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가기 힘든데 매월 의사가 방문해 돌봐주니 살만하요”
광주다움 통합돌봄 ‘K복지’ 브랜드 되다 <1> 집으로 찾아 온 의료 돌봄
진료하고 약 챙겨주기를 넘어
목욕·운동·방역·식사지원까지
“삶이 ‘영점’에서 ‘플러스’로 가야
진짜 건강해지는 따뜻한 복지”
진료하고 약 챙겨주기를 넘어
목욕·운동·방역·식사지원까지
“삶이 ‘영점’에서 ‘플러스’로 가야
진짜 건강해지는 따뜻한 복지”
![]() ‘광주다움 통합돌봄 서비스’ 중 의료돌봄 지원단인 우리동네 의원 의료진들이 지난 1일 광주시 광산구 동곡동 김익주씨를 찾아 방문진료를 하고 있다.
/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 |
“집에 가만히 앉아 있어도 약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사람 사는 것 같습니다.”
지난 1일 오전 11시 농로를 따라 승용차로 2분을 달려야 닿는 광주시 광산구 유림길 단층주택에 우리동네의원 의료진이 들어섰다.
이들은 광주시 통합 돌봄 중 의료돌봄을 담당하는 의료진들로 김익주(69)씨를 방문 진료하기 위해 자택을 찾았다. 시각장애로 직접 병원에 가기 힘든 김씨의 건강을 챙기기 위함이다.
30도를 웃도는 폭염에 낡은 선풍기만 돌아가는 후텁지근한 방에서 의료진이 혈압계를 꺼내 들고 복약 상태와 호흡을 확인했다.
“약 드셨죠?”라며 의료진이 몇마디를 건네고 안정할 시간을 주자, ‘170’까지 치솟았던 혈압이 안정권으로 내려왔다.
같은 시간 간호사는 북구청에서 온 과태료 압류 고지서 3통을 확인하고 구청·동 행정복지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이날 진료는 30분 가량, 생활문제 상담은 더 길었다.
김씨는 한쪽 눈 실명에 당뇨·고혈압을 앓고 있다. 폐에 물이 차 숨가쁨이 오면 자가 산소호흡기에 의지한다. 김씨는 “한번 나갔다 오는 게 행사 중의 행사”라며 방문진료·방문간호가 삶의 리듬을 바꿨다고 했다.
현장 진료를 맡은 오규희 우리동네의원 원장은 “1차 진료는 질병만 보지 않는다. 청결·식사·스트레스·돌봄자 유무까지 살핀다”고 했다. 오 원장은 김씨 사례처럼 행정 문제로 인한 스트레스가 건강을 흔드는 현실을 지적하며, 의사·간호사와 요양보호사, 구청을 아우른 ‘생활-의료 통합’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김씨가 “과태료 납부고지서 때문에 혈압이 올랐다”고 토로하자 의료진은 바로 구청에 연락해 사실관계를 확인했고, 30분 남짓한 진료는 생활 문제 해결 상담으로 이어졌다.
광주시 통합 돌봄은 통합돌봄 콜이나 동직원의 의무방문으로 대상자가 발굴되면 케어매니저가 1대1 계획을 세우고, 생활돌봄 13종과 의료돌봄을 통합 연계한다.
의료돌봄은 ‘의사 1회 대면 후 간호사 지속 방문’이 원칙이다. 의사의 방문은 1차의료 시범사업·장기요양 재택의료 등 국가제도를 활용하고, 그다음부터는 통합돌봄 내 방문간호가 주기적으로 이어진다.
김씨처럼 이동이 어려운 가구는 병원동행·대청소·식사지원·AI안부확인·ICT 안전체크까지 한 묶음으로 들어간다.
광주형 13종 신설서비스에는 일시재가, 방문목욕, 식사지원, 병원동행, 방문간호, 방문구강교육, 방문맞춤운동, AI안부확인, ICT안전체크, 안전생활환경, 대청소, 방역·방충, 케어안심주택이 포함된다. 생활의 틈을 메운 뒤, 재활·구강·간호를 얹어 ‘낙상-욕창-영양실조’의 악순환을 끊는 방식이다.
김씨의 사례만 있는 것이 아니다.
호흡기 중증장애가 있는 노부부가 엘리베이터 없는 5층에서 살며 병원 이동조차 막막했던 가정에는 방문맞춤운동으로 집안 활동성을 회복시키고, 10년 넘게 치과를 못 간 상황에는 방문 구강교육팀을 붙였다.
병원 이동은 동행지원으로, 의료 처치는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와 연계해 해결했다. “살던 곳에서 회복”을 목표로 한 표준 연계다.
복지 현장도 바뀌고 있다. 구 보건소 통합건강센터와 의료돌봄 매니저가 혈압·혈당·운동·영양을 분담하고, 권역·지역 방문의료지원센터가 의과·치과·한의과 서비스를 제공한다.
광주의 대표 협력 거점으로 전남대(권역)와 광주기독병원(지역)이 지정됐고, 물리·작업치료사까지 힘을 보태고 있다. “동에서 대면배달로 반찬을 전하며 안부를 확인하고, 이상 징후는 바로 구청에 통보한다”는 시 담당자의 설명처럼, 행정-의료-생활 지원을 한데 묶은 통합형서비스다.
한 간호사는 “정기 방문과 ‘콜’ 대응을 섞어 열흘에 한 번꼴로 대상자를 돌본다. 병원에 못 오거나 혼자 계신 분들이 많아 사람을 기다린다”고 웃어보였다. 하루 5~8가구를 돌보면서 생활이 플러스로 바뀌는 걸 직접 보는 게 보람이라고 했다.
오 원장은 “약을 지어주고 혈압을 조절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삶이 ‘영점’에서 ‘플러스’로 가야 진짜 건강”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진료를 마치며 “70평생을 살면서 우리나라가 이렇게 좋았던 적은 처음이요. 늙고 아프면 따스한 에너지가 얼마나 중요한지, 찾아오는 의료가 알려줬소”라면서 현관 밖으로 나선 의료진을 배웅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남진희 인턴기자 njinhee324@naver.com
지난 1일 오전 11시 농로를 따라 승용차로 2분을 달려야 닿는 광주시 광산구 유림길 단층주택에 우리동네의원 의료진이 들어섰다.
이들은 광주시 통합 돌봄 중 의료돌봄을 담당하는 의료진들로 김익주(69)씨를 방문 진료하기 위해 자택을 찾았다. 시각장애로 직접 병원에 가기 힘든 김씨의 건강을 챙기기 위함이다.
“약 드셨죠?”라며 의료진이 몇마디를 건네고 안정할 시간을 주자, ‘170’까지 치솟았던 혈압이 안정권으로 내려왔다.
같은 시간 간호사는 북구청에서 온 과태료 압류 고지서 3통을 확인하고 구청·동 행정복지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이날 진료는 30분 가량, 생활문제 상담은 더 길었다.
김씨는 한쪽 눈 실명에 당뇨·고혈압을 앓고 있다. 폐에 물이 차 숨가쁨이 오면 자가 산소호흡기에 의지한다. 김씨는 “한번 나갔다 오는 게 행사 중의 행사”라며 방문진료·방문간호가 삶의 리듬을 바꿨다고 했다.
김씨가 “과태료 납부고지서 때문에 혈압이 올랐다”고 토로하자 의료진은 바로 구청에 연락해 사실관계를 확인했고, 30분 남짓한 진료는 생활 문제 해결 상담으로 이어졌다.
광주시 통합 돌봄은 통합돌봄 콜이나 동직원의 의무방문으로 대상자가 발굴되면 케어매니저가 1대1 계획을 세우고, 생활돌봄 13종과 의료돌봄을 통합 연계한다.
의료돌봄은 ‘의사 1회 대면 후 간호사 지속 방문’이 원칙이다. 의사의 방문은 1차의료 시범사업·장기요양 재택의료 등 국가제도를 활용하고, 그다음부터는 통합돌봄 내 방문간호가 주기적으로 이어진다.
김씨처럼 이동이 어려운 가구는 병원동행·대청소·식사지원·AI안부확인·ICT 안전체크까지 한 묶음으로 들어간다.
광주형 13종 신설서비스에는 일시재가, 방문목욕, 식사지원, 병원동행, 방문간호, 방문구강교육, 방문맞춤운동, AI안부확인, ICT안전체크, 안전생활환경, 대청소, 방역·방충, 케어안심주택이 포함된다. 생활의 틈을 메운 뒤, 재활·구강·간호를 얹어 ‘낙상-욕창-영양실조’의 악순환을 끊는 방식이다.
김씨의 사례만 있는 것이 아니다.
호흡기 중증장애가 있는 노부부가 엘리베이터 없는 5층에서 살며 병원 이동조차 막막했던 가정에는 방문맞춤운동으로 집안 활동성을 회복시키고, 10년 넘게 치과를 못 간 상황에는 방문 구강교육팀을 붙였다.
병원 이동은 동행지원으로, 의료 처치는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와 연계해 해결했다. “살던 곳에서 회복”을 목표로 한 표준 연계다.
복지 현장도 바뀌고 있다. 구 보건소 통합건강센터와 의료돌봄 매니저가 혈압·혈당·운동·영양을 분담하고, 권역·지역 방문의료지원센터가 의과·치과·한의과 서비스를 제공한다.
광주의 대표 협력 거점으로 전남대(권역)와 광주기독병원(지역)이 지정됐고, 물리·작업치료사까지 힘을 보태고 있다. “동에서 대면배달로 반찬을 전하며 안부를 확인하고, 이상 징후는 바로 구청에 통보한다”는 시 담당자의 설명처럼, 행정-의료-생활 지원을 한데 묶은 통합형서비스다.
한 간호사는 “정기 방문과 ‘콜’ 대응을 섞어 열흘에 한 번꼴로 대상자를 돌본다. 병원에 못 오거나 혼자 계신 분들이 많아 사람을 기다린다”고 웃어보였다. 하루 5~8가구를 돌보면서 생활이 플러스로 바뀌는 걸 직접 보는 게 보람이라고 했다.
오 원장은 “약을 지어주고 혈압을 조절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삶이 ‘영점’에서 ‘플러스’로 가야 진짜 건강”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진료를 마치며 “70평생을 살면서 우리나라가 이렇게 좋았던 적은 처음이요. 늙고 아프면 따스한 에너지가 얼마나 중요한지, 찾아오는 의료가 알려줬소”라면서 현관 밖으로 나선 의료진을 배웅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남진희 인턴기자 njinhee32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