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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젓한 숲 속 건강 한모금 … “이 길, 참 좋다”
<42> 고흥 팔영산 건강숲길
팔영산 자락 125만그루 편백숲
아기자기 오솔길 걷다보면
일상의 찌든때 훌훌∼
2011년 12월 05일(월) 00:00
길에 들어서면 쭉쭉 뻗은 편백의 기둥들이 내뿜는 향기에 감탄사가 저절로 튀어나오고 걷다보면 나무 냄새가 얼마나 상쾌한 지 실감할 수 있다. /김진수기자 jeans@kwangju.co.kr
세상이 온통 흰색으로 바뀌는 겨울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겨울이 끝날 때까지 당분간 초록이 귀하고 그리워지는 시기. 미리 채워두자는 생각에 찾은 고흥군 팔영산 국립공원에 들어서니 상쾌한 공기가 목구멍을 간질거리고 청량함이 코끝에 살랑인다. ‘흐읍’하고 깊이 들이마시면 머리끝까지 알싸한 나무 냄새. 숨을 크게 들이켜 조금이라도 더 몸 속에 담아가고 싶은 욕심이 솟아오른다.

고흥군 점암면·영남면 일대의 편백숲은 옛 전주제지(한솔제지)가 지난 1981년부터 전남도 땅에 편백나무를 심어 조성한 숲으로, 다도해해상국립공원 내 팔영산 지구에 포함돼 있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 고흥분소에서 폭이 좁은 길을 따라 능가사를 끼고 저수지를 바짝 붙어 20분가량 걷다보면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치솟은 울창한 숲이 모습을 드러낸다.

125만 그루가 넘는 편백나무가 416ha에 걸쳐 짙은 향기를 내뿜으며 팔영산 자락에 펼쳐진 게 30년이 넘었지만 아는 사람만 찾는 ‘숨겨진’ 명소다. 유영봉·성주봉·생황봉·사자봉·오로봉·두류봉·칠성봉·적취봉 등 8개의 봉우리로 이뤄져 있는 팔영산(높이 608m·면적 9.88㎢)을 찾는 등산객만 매년 수만명이 넘지만 맘 먹고 찾지 않는다면 지나치기 쉽다.

도립공원이던 팔영산이 올 1월 국립공원으로 승격된 뒤 국립공원관리공단이 편백숲 일대를 제외한 3개 코스만 탐방로로 지정하고 관리하고 있어서다.

고흥군이 국립공원 지정 전 ‘머물고 싶은 숲’으로 만들겠다며 ‘건강체험단지 자연학습장’조성을 요청하면서 탐방로에서 제외됐지만 정작 고흥군은 재정 형편상 사업 추진을 보류해놓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등산로 입구의 안내도에만 의지한다면 여덟 봉우리와 기암괴석만 본 채 울창한 편백숲의 장관을 놓칠 수밖에 없다. 그만큼 순수한 모습 그대로다. 편백숲의 짙은 향기도 확실히 다른 숲과는 다르다.

빽빽한 숲길은 아직 그 아름다움이 알려지지 않아 고요함까지 잃지 않고 있다. 한 번 왔다간 이들이 “이 길, 참 좋다”를 연발하며 추천한 이유였나보다.

팔영산 편백숲은 숲 사이로 놓인 7개 구간으로 나뉜 오솔길을 걸어야 제맛이다. 오솔길을 거닐면서 편백나무가 만들어내는 냄새와 발바닥으로 전해지는 폭신한 흙길의 감촉을 느끼거나, 중국 위왕의 세숫물에 팔봉이 비치어 이름 지어졌다는 등 수많은 전설을 간직한 기기묘묘한 여덟 봉우리로 이뤄진 팔영산 정상을 찍고 내려오는 길에 초록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아기자기한 오솔길을 맛보는 것도 편백숲을 즐기는 방식이다. 걷는 것만으로도 온몸의 세포가 싱싱하게 되살아나고 스트레스와 욕심이 다 씻겨나가는 듯한 느낌이 가득하다. 사색길(2㎞)·장수길(2㎞)·무병길(2㎞) 등 7개 오솔길은 어린이와 노약자도 힘들지 않게 다녀올 수 있을 만큼 부드럽게 비탈을 이루며 이어진다.

알다시피 편백나무는 자연이 선물한 천연항생제인‘피톤치드’발생량이 가장 많다. 피톤치드 발생량이 소나무, 향나무보다 3배나 많다.

인체 면역력도 높여주고 스트레스 해소와 아토피 피부염 개선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들어서면 오래도록 가슴에 담아두고 싶어 걸음이 자꾸 늦춰지고 “좋다, 좋다”는 말이 입에서 떠나지 않는 길, 팔영산 편백숲길이 그런 곳이다.

/김지을기자 dok2000@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