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롭고 감각적인 추상미술 ‘에뽀끄’의 어제와 오늘
‘에뽀끄 기획전-6인작가 조명전’ 11일까지 시립미술관 금남로분관
김혜선·서은선·신호재·우제길·윤부열·최재창 작가 작품 한자리에
김혜선·서은선·신호재·우제길·윤부열·최재창 작가 작품 한자리에
![]() 에뽀끄 창립 61주년을 기념하는 ‘Re : Informel(리: 앵포르멜)’전이 오는 11일까지 시립미술관 금남로분관에서 열린다. 최재창 ‘청실홍실 시리즈’(왼쪽), 신호재 작 ‘Rumination-일월오봉도’. |
광주 추상미술 단체 (사)현대미술 에뽀끄(에뽀끄)는 지난 1964년 창립됐다. 새로운 예술에 대한 각성, 시대적 요청에 따라 광주 중심의 젊은 작가들이 의기투합했다. 당시 창립 멤버로 김종일, 명창준, 박상섭, 이세정, 조규만, 최종섭 작가가 참여했다.
전후 한국 화단에서는 앵포르멜(Informel)이 미술계에 태동했다. 불안과 실존의 문제, 그리고 작가적 자의식 등과 맞물려 새로운 예술을 추구하는 움직임이 일어난 것. ‘앵포르멜-Informel’은 말 그대로 ‘형식이 없다’라는 의미다. 자유롭고 감각적인 표현을 추구하는 추상미술 운동을 일컫는다.
오혜성에 따르면 “단순한 서구 양식의 수입이 아닌 “살아 있음” 그 자체에 대한 회화적 기록이자 내면과 존재에 대한 감각적 저항”이라며 “새로운 시대에 적합한 예술을 창조하려는 집단적 의지”의 표현이었다.
에뽀끄(이사장 최재창) 창립 61주년을 맞아 그 의미를 재발견하고 미래를 조명하는 전시가 열리고 있어 눈길을 끈다.
오는 11일까지 시립미술관 금남로분관에서 펼쳐지는 이번 전시 주제는 ‘Re : Informel(리: 앵포르멜)’. 오늘날 직면한 사회문제를 예술적 시선으로 바라보자는 취지를 담았다. ‘Re’는 되돌아보고, 재구성하며, 재점화한다는 뜻을 전제한다.
오혜성이 기획한 이번 전시는 지난해 제3기를 출범한 에뽀끄 회원 중 원로, 중진, 청년 총 6명 작가를 선정해 청년 큐레이터들과 1대 1 매칭으로 연다는 데 의미가 있다. 김혜선, 서은선, 신호재, 우제길, 윤부열, 최재창 작가의 작품을 청년 큐레이터들이 해설을 했다.
김혜선의 ‘장주지몽’(莊周之夢)은 우리 삶에 드리워진 거대한 파도를 연상케 한다.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는 선은 흐름을 형성하며 작가의 내면의 풍경을 드러낸다. ‘장주지몽’은 장자가 꿈을 꾸었는데 자신이 나비인지 나비가 자신인지 알 수 없다는 뜻에서 나온 말이다.
배근영 큐레이터는 “작품 속 풍경은 하나로 특정할 수 없지만 어딘가에 존재하는 장소가 된다”며 “작품은 현실과 비현실 경계 중심에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고 평한다.
서은선의 ‘다층의 자아’는 무엇보다 색감의 강렬함이 눈에 띈다. 작가는 자신만의 회화적 언어로 인간 내면에 잠재된 수많은 의식과 이미지, 기억 등을 구현했다.
류시원 큐레이터는 “서은선 작가의 작업은 단지 이미지나 형식의 조합이 아니다”며 “작품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관객은 그 안에서 관계를 사유하며 자기 자신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고 말한다.
신호재의 ‘일월오봉도’는 매일 보게 되는 일상의 풍경을 작가의 섬세한 시각으로 단순화한 작품이다. 그림에는 작가의 내면에 드리워진 남도의 아름다운 풍광과 아련한 정서가 녹아 있다.
위혜영 큐레이터는 “작가는 자연을 그저 재현하는 것을 넘어 자연을 감각과 기억의 영역으로 끌어올린다‘며 ”그의 작업은 동양적 여백과 정서를 지니고 서구적 색채로 동서양 회화의 미학을 새로운 방식으로 교차시킨다“고 언급한다.
우제길의 ‘2023-Ray-A-3A’는 빠른 속도로 내달리는 빛을 포착한 작품이다. 그에게 빛은 청소년시절에 봤던 반딧불이와 추상이라는 개념과 어우러져 예술세계를 형성하는 중요한 테제다.
구민주 큐레이터는 “오랜 세월 반딧불이의 빛을 쫓아 온 작가와 그가 남긴 족적은 또 다른 이정표가 되어 후대에 남는다”며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다음 세대에 나아갈 방향을 이끄는 등불이 되어줄 것”이라고 한다.
윤부열의 ‘시간의 선 ‘혼란’’은 비정형의 형체들이 꿈틀거리는 모습을 초점화했다. 보는 이에게는 자연물이 아닌 작가의 의식에 깃든 감성과 경험의 산물로 다가온다.
이서진 큐레이터는 “코로나로 인해 세상이 멈추었던 시기에 제작되었다”며 “작품 속 수없이 겹친 선들은 섬세하고 강한 밀도를 보여준다”고 얘기한다.
마지막으로 최재창의 ‘청실홍실 시리즈’는 우리의 정서에 내재된 청실홍실을 현대적 의미로 형상화했다. 신혼부부의 금실이 오래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는 작품은 전통을 넘어 오늘과 내일의 시간으로 이어진다.
최시온 큐레이터는 “작품 속 형태는 음양오행이 의미하는 운동과 변화처럼 서로 융합하고 포용하면서도 각자의 자리를 지킨다”며 “전통을 현재의 맥락 속에 녹여내려는 의지이며 우리 문화에 대한 깊은 애정 표현”이라고 의미를 부여한다.
/글·사진=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전후 한국 화단에서는 앵포르멜(Informel)이 미술계에 태동했다. 불안과 실존의 문제, 그리고 작가적 자의식 등과 맞물려 새로운 예술을 추구하는 움직임이 일어난 것. ‘앵포르멜-Informel’은 말 그대로 ‘형식이 없다’라는 의미다. 자유롭고 감각적인 표현을 추구하는 추상미술 운동을 일컫는다.
에뽀끄(이사장 최재창) 창립 61주년을 맞아 그 의미를 재발견하고 미래를 조명하는 전시가 열리고 있어 눈길을 끈다.
오혜성이 기획한 이번 전시는 지난해 제3기를 출범한 에뽀끄 회원 중 원로, 중진, 청년 총 6명 작가를 선정해 청년 큐레이터들과 1대 1 매칭으로 연다는 데 의미가 있다. 김혜선, 서은선, 신호재, 우제길, 윤부열, 최재창 작가의 작품을 청년 큐레이터들이 해설을 했다.
![]() 김혜선 작 ‘장주지몽’ |
배근영 큐레이터는 “작품 속 풍경은 하나로 특정할 수 없지만 어딘가에 존재하는 장소가 된다”며 “작품은 현실과 비현실 경계 중심에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고 평한다.
서은선의 ‘다층의 자아’는 무엇보다 색감의 강렬함이 눈에 띈다. 작가는 자신만의 회화적 언어로 인간 내면에 잠재된 수많은 의식과 이미지, 기억 등을 구현했다.
류시원 큐레이터는 “서은선 작가의 작업은 단지 이미지나 형식의 조합이 아니다”며 “작품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관객은 그 안에서 관계를 사유하며 자기 자신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고 말한다.
신호재의 ‘일월오봉도’는 매일 보게 되는 일상의 풍경을 작가의 섬세한 시각으로 단순화한 작품이다. 그림에는 작가의 내면에 드리워진 남도의 아름다운 풍광과 아련한 정서가 녹아 있다.
위혜영 큐레이터는 “작가는 자연을 그저 재현하는 것을 넘어 자연을 감각과 기억의 영역으로 끌어올린다‘며 ”그의 작업은 동양적 여백과 정서를 지니고 서구적 색채로 동서양 회화의 미학을 새로운 방식으로 교차시킨다“고 언급한다.
![]() 우제길 작 ‘2024-Ray-A-3B’ |
구민주 큐레이터는 “오랜 세월 반딧불이의 빛을 쫓아 온 작가와 그가 남긴 족적은 또 다른 이정표가 되어 후대에 남는다”며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다음 세대에 나아갈 방향을 이끄는 등불이 되어줄 것”이라고 한다.
윤부열의 ‘시간의 선 ‘혼란’’은 비정형의 형체들이 꿈틀거리는 모습을 초점화했다. 보는 이에게는 자연물이 아닌 작가의 의식에 깃든 감성과 경험의 산물로 다가온다.
이서진 큐레이터는 “코로나로 인해 세상이 멈추었던 시기에 제작되었다”며 “작품 속 수없이 겹친 선들은 섬세하고 강한 밀도를 보여준다”고 얘기한다.
마지막으로 최재창의 ‘청실홍실 시리즈’는 우리의 정서에 내재된 청실홍실을 현대적 의미로 형상화했다. 신혼부부의 금실이 오래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는 작품은 전통을 넘어 오늘과 내일의 시간으로 이어진다.
최시온 큐레이터는 “작품 속 형태는 음양오행이 의미하는 운동과 변화처럼 서로 융합하고 포용하면서도 각자의 자리를 지킨다”며 “전통을 현재의 맥락 속에 녹여내려는 의지이며 우리 문화에 대한 깊은 애정 표현”이라고 의미를 부여한다.
/글·사진=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