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령 쫓는 강력한 힘 ‘붉은 띠’ 허리에 장식하며 해맞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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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령 쫓는 강력한 힘 ‘붉은 띠’ 허리에 장식하며 해맞이
6부 라오스 편 (3) 몽족 전통 복식
블랙·화이트·블루 3개 부족따라 옷 구별
나비 알에서 깨어난 ‘묘족’의 전설 신봉
더듬이 문양 등 옷에 자수 … 마을 우애 상징
2014년 01월 13일(월) 00:00
라오스 루앙프라방에서 40㎞ 떨어진 반롱란에서는 전통 의상을 입고 옷감에 문양을 수놓는 여성들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몽족 여성들은 어릴 때부터 부모에게 바느질과 자수를 배워 전설 등을 옷에 수놓는다. /라오스 반롱란=김진수기자 jeans@
‘전통 복장에 수놓아 지키는 몽족의 문화.’

몽족은 중국과 베트남, 라오스, 그리고 태국 등에서 산악지역을 중심으로 살고 있는 소수민족이다. 이들은 중국에서는 묘(Miao), 베트남이나 태국에서는 흐몽(Hmong), 라오스나 미얀마에서는 몽(Mong)족이라 불린다.

몽족의 역사는 5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들은 중국 황하 유역에서 살아오다 지난 세월 천천히 남쪽으로 이동, 산악지역을 터전으로 삶을 일구고 있다. 몽족이 동남아시아로 이주한 시기는 약 17∼18세기께로 추정된다.

소수민족의 용광로라 불리는 라오스에는 공식적으로 70여개, 비공식적으로는 100여개의 소수민족들이 각자의 생활방식을 고수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몽족 비율은 전체 인구의 약 7∼9%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라오스 루앙프라방에서 약 40㎞ 떨어진 몽족 마을인 ‘반롱란(Ban Long Lan)’까지는 1시간30여분이 걸렸다. ‘반’은 우리의 ‘마을’이나 ‘촌락’ 개념이다. 반롱란은 ‘절벽 밑’이라는 뜻을 지닌 ‘깟주아’라는 산에 둘러싸여 있었다. 해발 750m 높이에 있는 마을은 울창한 나무와 높이 솟은 기암괴석이 천혜의 요새라는 느낌을 줬다.

마을에 도착하자 해맑은 눈과 수줍은 미소를 가진 몽족 아이들이 먼저 반겼다. 아이들과 인사를 주고받는 것도 잠깐, 화사한 주름치마와 다양한 무늬로 수놓아진 전통의상을 입은 몽족 여성들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몽족은 또 크게 블랙 몽족, 화이트 몽족, 블루 또는 그린 몽족 등 세 개부족으로 나뉘는데 반롱란 주민들은 화이트 몽족이다. 세 개 부족은 복식의 색 때문에 블랙·화이트·블루 등으로 불리게 됐다는 말이 있을 만큼 전통의상으로 확연하게 구별된다.

블루 몽족 여성들은 주름이 많이 잡힌 남색 치마에 정교하게 수놓은 파란색 띠를 허리에 두르고, 상의는 오렌지색 등 천을 넓게 덧댄 검은색 계열의 옷을 입는다. 반면 화이트몽 여성들은 전통적으로 붉은색 계열의 긴 허리띠(허리 장식)를 두르고, 남색이나 검은색 바지를 주로 입는다. 허리에서 앞뒤로 길게 뻗은 앞 가림 장식은 몽족 의상이 다른 소수민족과 구별되는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다.

상의는 전체적으로 디자인이 단순하며 소매와 옷깃 부분에 보라색 등의 천을 덧댄 것이 특징이다. 특히 특별한 날에만 입는다는 화려한 무늬의 주름치마가 인상적이다.

화이트몽이라는 이름도 여성들이 입는 주름치마에서 유래 됐다. 화이트몽 부모들은 딸이 결혼을 하게 되면 직접 만든 하얀색 계열의 치마를 선물한다. 딸은 결혼식 때 이 치마를 입는 것은 물론 살아가면서 특별한 날이 있을 때마다 항상 꺼내 입는다. 그리고 그 치마를 입고 생을 마감한다.

여성들의 머리장식도 화려하다. 머리장식은 양끝이 동전, 꽃 모양, 방울 등으로 장식된 1m 길이의 장식을 머리에 터번처럼 둘러 묶는 ‘푸어빠’(꽃)와 정수리에 독특한 장식이 있는 ‘몽쌩’ 등 두 종류로 나뉜다.

여성들과 달리 남성들의 옷은 단조롭다. 상·하의 모두 전체적으로 검정색 계열로, 소매에만 색깔을 넣는다. 또 진한 붉은색 리본을 허리에 묶어 포인트를 준다.

이 붉은색 허리 장식에는 두 가지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5000년 전 중국에서 한족과 전쟁할 당시 몽족에는 강력한 지도자가 있었다. 그 지도자는 다른 부족과 전쟁을 할 때 붉은색 벨트를 허리에 두르고 싸웠고, 항상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한다. 이때부터 몽족 사람들은 붉은색 벨트를 하면 강력한 힘을 얻게 된다고 믿었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새해에 붉은색 허리 장식을 새롭게 차는 풍습을 지니고 있다. 또 다른 이야기는 몽족이 숭상하는 애니미즘과 관련이 있다. 붉은색이 악령을 퇴치하는 색이라고 믿기 때문에 붉은색을 지니고 있으면 나쁜 기분이 달아난다고 생각한다.

화이트몽, 특히 여성들의 의상에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전해지고 있다. 여성들은 대대로 어릴 때부터 부모에게 바느질 하는 법을 배우게 되는데, 전통적으로는 이 때 부모에게 들었던 이야기나 전설 등을 문양으로 배워서 새긴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개인들의 취향이 반영된 다양한 형태의 문양들이 새겨지고 있다. 취재진이 방문했을 때 나무 그늘 아래 앉아 옷감에 다양한 무늬를 수놓고 있는 마을 주민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었다.

반롱란 주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문양은 달팽이 또는 나비 더듬이, 나비 날개 등으로 불리는 문양이다.

빠(15)는 “나비 날개 문양 여러 개를 붙여 놓으면 하트 모양이 되기 때문에 다들 좋아 한다”며 “마을 사람들의 우애와 화합을 상징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문양은 단풍나무에서 시작되는 몽족 이야기와도 연관돼 있다. 수천 년전 단풍나무에서 애벌레가 자라 나비가 되었다. 나비는 12개의 알을 낳았고, 이 알들을 전설 속의 불새에게 부탁하고 생을 마감한다. 불새는 1년에 한 개씩 나비가 낳은 알을 부화시켰다. 그런데 12년째 되던 해에 부화한 알에서 사람이 나왔다. 묘족, 즉 몽족의 선조다. 몽족은 그래서 나비가 자신들 선조의 어머니라고 믿는다.

반롱란 꼬문양(55) 촌장은 “예전에는 직접 생산한 마를 이용해 옷감을 만들어 입었는데, 경작지가 줄고 문명이 들어오면서 최근에는 옷감을 사서 입는다”며 “그래도 몽족이 우수한 손재주를 이용해 다양한 문양을 수놓아 입고 있다”고 밝혔다.



/라오스 반롱란=김경인 기자 kk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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