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인시장 골목을 몽마르트 거리처럼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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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인시장 골목을 몽마르트 거리처럼 만들고 싶다”
(15) 대안 예술공간 디렉터 조승기
2009년 지역 예술가 창작촌 마련
해외작가 초청 국내작가 교류 지원
방콕에 태국버전 ‘Zone D’ 개소
지역 작가들 해외 진출 베이스캠프로
2012년 04월 23일(월) 00:00
조승기 미테-우그로 대표가 대인시장 골목에 섰다. 대인 시장을 비롯해 태국에도 젊은 작가들의 대안 예술 공간을 추진하는 등 ‘국내외 젊은 작가들 누구나 한번쯤 머물고 싶어하는 창작촌’을 조성하겠다는 그의 꿈은 현재 진행형이다. /김진수기자 jeans@kwangju.co.kr
‘미테 우그로(Mite-Ugro)’는 솔직히 낯설었다. 기존 갤러리와의 차별성을 띤 대안 예술공간이라는 이름표를 달았다고는 하지만 확연히 달랐다.

장소를 가리지 않는 게 현대 미술의 매력 중 하나라고 하지만 북적거리는 시장에 분위기가 사뭇 다른 예술공간이 비집고 들어갔다는 게 그랬다.

하지만 팍팍한 삶에 찌든 서민들의 공간과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도심 갤러리의 어색함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튀지는 않더라도 개성 넘친 공간으로 시장에 어울릴만한 편안함도 갖추고 있었다.

미테 우그로는 디렉터 조승기(42)씨 고집이 한몫을 한 결과물이다. 미테 우그로는 ‘제도권 내에서 상대적으로 기회가 적은 젊은 예술가들의 독창적인 창작 활동을 지원하면서 국내외 작가간 교류를 통한 지역 미술의 활성화’를 내걸고 조성한 대안 예술공간이다.

조 대표는 2009년 자비를 털어 대인시장 골목 지하에 비영리 대안공간의 이름을 빌려 전시관 ‘미테’를 만들고, 앞 건물에 예술가들의 커뮤니티 카페 ‘우그로’ 를 만들었다. 적은 비용으로 작가들이 거주할 수 있는 공간인 ‘자자’도 바로 옆에 조성했다.

“갤러리에서는 상업성 있는 작품만 선호하는가 하면, 정부의 각종 지원기금은 일정한 틀을 요구해요.”, “젊고 실험적이지만 상업 갤러리의 높은 문턱을 넘지 못하는 무명인 젊은 작가들의 설 자리를 마련해주고 싶었어요.”

‘돈이 될 것’ 같지 않은 일이지만 조 대표는 고집스럽게 밀어붙였다.

대안공간을 만든 2009년부터 ‘아시아 영 아티스트 페스티벌’ 등 굵직한 기획전을 지속적으로 치러왔다. 해외 작가를 초청, 숙소를 마련해주고 전시공간과 작업실을 제공해주면서 국내 작가와의 교류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을 4년째 해오면서도 지난해를 제외하면 외부의 재정 지원을 받지 않았다. 외부 지원이 자칫 젊은 작가들의 창작 활동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라는 걱정 때문이다.

‘자생과 독립’을 목표로 한 만큼 편안함에 길들여지면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도 컸다.

열악한 지역 미술 시장과 작가들의 현실을 감안하면 물려받은 재산 없이는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얼마 전 대인시장내 ‘청담동’으로 불리는 골목에 커피 자판기를 설치해 수익금을 월세에 보탭니다. 그래도 작가였고 전시 기획자인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쪽 팔려서 하지 않으려다가 지속적으로 운영하려면 도움이 될 것 같아 시작했어요.”

돈이 많은 건 아니라는 얘기다. 조 대표는 “작가들이 머무르며 작업하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이 없을 때는 해외 배낭여행객들의 숙소로 활용하면서 수익을 낸다”고도 했다.

현재로서는 성공적이다.

상업 갤러리 주도로 운영하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비해 열악한 지원 조건에도 불구, 조건 없이 참여하겠다는 해외 작가와 전시기획자들의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 올해 9월 열리는 ‘아시아 영 아티스트 페스티벌’에 미국·포르투갈·태국·필리핀 작가와 전시기획자들이 벌써 참가 약속을 해놓았다고 한다.

‘누구나 한번쯤 머물고 싶어하는 창작촌’을 조성하겠다는 조씨의 희망 섞인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젊은 작가들이 자발적으로 모여들고 다양한 목소리를 내면서 작업하고 행사가 끝난 뒤에도 단절되는 게 아닌, 전혀 다른 새로운 프로젝트가 생겨나 현실화되는가 하면, 작가 작품까지 자연스럽게 판매되는 ‘창작촌’이다. 이 공간이 형성되면 굳이 관광 벨트를 만들지 않더라도 저절로 문화 관광 명소로 발전하지 않겠냐는 게 조 대표 설명이다.

“단 시간에 이뤄질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아요. 20년을 내다보고 차근차근하게 만들어 갈 계획입니다. 광주 곳곳에서 다양한 장르의 젊은 작가들이 각자의 목소리를 내면서 해외 작가와 어울리는 광경이 자연스럽게 펼쳐질 때 진정한 ‘아시아문화중심도시’가 되지 않겠습니까?”

그는 올해도 큰 일을 벌였다. 태국 수도 방콕에 ‘Zone D’라는 예술 공간을 마련한 것으로, ‘미테 우그로’의 태국 버전이다. ‘좋은 데’라는 사투리를 ‘세련된’ 영어 이름을 붙였다. 3층 건물 중 1층은 작가들의 커뮤니티 카페로, 2층은 국내외 작가들의 전시공간으로 활용하고 3층엔 해외 입주 프로그램(레지던시) 공간을 만들 계획이다.

광주를 비롯, 중국·베트남·태국·일본 등 아시아 무대를 중심으로 다양한 장르의 젊은 작가들을 한 공간에서 어울리게 하면서 해외에 광주 젊은 작가를 각인시키는 한편, 세계 미술계에 광주 예술의 정체성을 담아내는 전진 기지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태국은 중국·베트남·캄보디아 등과 육로로도 이동할 수 있는 지역으로, 광주 작가들에겐 해외 작가들과의 인적·예술적 교류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베이스캠프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어요.”

조 대표는 “광주지역 젊은 작가들을 발굴하는데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젊은 인재들을 찾아내 그들만의 정체성을 국내외에 적극적으로 홍보하는데 힘을 쏟아야 진정한 아시아 문화 중심도시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끝〉

/김지을기자 dok2000@kwangju.co.kr





▲조승기는

●1971년 순천생

●전남대 미술과 조각전공, 동 대학원 수료.

●아시아 영아티스트 페스티벌, 사운드 아트 페스티벌(방콕), 아시아 아티스트 레지던스, 전국 신진작가 창작지원전 등 기획.

●현재 미테-우그로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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