang)’을 만든 세타티랏(Setthathirath) 왕이 1560년에 세웠다. 1975년까지만 해도 왕가의 보호를 받았던 사원이다.

왓 씨엥통은 햇빛의 각도에 따라 시시각각 모습을 바꾸는 사원이다. 수백 년 된 건물의 역사는 차치하고라도 독특한 건축양식과 함께 다양한 색깔을 가진 유리조각으로 만들어진 모자이크 부조는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준다.

왓 씨엥통은 웅장함과 거대함으로 관람객을 압도하는 캄보디아 앙코르 와트와 같은 사원은 아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라오스 전통 건축 양식의 정수가 녹아 있다. 사원에는 크고 작은 불당들과 황금색을 비롯한 화려한 색감의 벽화, 500여 장이 넘는 대장경판고, 불탑 등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18개로 쌓아 올려진 지붕이 여인의 허리처럼 휘어져 지상 1.5∼2m 높이까지 내려오는 건축기법은 태국이나 캄보디아 등 주변 국가의 사원들과는 확연하게 다른 모양새를 안겨줬다. 정면에서 마주하는 사원은 ‘八’자가 여러 겹으로 겹친 것과 같은 형상인데, 그 기품이 보는 이를 압도한다.

내부는 황금색과 검정색 등으로 수 놓아진 벽화로 장식돼 있다. 신발을 벗고 사원 내부로 들어서면 4m 크기의 부처상과 10여 개의 작은 부처상이 놓여있다. 하나 특이한 것은 한 고승의 수행 모습을 조각으로 만들어 부처상 옆에 놓아두었다는 것. 현지인들은 존경받았던 고승들의 조각상을 사원 등에 놓아둔다고 했다.

사원 내·외부의 아름다움에 놀란 것도 잠시, 사원을 한바퀴 빙 둘러서 뒤편으로 향하자 붉은 벽면에 다양한 색깔의 유리파편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벽화를 만날 수 있었다. ‘생명의 나무’라고 불리는 이 벽화는 왓 씨엥통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생명의 나무 벽화가 햇살에 반사돼 반짝이면서 사원의 에너지와 생명의 기운을 내뿜는 듯했다. 한 그루의 거대한 나무를 중심으로 양 옆으로 수놓아진 봉황, 또 그 아래 호랑이, 그리고 나무 가지마다 놓여 있는 새 등 다양한 생물들은 보는 각도에 따라 새로운 모습을 안겨줬다. 은은하면서도 화려하고, 절제되어 있지만 한편으로는 몽환적인 느낌이다. 매력적인 사원의 벽화에 점차 매료될 수밖에 없었다.

생명의 나무는 우주의 기원과 만물의 탄생을 상징하는 나무로 수많은 종교에서 신적 존재 또는 신이나 현인들에게 지혜를 주는 존재로 등장한다.

인도의 오래된 문헌에는 우주가 커다란 나무로 묘사돼 있는데 여기서 이 나무는 우주의 신 ‘브라만’을 상징한다. 북유럽 신화에 자주 등장하는 나무인 ‘위그드라실’은 뿌리가 지구의 중심까지 뻗어 있는 지구의 중심축인데, 최고신 중 한 명인 ‘오딘’은 여기에서 끊임없이 지혜를 구하기도 했다.

구약성서 ‘창세기’에는 에덴 동산 한가운데 생명과 지혜를 상징하는 두 나무가 있었다고 기록돼 있다. 부처가 깨달음을 얻은 보리수도 인도 종교에서는 지혜의 나무이자 우주목이었다고 한다. 또 중국 귀주성에 거주하는 먀오족의 창세 설화에 따르면 안개와 구름이 단풍나무를 낳고, 단풍나무는 나비를, 나비는 물방울과 결혼해 인류의 조상인 강앙오누이를 낳았다고 한다. 그래서 이들은 단풍나무를 숭배한다. 단군신화에서도 환웅이 태백산 꼭대기에서 하늘로 솟아 있는 ‘신단수(神壇樹)’ 아래로 내려와 인간을 다스렸다는 내용이 있다.

생명의 나무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루앙프라방과 묘하게 어울렸다. 메콩강의 젖줄에 기대어 살아가는 수많은 소수민족을 보듬고 그 안에서 피고 지는 수많은 생명들의 에너지를 전해주는 듯 했다.

생명의 나무와 같이 다양한 색깔의 유리 조각으로 표현된 부조는 본당 건물 외에도 불탑과 사당에서 만날 수 있다. 인도의 고대 대서사시인 ‘라마야나’를 라오스식으로 각색한 것도 있는데 생명의 나무만큼이나 아름답고, 또 세세하기까지도 하다. 특히 인물들의 표정이나 동물들의 움직임은 정교하다.

취재진을 안내한 몽족 가이드 리(32)씨는 “루앙프라방은 메콩강 만큼이나 생명의 기운이 넘치는 곳”이라며 “왓 씨엥통은 루앙프라방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사원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kk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